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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1월호/382호] 기획특집_학생생활지도 고시, 어떻게 봐야 할까?(6-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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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12-03 19:14 조회1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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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생활지도 고시, 어떻게 봐야 할까?

 

1. 권한이라는 이름의 책임

9·4 이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교사들을 지원해 달라는 외침에 대한 유일한 응답은 생활지도 고시였다. 7월 당정의 재빠른 움직임으로 9월에 학교에 도착했다. 그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것을 다하실 수 있습니다.’

이것의 실제 의미는 ‘이제 학생 행위에 대한 모든 책임은 교사입니다.’ 모든 교사가 금쪽이만 바라볼 수 없다고 했지만, 이를 배반하듯 고시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실로 광범위하게 생활지도 범위를 제시하고 있다.

 

제5조(학업 및 진로) 학교의 장과 교원은 학업 및 진로와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해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

1. 교원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에 영향 주는 행위

2. 학교의 면학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품의 소지·사용

3. 진로 및 진학과 관련한 사항

제6조(보건 및 안전) 학교의 장과 교원은 보건 및 안전과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해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

1. 자신 또는 타인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사항

2. 건전한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

3. 자신 또는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행위

제7조(인성 및 대인관계) 학교의 장과 교원은 인성 및 대인관계와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해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

1. 전인적 성장을 위한 품성 및 예절

2. 언어 사용 등 의사소통 행위

3.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 학생 간의 갈등 조정 및 관계 개선

제8조(그 밖의 분야) 학교의 장과 교원은 제5조부터 제7조 까지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해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

1. 특수교육대상자와 다문화학생에 대한 인식 및 태도

2. 건전한 학교생활 문화 조성을 위한 용모 및 복장

3. 비행 및 범죄 예방

4. 그 밖에 학칙으로 정하는 사항

 

특히 7조는 학생에 대한 전방위적인 행동 분야에 대해 교사의 지도 범위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도를 제대로 하려면 학생 하나하나를 이해하는 매우 구체적이고 교육적인 접근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범위를 커버하면서도 교사가 쓰는 방법은 단 4가지이다. 조언, 상담, 주의, 훈육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도 각 단계마다 어떤 경위로 이런 지도를 했는지 문서로 작성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인간 관계라는 것이 이렇게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든가? 조언하고, 문서 쓰고, 상담하고 문서 쓰고, 주의하고 문서 쓰고, 훈육하고 문서 쓰는 것이 교사의 지도 행위를 정당화 할 수 있을까?

생활지도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학생의 행위가 이 상황에 미치는 평가를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과정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미끄러져버리면 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조언, 주의, 상담은 모두 언어폭력이나 정서 학대가 될 수 있다. 단계마다 문서를 쓴다고 정당화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려워한 교육부는 문서를 쓸 것을 단서로 단 것이다.

 

2. 한 학생을 추방해서 다른 학생을 보호할 수 있을까?

가장 문제가 큰 단계는 훈육이다. 이제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면 물리적 제지를 당하거나 교실에서 격리될 수 있다.

 

제12조(훈육)

① 학교의 장과 교원은 제9조에 따른 조언 또는 제11조에 따른 주의로 학생에 대한 행동중재가 어려운 경우 훈육할 수 있다.

② 학교의 장과 교원은 학생이 바람직한 행동 변화를 위하여 노력하도록 특정한 과업을부여하거나, 특정한 행위를 할 것을 지시할 수 있다. 이 경우 학생의 인권을 존중해야하며 법령과 학칙의 범위에서 지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③ 학교의 장과 교원은 법령과 학칙에 따른 금지된 행동을 하는 학생을 발견한 경우, 이를 즉시 중지하도록 말로 제지할 수 있다.

④ 학교의 장과 교원은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 학생의 행위를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다. 이 경우 학교의 장과 교원은 교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주변 학생에게 신고를 요청할 수 있다.

⑤ 제4항에 따른 물리적 제지가 있는 경우, 해당 교원은 이를 학교의 장에게 지체 없이 보고해야 하며, 학교의 장은 그 사실을 보호자에게 신속히 알려야 한다.

⑥ 학교의 장과 교원은 학생이 교육활동을 방해하여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다음 각 호의 방법에 따라 해당 학생을 분리할 수 있다. 다만, 제3호 및 제4호에 따른 분리 장소·시간 및 학습지원 방법 등의 세부사항은 학칙으로 정한다.

1. 수업시간 중 교실 내 다른 좌석으로의 이동

2. 수업시간 중 교실 내 지정된 위치로의 분리

(실외 교육활동 시 학습집단으로부터의 분리를 포함한다)

3. 수업시간 중 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의 분리

4. 정규수업 외의 시간에 특정 장소로의 분리

 

전제는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하라고 되어있지만, 구체적인 학생인권의 법적인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이 역시 교사와 학생을 난감하게 만든다. 어떤 교사는 수업시간에 자는 행위를 수업에서 분리할 만큼 중대한 방해행위라고 생각할 것이며 (실제 sns에 고의적 수면이라는 말이 떠돈 적도 있다) 다른 사람은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태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수업을 견디는 상태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한 장소에서 격리시킨다는 것은 장소적 배제뿐 아니라 관계적 배제도 의미한다. 학생들은 쫓겨난 학생을 내쫓긴 학생으로 인식할 것이기에 낙인과 차별의 표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것을 결정하는 권한은 오직 교사가 갖고 있다. 이것은 여러 명의 학생들을 대하며 모든 상황을 세세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사에게 오히려 약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학생을 격리하는 기준이 다 다른 상황에서 어떤 격리행위는 심각한 아동학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은 수업 방해 행위자이기 이전에 학습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업방해 행위를 했다고 해서 배제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은 학습 당사자로서의 학습권을 빼앗는 일이다. 만약 교사가 수업 방해 행위를 한 학생에게 징계 조치를 가해서 그 학생이 학습을 방해받았다는 것이 확인되면, 학교는 이에 대한 보충 수업을 해야 하고, 이 역시 다시 교사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수업 방해로 학생들을 징계하는 조치 역시 교사가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의 기준 역시 모호하다. 토론회에서 언급되었던 행위 중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것과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을 엄밀한 의미에서 교사의 수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로 규정할 수 있을까? 따라가기 어려운 수업 듣기를 포기하고 그 시간을 견디는 행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현재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와 과목 선택형 수능으로, 고등학생 자신이 학교에서 선택한 과목과 수능에서 골라 치를 과목이 서로 다른 경우도 많다. 더욱이 사실상 공동 교육과정이 1학년에서 끝나기 때문에 1학년 때 기초 과정에서 배워야 할 양은 늘었다. 그런데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 사이의 학습난이도 격차가 큰 데다 고1 내신 성적 경쟁이 치열해져 고1 내신 시험의 난이도와 중3 내신 시험의 난이도 간 격차도 엄청나다.

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학생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좌절하게 되고, 1학년 때부터 자퇴를 선택하는 학생이 학교마다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 현실이다. 공부를 계속해 보겠다고 결심하는 학생들은 더 많은 학원에 가고, 공부를 포기한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이런 학생들에게 너희는 휴식권이 없다는 고시가 생겼으니 잠을 자면 일어나라고 하고, 불응시 ‘타임아웃’한다고 하여 교사의 권위가 올라가고 수업 분위기가 좋아질까? 자신은 ‘정시러’(학교 내신 성적을 포기하고 정시를 중심으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일컫는 말)라 내신이 필요 없으니 스스로 ‘타임아웃’하여 자습하고 싶다는 학생들에게는 무엇이라고 답할까?

 

초등학교나 중학교의 경우 ‘타임아웃’이 뭔가 대안처럼 보일 수 있다. 수업 시간에 쫓겨나는 일이 무서워서 자신의 행동을 억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임아웃 당할 행동의 기준은 누가 결정하는가? 타임아웃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고 해서 어떤 방식의 타임아웃이라도 학생과 학부모가 수용할 수 있을까?

만약 타임아웃이 되어 흥분했던 학생이 진정할 수 있고, 본 교실보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선생님을 만날 수 있고 교실에서 배우는 것에 배제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이런 과정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로 할당된 교육이나 체험은 당사자에게 교실에서 쫓겨났다는 낙인감과 교실에서 다른 학생들이 누리는 것을 누리지 못한다는 박탈감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실제 이번에 사회적으로 불거진 발달 장애 아동에 대한 대책으로 특수학급 교사들은 일반 학급에서 문제 발생 시 특수학급이 아닌 별도의 공간과 인력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수 교육 대상자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이 일반 학급에서 쫓겨나 머물러야만 하는 공간으로 이해될 경우 특수학급은 격리 시설이자 낙인의 공간으로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들이 위험한 시도를 하고 감정적으로 흥분된 상황이어서 물리적 폭력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교사에게 부여되는 권한의 형태일 때 분리부터 회복까지 모두 교사에 대한 원망과 책임으로 다시 돌아올 확률이 높다. 지금의 ‘타임아웃’은 개인을 분리해내는 데 집중하기에, 당사자의 심리적 지원과 연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수학급 교사를 포함하여 시스템의 부재 속에서 이러한 학생들의 회복을 지원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관리자와 상담사와 복지사 또는 특수행동 치료사 등 다양한 권한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학교에 상주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위험 상황이 진정되면 어떤 분노가 그러한 폭력적인 시도로 이어졌는지 사례 관리위원회를 통해 확인하고 교실 안에서 이것을 도울 수 있는 논의가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해당 학생에게도 ‘너를 교실에서 쫓아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너를 이 교실에서 도와줄 거야’라는 메시지가 우선 고려될 때 학생과 학부모도 적극적으로 이러한 과정에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시에서는 이런 접근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3. 휴대폰을 압수하며 미래 교육 할 수 있나?

생활지도 고시의 큰 제목 4장은 휴대폰이다. 다 생활지도의 범위 내용 등 추상성이 큰 제목인데 그와 더불어 4장이 아주 구체적인 휴대폰이다. 고시에서는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물리적 제지와 압수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 휴대폰 사용을 보장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일상적인 휴대전화 사용과 소지 자체를 금지하는 조치에 대해 여러 차례 수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고시가 수업 중 휴대폰 사용 금지이고 이를 어겼을 경우 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는 것은 교육부도 국가인권위의 결정을 넘어선 결정을 할 수 없다는 분명한 경계를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의 이번 고시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존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생인권이 교사의 업무상 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을 교육부가 확인해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가 교육부의 고시를 검사와 압수가 가능하다고 해석하여 갑자기 전화 수거를 시도했을 때 학생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수거에 불응할 경우 학생들의 몸을 수색하여 휴대전화를 빼앗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학교에서 교사의 교권을 강화할까? 정책 방향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더라도 이것은 다른 한편에서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의 디지털화, AI 교육과정 개발’ 등과도 배치된다. 교육복지 차원에서 디지털 기기를 교육청에서 직접 배부하기도 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도구를 압수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역량을 기를 수 있을 것인가? 실제 학생들은 휴대전화라는 하나의 전자 기기만 가지고 오지 않는다. 그 중에 어느 것을 걷고 어느 것은 허용할 것인가? 스마트기기는 디지털 학습 친구라고 하면서 스마트 기기를 걷는 코미디를 연출하는 것이 교권보호 방안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 스마트폰은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사생활과 관계, 학습, 여가, 배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기기이다. 실제 국가 인권위원회에서도 휴대폰의 수거가 단순히 통신의 자유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였다. 즉 현실적으로 휴대폰이 한 사람의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상황에서 휴대폰을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학생들의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휴대폰이라는 도구는 유일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범죄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된 휴대폰을 자신과 타인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으려면 학생들이 사용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살피고 성찰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교사가 휴대폰을 압수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학생의 행동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교권을 주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생활지도 고시는 교사에게 권한을 주는 듯하지만 결국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통제하고 인권을 침해해도 되는 것처럼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키며 교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4. 교사는 학부모 상담을 거부할 수 있는데 학부모는 거부할 수 없다고?

현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소통이 무너진 것이다. 소통이 없는 곳에 불안이 생기고 불안이 있는 곳에 의심이 싹튼다. 단순한 소통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소송으로 번지는 이유는 이러한 단순한 인간관계의 원리가 무시되고 있기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활지도 고시는 교사 보호 차원에서 학부모와의 상담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학부모에게는 상담을 거부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 이런 심각한 권리의 불균형에서 학부모는 교사를 신뢰할 수 있을까?

 

많은 학교에서 생활규정 제·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시는 예시일 뿐, 꼭 반영해야 할 법이 아니다. 오히려 무리하게 고시를 적용하는 학칙을 만들어서 다툼으로 이어질 경우 또 다시 법대로 하라며 인간을 소외시키는 사법화로 이어지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오히려 무리하게 생활지도 고시를 규정화하기보다 지금까지 명시되지 못한 학생인권의 내용을 학칙에 명시하고, 이것이 침해되었을 때 공식적으로 다루는 기구를 학교 내에 만드는 것이 어떨까?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교사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학교의 문제를 받아내는 과녁이 되었던 교사들을 그 과녁에서 구해내는 길일 것이다.

 

조영선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준), 서울 가재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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