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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1월호/382호] 요즘저는_신현자(전 경북지부장)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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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12-03 19:47 조회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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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나 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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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이하 참학) 사무처에서 연락을 한 통 받았다.내용인즉 학부모 신문에 게재할 선배 활동가의 근황에 관한 원고 청탁이었는데 이미 다른 통로로 요청을 전달받았던 데다 부탁한 분과 그간 정리를 보아 거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쩝, 선배 활동가로 내 일상에 대해 할 얘기랄 것도 없고 그러면서도 분주한요즘 일정 상 원고를 쓴다는 게 영 쉬운 일은 아니어서 대답은 해놓고도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각설하고 일단 대답을 했으니 뭐라도 쓰긴 써야 할 터이다.

우선 참학의 선배 활동가로서 내 이력은 지난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18년간 제 깜냥에 넘치게 포항지회장과 경북지부장을 이어 맡으며 활동한 것이리라. 이 어이없는 오랜 기간의 이력은 어느 모로 보나 후임을 길러내지 못한 내 부족함에서 기인한 것이었으니 활동가로서 내세울 일은 전혀 아니다. 다만 근 이십여년 간 참학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2004년, 포항 평준화 추진위에서 학부모 대표로 참여해 두 달여 간 천막농성에 이은 보름의 단식농성 끝에 평준화 제도를 도입시킨 일을 꼽을 수는 있겠다. 그렇게 교육운동에 몰두하면서 대학 때 아르바이트부터로 치자면 근 이십여 년을 해 온, 생업이던 미술 학원을 접고 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보기 좋게 낙선한 후, 내가 다시손에 잡은 일은 어렵게 마련한 참학 사무실에서 집행부의 요구에 응해 소외 계층 청소년을 위한 무료 공부방을 운영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우리 공부방은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지역아동센터로 전환되어 참학 회원인 센터장이 인수해서 훌륭하게 운영하고 있다. 다만 공부방을 운영하던 시절 우리 아이들처럼 어려운 아이들은 문제가 생겨도 제대로 심리치료 한 번 받기 어려우니 내가 공부를 하자고, 단순한 생각으로 무작정 시작한 대학원 진학에서부터 내 삶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무모하리만치 대책 없이 시작한 공부는 역시나 힘들고 어려웠지만 자기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심리학은 역시나 재미있었고 참학활동_운동 중 현장에서 느끼던 실천 활동으로 확장할 수 있어 보람도 컸다. 하지만 다른 한 편, 어려서부터 스스로를 ‘예술가의 알’로 여기며 살아오다가 어찌어찌 교육운동에 투신하면서 느꼈던 남의 옷을 입은 듯 ‘낯선 느낌’이 스멀스멀 내 의식 위로 기어오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다 심리학 전공과정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사는 것이 아무 문제가 아님을, 아니 오히려 오롯이 나로 살 수 있어야 건강한 것임을 확인하면서 사뭇 편안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러저러한 통찰들을 겪으며 나는 한 사람의 심리전문가로 지역에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내 삶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다 보니 문득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은 일과 너무 많은 직책과 너무 많은 관계 속에서 어울리지 않는 외투를 입은 채 익사하고 말겠다 싶어 그 늪에서 스스로를 구해 주고 싶어 했던 활동가 시절의 나와 여전히 이러저러한 일들에 분주하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오늘의 나는 여전히 같은 사람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했으면 하는, 같은 소망을 위해 움직이는 장기판의 말이라는 조금은 허무한 자각이 드는 건 괜한 센티멘털이라 치고. 그럼 다시 살아갈 밖에.

 

신현자 (전 경북지부장, 현 라온재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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