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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6월호/378호] 교육현장이야기_모두가 함께 만든 ‘함께 Green 어린이날 큰잔치’(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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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06-12 16:28 조회1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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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함께 만든 ‘함께 Green 어린이날 큰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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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강원지부 강릉지회는  2023년 강릉시 주최 어린이날 기념행사를 주관했다. 무려 3만 명의 어린이들과 가족들이 함께했다. 갑작스러운 우천에도, 야외에서 실내로 자리를 옮겼음에도 많은 어린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했다. 강릉의 모든 어린이들이 왔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연휴를 맞아 강릉으로 여행을 온 경기, 서울 등 다른 지역의 어린이들도 함께 했다. 

 

전교조 강릉지회가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하고 어린이들과 함께 어린이날을 보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여년 전 전교조 강릉지회 선배 선생님들이 처음 강릉 어린이들을 위한 강릉 어린이날 행사를 기획했다. 지금은 사라진 공설운동장에서 강릉의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날 행사를 했다. 시간이 흘러 그들의 역사는 풍문으로만 전해졌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작년까지 아이들 신청을 받아 강릉의 숲에서 숲놀이를 하며 어린이날을 보냈다. 

우리 다시 어린이날 ‘큰잔치’를 해보자고 강릉지회 집행부에 제안했다. 코로나19로 3년 동안 열리지 않던 어린이날 행사에 선생님들이 직접 나서자고 제안했다. 모든 교육 주체를 연결해 우리 아이들을 위한 ‘하루’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청년 교사 중심의 집행부 선생님들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 주셨다.  

 

어떤 어린이날이 되어야 할까. 형식적인 어린이날 행사 말고 재미와 의미. 무엇보다 배움이 있는 어린이날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먼저 방정환 선생님의 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을 담았다. 그리고 『방정환과 어린이 해방선언 이야기』(모시는 사람들, 2021)를 쓴 이주영 선생님의 대중 강연도 기획했다. 어린이들이 행사 소비자로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문화 및 예술체험 등을 담았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교육 주체로서 아이들 이야기로 수다를 떨 수 있는 활동을 만들었다. 참교육학부모회 강릉지회가 두 팔 벗고 나섰다. 마지막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세계 어린이들의 인권침해를 생각하는 계기를 담았다. 

 

<함께 Green 어린이날 큰잔치>의 시작이다. 교육 주체 모두가 함께 만들고 그리는 어린이날, 기후위기와 생명의 의미를 담은 Green, 평화와 풍요를 상징하는 녹색의 의미를 담아 <함께 Green 어린이날 큰잔치> 이름을 정했다.

행사를 마치고 울컥했다. 단순히 힘들어서 울컥한 게 아니다. 머리와 마음에 가득 남은 순간들이 떠올라 울컥했다. 행사 일주일 전, 20여 년 전 강릉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저음 시작한 선배 교사들을 만났다. 그들은 동사무소에서 천막을 빌리고 굴비를 팔아 예산을마련했다. 준비물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차와 집에 모아둘 수 밖에 없었다. 바쁜 남편, 나쁜 아빠를 자처했다. 행사를 마치면 소주를 왕창 마시고 집을 돌며 아내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는 게 일상이었단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뭐가 그리 포근했는지. 한동안 끊겼던 역사를 다시 이어줘서 고맙다는 말, 잊을 수 없는 눈망울로 우리들을 바라보던 그들의 표정을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한다. 

운산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수천 명의 시민들 앞에서 어린이 해방 선언문을 낭독했다. 아이들 12명이 어른에게 드리는 글을 큰 목소리로 낭독했다. 어린이집 아이들 70여 명은 우유팩으로 갑옷을 만들고 종이상자로 배를 만들었다. 지구를, 나무와 바다와 햇살과 내일을 지켜달라는 문구를 삐뚤빼뚤 글씨로 쓴 피켓 등 여러 소품을 한가득 만들어 들고 어른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기후행진 퍼포먼스를 하는 아이들 양 옆으로 어른들이 줄을 맞춰 섰다. 어린이를 위한 의전 퍼포먼스다. 어른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은 아이들은 무대에 올라 강릉 어린이 기후 선언문을 낭독했다. 방정환 선생님의 어린이 해방 선언문과 강릉 어린이 기후 선언문 낭독. 100년 전 우리 아이들을 위한 말들이 아직까지도 실현되지 않아 울컥했고, 기후위기로 더 어려울 우리 아이들의 100년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순간에 울컥했다. 여러 울컥한 순간들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아이들과 학교 안팎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안 나침반으로서 조금 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교조를 노동조합으로만 여긴다. 하지만 전교조는 34년의 역사 동안 단 한 번도 참교육의 가치를 내려놓은 적이 없다. 전교조는 항상 참교육과 노동조합 두 바퀴로 나아갔다. 전교조 강릉지회는 <함께 Green 어린이날 큰잔치>를 기획하고 운영하며 지역사회에 알리고 싶었다. 

학부모와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전교조는 여전히 우리 아이들 옆에 있다고. 교실과 학교 안에서만 존재하는 교사가 아니라 학교 안팎을 넘나들며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하는 선생이 있다고 알리고 싶었다. 참교육의 가치를 인정한 지역사회는 적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어린이날 행사에 주체로 참여했다. 부스 운영부터 자원봉사 참여까지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이웃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학교 현장에도 알리고 싶었다. 참교육의 가치는 교실과 학교 안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생의 교실은 작은 사각형 구조 안에 제한되어서는 안된다고, 아이들이 있는 곳에 교실이 있고 배움이 있다고 알리고 싶었다. 참교육의 가치에 공감한 교사들은 교실과 학교 밖으로 나왔다. 50명의 교사 기획단은 학교 수업을 마치면 학교 밖에 모여 어린이날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전교조 조합원과 비조합원  가리지 않고 모인 우리는 어린이들을 위한 커다란 교실을 함께 준비했다. 

 

단순한 행사 넘어 재미와 의미, 배움까지 담으려고 노력했다. 선생님을 찾아 어린이날 행사에 온 아이들, 중학생이 되었지만 동생을 따라 어린이날 행사에 왔다가 옛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은 분명히 기억할 것이다. 선생님은 학교 안에만 있지 않다고. 학교 안 팎을 넘나들며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함께 Green 어린이날 큰잔치>는 끝났지만 우리들 마음 속에는 진한 추억과 경험으로 남았다. 선생님들이 직접 기획한 어린이날은 역시 다르다며 학부모들과 지역사회는 커다란 지지와 응원을 보내줬다. 우리 반 아이들은 잘 먹고 잘 놀고 학교 밖에서 선생님을 봐서 좋다고 말했다.

학교 밖으로 교사들을 꺼내고 교육 주체, 지역사회를 연결한 전교조 강릉지회는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수행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교실 밖으로, 학교 밖으로 나가지 않는 교사들을 다시 학교 밖으로 꺼내는 기회를 더욱 많이 만들어야 한다. 지역에 풀뿌리를 내려 아이들과 여러 교육 주체들을 만나며 함께 살아가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전교조 강릉지회의 새로운 비전이 아니다. 오래된 미래처럼 과거 학교와 지역의 경계에 서서 살아간 선배들의 역사를 따라가는 길이다. 100년 전 방정환 선생님의 어린이 해방 선언문을 새기고 강릉 어린이 기후 선언문을 쓰는 것처럼, 참교육의 길도 과거로부터 배우고 지금 함께 하는 교육 주체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더 많은 주체들과 함께 그리는 교육이 참교육의 길이다.

김기수 (전교조 강원지부 강릉지회 사무국장 /  강릉 운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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