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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4월호/353호] 희수자연학교를 돌아본다(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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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04-06 16:52 조회1,6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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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자연학교를 돌아본다

 

1.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는 부모교육 소감(학부모 인터뷰)

 

# 권혜진 

나는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교육 분야 워킹맘이다. 희수자연학교에 7년을 보냈고 세 자녀 모두 초등학교에 다닌다. 그동안 참여했던 부모 교육은 부모 독서, 놀잇감 만들기, 교실 도우미, 시간 관리 바인더 쓰기, 긍정훈육 등이다. 희수자연학교에서는 부모님들을 ‘○○ 어머니’가 아닌 ‘권혜진 선배님’으로 부른다.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로 불러 주어서 좋았다. 자기 소개를 할 때 ‘큰 변화를 싫어하는 권혜진’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희수자연학교를 경험한 후 활동 영역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독서 편식이 사라졌고, 다양한 분야를 읽고 실행하고 도전하게 되었다. 교사 출신이라서 그런지 나는 ‘아이 중심, 가정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누가 봐도 ‘정석’이라고 볼 수 있는 첫째 아이를 키울 때까지만 해도 육아에 자신이 있었는데 정반대의 성격인 둘째로 인해 자부심이 흔들렸고, 예측 불가 셋째로 고민은 더 커졌다. 그러나 희수 부모 교육을 통해 아이를 이해하고 나와 남편을 더욱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적당히 편하게 일하고 쉽게 월급 받는 다른 어린이집보다, 힘들지만 나의 성장을 위해 근무에 도전해보고 싶은 희수자연학교를 더 좋아한다. 예전에 다른 어린이집에 근무하면서 아이들의 작품을 전시할 때에는 교사가 밤새워 애들이 한 것처럼 보이도록 엉성하게 만들어 작품전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희수자연학교는 그런 행사는 하지 않는다. 부모 교육을 받으니 교사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는지 투명하게 보였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같이 부르니 아이들과 대화도 잘 되었다. 내 아이가 다니는 희수자연학교를 남들은 특별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때로는 유별난 곳으로 보지만 부모 입장에서, 그리고 교사 입장에서 보았을 때 모든 어린이집이 희수자연학교처럼 되었으면 좋겠고, 그게 당연한 것이 되면 좋겠다.

 

# 이신옥 

희수자연학교 5년차 학부모다. 내 동생은 다른 지역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한다. 나는 항공 승무원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엔 들쭉날쭉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어린이집에서 하는 부모 교육은 거의 참석했다. 내가 참여한 부모 교육은 부모 독서, 희수자연학교 국제 심포지엄(독일과), 가족 세우기(권혜연 박사 진행), 편해문 선생님, 놀잇감 만들기, 교실 도우미, 시간 관리 바인더 쓰기, 긍정 훈육 등이다. 지인이 희수자연학교 입학설명회를 한다고 해서 따라가 보았더니 맞벌이 가정인데도 입학이 불가능할 정도로 대기가 많았다. 나 또한 우여곡절 끝에 2월 마지막에 겨우 자리가 나서 희수자연학교에 들어갔다. 4주간 영상을 보고 문제에 대한 답을 보내야만 영상을 본 것으로 간주하는 이른바 ‘희수자연학교 입학시험’을 친 후 합격해서 들어간 것이다. 설날에 전을 부치면서까지 영상을 보고 문제를 풀었다.

희수자연학교 부모 교육을 받으면서 아이들보다는 오히려 내가 성장했다. 부모 교육이 없었더라면 나도 역시 다른 부모님들과 비슷했을 것이다. 직장 다니면서 교육을 받기는 쉽지 않았지만 희수 부모교육은 어떻게 해서든 참석하고 싶었다. 비로소 나도 교육에 조금씩 분별력이 생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도주원 

2년 동안 참여한 부모 교육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독서 프로그램(긍정 훈육)이며 그 중 부모 교육을 진행하면서 솔선수범하는 앵두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강의를 들으면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희수자연학교에서는 부부클리닉도 함께 운영 중이다. 아이뿐만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도 키워주는 희수이다. 얼마 전 아이가 가을소풍을 갔을 때 아이가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뭔가 불편해 보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같이 받게 되었다. 일부러라도 웃는 모습만 골라서 보내실텐데 그 사진을 받고 의아해하고 있던 찰나에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같은 반에 조금 말이 느리고 표현이 서툰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가 우리 아이 은지와 함께 놀자는 듯, 은지가 앉아 있는 자리에 앉고 싶다는 듯 하는 표현을 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표현이 서툰 아이를 정성껏 몇 년을 돌보았지만 눈맞춤이 힘들었는데 그 아이가 은지와는 눈을 맞췄다는 것! 그리고 아이의 서툰 표현을 본 은지가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 아이에게 자리를 양보해주었다는 것이 너무 감동스러워 사진에 담으셨다고 했다. 강압적이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다름과 배려를 배울 수 있게 해주신 선생님께 감동받았다. 선생님은 사진 속 내 자녀의 표정이 좋지 않음을 보시고 마음이 불편하진 않았는지 조심스레 확인하셨다. 그 말에 만감이 교차했다. 설명 없이 사진을 보았을 때 가진 불편한 마음이미안하면서도 아이들을 현명하게 대한다는 생각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아이가 희수 안에서 현명하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

 

# 이화연 

대구에서 태어나 결혼하며 울산으로 왔다. 세 자녀 중 두 명이 희수자연학교에 다니는 2년차 엄마이다. 나는 희수의 교육 중에 부모 독서모임을 꾸준히 참석했다. 희수자연학교는 큰아이가 유치원에 갈 무렵부터 엄마들의 입소문으로 알고 있었다. 거리가 멀어서 아이를 집에서 가까운 유치원에 보냈기에 희수자연학교는 그저 꿈의 어린이집(?) 쯤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둘째가 다니던 유치원이 폐원하면서 내가 운전해서 아이들을 데려다주더라도 좋은 가치관을 가진 희수에 보내자는 생각에 아이들을 희수자연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희수 부모 교육에 대해 소문을 익히 들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부모교육을 줌으로 진행한다니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교육을 받아보니 역시나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자라는 희수’라는 말이 헛말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물론 한두 번의 교육으로 사람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시발점이 되거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일반 유치원 어린이집의 부모 교육과 다른 것을 경험하고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와 내가 ‘함께’ 희수자연학교에 다녀야겠다고 결심했다.

 

# 이은미 

희수 2년차 부모인 나는 ‘사교육 안하는 곳, 자연을 사랑하는 곳, 발도르프 교육으로 소문난 곳’인 희수자연학교에 100대 1의 바늘구멍에서 극적으로 입학했다. 부모 교육을 받으니 희수자연학교 철학을 더욱더 알게 되고 내 교육 철학에 확신이 생겼다. 교육을 받으면서 의문과 다양한 방법들을 부모님들과 공유하고 좋은 책을 통해 나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표준 답안이 아닌 내 자녀, 내 여건, 내 가정에 딱 맞는 방법을 말이다. 다시 말하면 답을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답을 찾게 해준다. 교육을 받고 나니 내가 좀 편해졌고 신랑이 편해졌고 애들도 편해진 것 같다.

 

# 여원영 

희수 3년차 부모로서 나는 독서모임(긍정 훈육), 수공예 등의 부모 교육을 받았다. 희수에 입학할 때 대기가 너무 길어서 참 슬펐다. 다행히 입학 영상 문제 풀이에 대기 번호가 앞선 일부 부모님들이 도전을 포기했기에 내가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희수에 아이들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매일 흔들리는 초보 엄마인 나에게 희수 부모 교육은 정말 필요하다. 신랑이 부모 교육을 다녀오면 내가 조금 나아지니 야간 근무 때 둘째 돌봐주는 게 힘들더라도 부모 교육은 꼭 가도록 해준다. 덕분에 나는 희수자연학교에서 점점 더 성장하고 있다.

 

 

 

2. 참교육 학부모회 요청으로 부모 교육에 대한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점

 

발도르프 교육, 생태교육, 자연주의 교육 철학을 가진 희수자연학교를 운영하면서 나에게 부모님들의 의견은 ‘차단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부모님들을 ‘과도한 학습을 요구하고, 장애 통합교육을 거부하는 집단’으로 치부한 것이다. 그렇기에 부모의 요구를 잘 거부하는 것이 희수자연학교를 지키는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20년 운영 기간 중 15년간을 부모님과 연대보다는 거리두기를 하면서 보냈다. 

희수자연학교는 교사교육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그렇게 교사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부모님들도 교사들처럼 교육한다면 아이들 성장을 방해하는 요구를 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결국 2016년부터 부모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되었고, 교사들에게 했던 것처럼 부모 교육을 열심히 하게 되었다. 부모님들의 성장과 변화를 보면서 부모라는 그룹은 이상한 요구만 하는 그룹이 아니라 ‘교육을 위해 협력하는, 또 협력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니 느꼈다는 표현은 약해서 달리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지만, 부모 교육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강하게 인식되었다. 초반에는 교사를 교육하던 내용으로 동일하게 진행했다. 그러나 점차 교사교육 영역과 부모교육 영역의 구분이 명확해졌다. 물론 50% 정도는 교집합이다. 

 

참학에서 인터뷰 제의를 받고 부모님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부모 교육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끼게 되었다. 부모들은 교육기관과 발을 맞추고 싶어하며 동시에 기관을 지지하고 있었다. 

교육기관을 더 개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립학교, 국제학교, 조기유학, 영재고 등 아무리 좋은 교육기관도 부모가 자녀에 대해 손을 놓고 있으면 교육은 완성되기 힘들다. 반대로 공교육으로 평범하게 보내더라도 부모가 단단하게 힘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들은 잘 성장할 수 있다. 결국 부모가 힘을 가져야 하는데 잘못된 정보와 상업적 정보 속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전문가 그룹인 교육기관의 역할은 부모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설령 사교육에 교육 외주를 주더라도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 역할을 해낼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국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최하위이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삶의 방식은 우리가 사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부모와 함께 교육하면서 부모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는 교육기관이 되기 위해 오늘도 나는 독서로 힘을 얻는다.

 

3. 최근 유아 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

최근 한겨레신문에 ‘아무도 시설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모두가 시설에서 죽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홍은전 칼럼을 읽었다. 나는 어린이집 원장이다. 이 칼럼을 읽으면서 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도 어쩌면 아이들이 처음 맞이하게 되는 ‘시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칼럼 속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권혜경 씨는 14일간 코호트 격리 경험을 썼다. 그 글에는 원치 않은 격리를 겪으면서 되새겨본 거주인의 첫 입소 광경이 묘사되어 있다. ‘창살 사이로 울부짖던 그의 몸부림은 몇 날 며칠 계속되다가 조금씩 잠잠해졌다… 그것은 적응이 아니라 체념이 아니었을까.’ 이 대목을 읽으며 눈이 멈췄다. 

이제 갓 두 돌을 넘긴 어린 아기들이 친구들과 놀기 위해 어린이집에 보내지면서 나오는 첫 반응과 겹쳐졌기 때문이다. 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과 그곳에서 무엇을 겪을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키우는 게 가장 낫다. 그럼에도 정부의 무상교육 정책이 안락한 가정에서 아이들을 시설로 보내도록 권하고 있다. 원장인 나도 그것에 합세하여 부모님들의 역할이 부족하다 치부하면서 어린이집이 가정보다 더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자랑했다.

20년을 몸담은 지금에야 이 직업의 존재 자체를 다시 해석하게 해준 것은 코로나였다. 내가 아이들에게서 부모님을 빼앗아온 것은 아닐까? 내일을 더 잘할수록 아이들은 부모님을 더 뺏기는 것이 되어버린 것 같다. 예전에 놀이는 돈이 들지 않았으나 요즘에는 마당 없는 도심 한복판이나 차가 다니는 동네 골목이 위험하니 노는데 돈이 많이 든다. 평일에는 어린이집·유치원에서 보내야 하고 주말에는 캠핑과 키즈 카페, 놀이동산에 주머니를 열어야 한다. 게다가 장남감은 또 얼마나 비싼가!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의 표현을 빌자면 명절과 생일마다 받는 고가의 장난감들은 ‘움직임은 놀랍고 소리도 요란하다. 그러나 그것 말고는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것들이거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맞는 말이다. 이러한 장난감들이 아이들의 방 하나를 가득 차지하고 있다. 주인도 아니면서 주인인 듯 말이다. 

반대로 『모모』에는 돈이 들지 않는 또 다른 장난감에 대한 설명도 나오는 데 상자 몇 개, 찢어진 식탁보, 두더지가 쑤셔 놓은 흙더미, 조약돌 한 줌 등이다. 이런 것들로 아이들은 모든 것을 상상하며 논다. 주인 행세하는 고가의 장난감보다 더 애착을 느끼면서 놀이에 흠뻑 빠져들어서 논다. 아이들에게 점심시간이라고 알리는 것조차 미안해질 정도로 돈을 들이지 않은 장남감과 더 깊이 교감한다.

최근 교육부는 알고 그랬을까? 2019 개정 누리과정의 핵심을 ‘놀이’로 전면 개편했다. 물론 교재사들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교구 교재들에 이름을 바꿔 출시할 것이다. 놀

이 과학, 놀이 수학, 놀이 미술, 놀이 코딩, 놀이 음악…. 놀이라는 말은 넘쳐나는데 홍수에 마실 물 없듯 놀이는 더 갈급해졌다. 시흥시 놀이 문화 운영위원 최재훈의 페이스북에 복지 선진국 중, 가정 중심의 복지정책을 펼친 독일의 사망자 수가 시설중심 복지정책을 한 스웨덴보다 현저하게 적다고 했다. 그렇다. 시설에 모두 모아두는 것보다 각 가정에서 그 역할을 할 때 충분한 지원을 해주면 된다. 우리 어린이집 역시 코로나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할 때 부모님들이 가정 보육을 아주 잘 해내는 것을 확인했다.

어린이집 원장인 나는 양육의 주도권을 부모님들에게서 뺏아온 미안함을 전하며 그들에게 양육의 주도권을 뺏지 않으면서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해 보련다.

사회는 저출산을 걱정만 하지 말고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과 가정을 살리는 ‘노동정책’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백승미 (희수자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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