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6월호/378호] 기획특집_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평화 교육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바라보는 부모(6-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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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06-12 17:21 조회408회 댓글0건본문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평화 교육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바라보는 부모
1.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코로나 19 로 학교를 제대로 나오지 못하거나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한 기간이 3년 남짓 지났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낸 모든 시간들이 대견합니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은 아이가 친구와 사회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도와야 할까, 함께 배우는 재미를 느끼게 하려면 어떤 활동이 필요할까, 쉬는 날에는 어디를 함께 걸어볼까 고민하다가 마주치는 아이의 눈부신 미소가 고맙기만 하지요?
코로나 19로 잃은 것들에 대하여 학력과 함께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들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정서적인 힘과 서로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에 받은 외로움과 상처 등에 대한 치유와 회복, 친구와 관계맺기를 통한 상호 작용,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존재감, 학교에서 다양한 만남과 사회성 회복, 공동체 활동, 학생회 활동, 동아리 활동, 예술 활동, 의식과 행사 및 축제들을 통한 관계성 회복 등 기초 학력만큼이나 중요한 것들입니다. 인지학습만으로 정서 치유와 회복, 의사소통 능력과 사회성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상호소통하는 사회성이 형성되면 인지학습은 빠른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교육적 전망입니다.
우리가 코로나 19를 통해서 잃은 것이 많지만, 가장 공통적으로 배운 것은 나와 공동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나와 공동체가 함께 노력했던 경험입니다. 나의 건강뿐 아니라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서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의무를 받아들였던 경험들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귀중한 성장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세상을 걱정하는 부모
자녀를 둔 부모에게 가장 큰 관심은 우리 아이들의 안전입니다. 그 어떤 것도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바꿀 만큼 소중한 가치는 없기 때문에 코로나 19를 겪고 난 이후,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노력과 함께 반전 평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전쟁에 의한 생명 살상과 자연생태계에 대한 파괴는 너무나 심각한 불행을 초래합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의 참상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우리 부모들은 최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전쟁 위기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긴장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2022년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힘에 의한 평화’를 앞세워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확대하였고,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으로 확대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3년 5월 31일에는 우리나라 제주의 바다와 항공에서 PSI(확산방지 구상) 해양 차단훈련을 전개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명분으로도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전쟁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래 전 일입니다. 저는 첫 아이를 낳아 옆에 뉘어 놓고, 정말 많은 나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내 안에 그렇게 많은 내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여러 가지 모습의 나를 만났습니다. 그 모습은 때로는 진실한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모습이었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것도 감수하겠다는 냉정한 보호본능을 가진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한없이 작고 초라한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 아기가 가엾고 안타까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소망을 하나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살아갈 사회가 좀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사회이기를 바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것인가하는 문제는 부모들이 아이의 사회성을 어떻게 키워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하여 부모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의 공통점은 아이에 대한 사랑입니다. 그런데,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서 부모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유형은 아이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아이만을 바라보는 부모이며, 다른 하나의 유형은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바라보는 부모입니다.
3.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과제
우리가 살고 있는 푸른 자연환경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교육으로 환경생태 교육과 평화통일 교육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과 우리 이웃들이 살고 있는 공간들은 서로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와 이웃은 상호의존적인 연계를 맺고 있으며 개인의 행복은 공동체의 행복과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여러 나라 사람들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사람들뿐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과 공동의 운명체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삶도 지속 가능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자연환경도 지속 가능한 삶이라야 좋은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1)
지금까지 우리는 더 많이 소비하는 삶이 우월한 삶이라는 가치가 통용되었기 때문에 더 많은 것들을 소유하는 삶을 지향하고,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서 경쟁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쟁마저 불사하는 문화에서 살아왔습니다. 조금 덜 소유하고 덜 소비하면서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방안을 실천하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여기에서는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전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기후위기 극복
교육에서 강조하는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중심 의제를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과 자연, 생명으로 확장한다면 교육자들의 시야가 넓어지고 지속 가능한 좋은 삶에 대한 실천적 탐구가 가능할 것입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인간과 생명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는 현실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삶의 환경을 물려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자기 주변의 자연환경을 사랑하고 보존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공존하는 삶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자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은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의 기후 소송으로 우리사회에 다가왔습니다. 지난, 2020년 3월, 청소년 기후행동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 19명은 2020년 3월 13일 대한 민국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습니다. 헌법소원을 통해서 청소년들은 “한국이 온실가스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5위 규모로 다량 배출하는데도 2016년 녹색성장법 시행령을 개정으로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폐기하고, ‘2030년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2) 이러한 시행령 개정은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고 미래 세대인 자신들이 정상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살아갈 지구환경을 파괴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그리고, 2022년 6월 13일, 어린이 62명과 부모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5세 이하의 ‘아기’들이 주된 청구인으로 기후소송에 나선 것입니다. 정부가 법령으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가장 오랜 시간 살아가야 할 아기들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정부를 상대로 한 기후소송이 늘어나고 있으며, 5세 이하의 아기들을 주청구인으로 부모들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입니다.3)
또한, 2021년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을 맞이하여 교사들 3,547명은 “기후위기에 대해 지금 당장 말하고, 지금 당장 행동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청소년들을 지지하고 응원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위한 기후 위기 인식과 실천으로 ‘성장보다 정의’, ‘이윤보다 생명’을 우선하는 생태적 삶으로 전환할 것”을 결의하고, 학교를 “기후생태교육과 실천의 장”으로 만들어 갈 것을 다짐했습니다.4) 기성세대들은 알고 있고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생태환경이 우리의 어린 시절과 많이 달라졌으며, 일상의 삶을 흔들고 구체적인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 사랑하는 어린 생명들의 안전과 지속 가능한 좋은 삶을 위해서 ‘사유에서 공유로’, ‘경쟁에서 협력으로’, ‘전쟁에서 평화로’ 전환하고 실천할 것입니다.
2) 전쟁 반대 평화협정
정부는 한미동맹의 작전 수행능력 제고를 위한 한미연합훈련을 진행했습니다. 2023년 5월 25일부터 훈련을 실시했고, 6월 2·7·12·15일로 총 5회를 실시합니다. 한미연합·합동 화력격멸 훈련은 1977년 처음 시작하여 총 11회 실시되었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 3회 실시되었으며, 이번 훈련은 2017년 이후 6년 만에 재개되는 것입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훈련이라는 이번 훈련에서는 북의 후방지역 핵심표적, 지휘통제 체제를 정밀 타격하는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F-35K 스텔스 전투기, F-15 전투기, 아파치 공격헬기 등 엄청난 공격무기가 동원되었다고 한다. 전쟁의 위험이 높아지는 전쟁훈련은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2023년 5월 25일 페이스북에 국방부가 올린 글과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한민국 국방부 5월 25일
역대 최대규모의 한미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이 군사 분계선 인근의 승진훈련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8년 만에 역대 최대규모로 시행된 화력격멸훈련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서도 우리 군의 위용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끼실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의미가 큽니다! 이번 훈련은 올해 건군 75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여,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을 위해 대북억제력을 강화하고, 우리 국군의 첨단과학기술에 기반한 강력한 군사능
력을 과시하며, 한 연합·합동작전 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실시하였습니다.
2023. 05.25 국방부 페이스북
국방부의 페이스 북 글을 보면서 손이 떨리고 서늘한 마음이 듭니다.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를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너무나 위험한 전쟁연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 땅에서 미국의 신냉전 대결정책과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뒷받침하는 전쟁훈련을 진행하겠다는 것입니다. 부모 입장에서 우리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걱정됩니다.
2000년 남과 북의 정상들이 만나서 6·15 공동선언을 선포하고 평화로운 남북교류, 각계각층의 만남이 진행되었습니다. 금강산을 오가고, 개성공단에서 남과 북이 함께 생산한 물건을 남쪽의 백화점에서 판매하던 감격을 경험했습니다. 몇 년 전 2018년 평창올림픽의 감격과 4·27 판문점 선언이 남긴 것은 평화에 대한 설렘과 기대였습니다. 현 정부는 평화 통일의 한 당사자인 북, 협력해야 할 주변국인 중, 러를 적대함으로써 경제, 안보의 총체적인 위기를 자초하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신냉전 대결, 한반도 일대에서의 긴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5) 더 나아가서, 5월 31일에는 제주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PSI 고위급 회의에는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를 비롯한 70여 개국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라니, 걱정이 더욱 깊어집니다. 전쟁훈련이 계속되는 긴장된 시기에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한없이 무겁기만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지속 가능한 미래는 대결이 아니라 평화에 있습니다. 전범국 일본의 재무장을 뒷받침하고 진영간 대결을 고착시켜 안보와 경제위기를 고조시키고, 평화를 파괴하는 한미일 군사훈련에 반대합니다.
4. 평화가 생명입니다.
아이가 말을 배우고, 초등학교에 가고…. 점점 커 가면서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것은 아이가 한 생을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랄수록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아이가 한 생을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이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물고기가 물을 먹고 자라듯이 아이들은 점점 자라면서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세상을 향해서 걸어 나가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가정에서 주는 음식을 중심으로 먹고 생활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만 가더라도 공적인 사회에서 제공하는 밥을 먹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아이가 커갈수록 조금씩 더 많은 것들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맑은 물을 마실 수 있고, 안전하고 생명을 담은 밥 한 그릇을 먹기 위해서는 부모의 개인적인 노력과 함께 사회적인 협력과 공동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이 안전하고 평화로울 때, 우리 아이도 한 생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분단으로 인한 남북 대결은 소모적인 군비경쟁으로 역량을 낭비하였으며, 민족공동체인 남과 북의 번영과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대륙으로 통하는 통로를 차단함으로써 한반도 이남을 단절시켰으며, 섬과도 같은 폐쇄적인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우리 민족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습니다.6) 우리는 70년 분단의 세월 동안 다섯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열고 분단과 적대적인 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지금도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니라 만남과 대화, 화해와 교류를 통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남과 북의 적극적인 노력이 진행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하여 다시 여섯 번째 정상회담으로 평화를 향한 도약을 준비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 부모가 살았던 세상보다 더욱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기를 희망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삶의 터전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실천의 길에 부모의 마음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박미자(성공회대 교수)
1) 이재영(2020. 9. 17).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위기 대응 교육의 방향과 과제, 제3회 교육정책네트워크 교육정책 토론회 자료.
2) 법률신문(2020. 3. 13). “정부가 기후 위기 방관”… 청소년들 헌법소원 냈다.
3) 전아름(2022. 6. 13). 어린이 62명 “우리한테 기후위기 떠 넘기지 마라”. 베이비 뉴스.
4) 전교조 교육희망(2021. 6. 7). 전교조, 세계환경의날 맞아 ‘기후 위기 대응 교사선언’ 3,547명 참여.
5) 6·15 남측위원회(2023. 5. 25). 성명서.
6) 이재훈(2023. 5. 30). 다섯 차례 남북정상회담, 평화 손잡았지만 냉전 벽 못넘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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