[24년 1월호/384호] 마중물_공동체, 회복이 필요하다(에듀피스 서정기 대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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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4-01-11 15:57 조회397회 댓글0건본문
공동체, 회복이 필요하다
2023년, 학교 공동체는 전에 없던 갈등을 경험하며 구성원 사이에 불신은 깊어졌고 서로의 대립은 전에 없이 심화되었다.
한국 교육 문제를 진단하는 핵심 키워드로 ‘경쟁’에 더해 ‘갈등’이 전면으로 등장했고 이는 공동체 구성원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도 없는 현상으로 학교에 깊이 자리 잡았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를 둘러싸고 보이지 않게 누적되어온 교육 주체들 사이 불신은 학교 안에 영역과 관계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면서 학교는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삼켜져 버렸다. 새해에 우리 안에 깊게 패이고 곪아가고 있는 상처를 돌보고 치유하지 못한다면 교육 공동체 구성원들의 일상은 고통이 될 것이고 학교 안에서 함께 만들어 온 모두의 배움과 성장도 헛된 구호에 그칠 것이다.
학교가 교육 공동체로 회복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며 동시에 모두의 필요이다. 학교 안에 켜켜이 쌓인 상처와 고통, 그 안에서 자라난 불신은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온 우리 모두의 실패가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학교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갈등은 이를 잘 보여주고 증명하고 있다. 학교 교원과 관리자, 공무직, 행정직 사이에 권한과 역할, 책임을 둘러싼 갈등은 심화되어 왔다.
교원 간의 갈등 역시 심각하다. 의사결정, 업무방식, 의사소통, 권한과 역할, 책임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면서 학교의 교육력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는 가장 강력하게 학교 공동체 안에서 갈등을 촉발하고 불신을 만들어 왔다. 범인을 찾고, 유죄를 확인하며 처벌을 결정하는 지금 같은 사안 처리 방식은 모든 단계에서 책임에 대한 논쟁, 범죄 여부를 둘러싼 갈등, 처벌의 적절성에 대한 불만을 낳으며 학교뿐 아니라 구성원 서로에 대한 불신을 넘어 분노와 증오를 만들어왔다.
나아가 개인과 공동체에 남겨진 피해에 따른 상처, 깨어진 관계가 회복되지 못한 채 만들어 내는 일상의 어려움은 결국 교육 공동체가 갈등과 폭력, 위기를 다루어나갈 수 있는 효능감을 잃어버리게 했으며 이를 위한 연대와 협력을 약화시켰다. 상처는 치유되지 못하고 공동체가 함께 문제에 대응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사라져버린 지금,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마치 얇게 얼어버린 얼음 위를 걷는 것 같은 불안 가운데 살아간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불안과 두려움이 우리를 압도할 때 사람들의 가장 흔한 선택은 남을 탓하며 다른 이들을 비난하는 것이다. 그들과 나를 적군과 아군, 선과 악으로 나누고 상대를 쉽게 악마화해 버린다. 연대와 협력이 사라지고 서로를 비난하며 공격하는 폭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면서 문제의 해결도 어려워진다.
하지만 해결은 이와는 정반대로 존재한다. 변화를 선택하고 만들기 위해서 함께 협력하지 않는다면 학교와 교육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부터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학생이 없다면 학교도 교사도 존재할 수 없으며 선생님이 없다면 교육도, 학생의 성장도 불가능하다는 것, 나아가 치유하고 돌보며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교육하고 돕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의 미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 가운데 연대하고 협력할 때 공동체의 회복은 시작될 수 있다.
공동체의 회복은 구호나 선언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일지라도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서로를 존중하며 다시 협력하며 연대를 만들어가는 구체적인 노력과 실천을 만들어가야 한다. 상대에 대한 비난과 공격을 멈추고 학교 공동체의 존재 이유와 목표를 주춧돌 삼아 다시 연결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당장에 시작해야 한다.
2023년 학교 공동체가 경험한 도전은 변화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는 다시 학교 공동체에 주어진 과제다. 공동체 회복을 위해 서로에 대한 불신을 잠시 거두고 지금 우리 앞에 당면한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모두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연대와 협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서정기(회복적정의 평화배움연구소 에듀피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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