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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신문] 21년 3월(352호) / 교육현장 이야기] 온전한 마을 속 공간,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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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03-11 12:09 조회1,4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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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온전한 마을 속 공간, 학교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아직도 조금 남아 있는 완장 사회 속 불편한 시선과 여러 저항으로 보호해 주었던 4년간의 학교운영위원장을 끝내기 1년 전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코로나19로 학교 문이 막 닫힐 무렵 갑자기 학교운동장에 아스팔트 콘크리트(이하 아스콘) 차도가 깔렸다.

 

방역지침으로 인한 휴교 기간에 학교에서 교내 자동차 출입의 편의성을 위해 운동장을 가로질러 아스콘 차도를 설치한 것이다. 이미 교문부터 차량과 사람 동선이 잘 분리되어 있어 아무 문제가 없었고, 몇 번 학교 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 안건으로 올라왔을 때도 다른 방법과 위치를 권고했던 터라 너무나 당황스러운 사건이었다.

 

임기 10일을 남기고 학교운동장은 어른들이 조심해야 할(아이들이 마음 편히 놀아야 할) 공간에서 ‘아이들이 조심해야 할 학교공간’으로 하루아침에 바뀌게 되었다. 1,00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의 의견보다 30여 명의 자동차 주인에 의해 짓밟힌 폭력적인 학교공간을 마주했다. 아스콘 차도 대책회의 겸 학운위 마지막 회의 때 “…학운위는 심의기구지 의결기구가 아니죠.”라고 이야기하신 학교장님의 말씀이 1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귓가에 계속 맴돈다. 절차상에는 문제가 없지만, 공간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학교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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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학교공간의 중요성을 마을과 도시의 확장된 공간 개념으로 의미를 새기자. 도시학에서 오래된 개념인 ‘400m(1/4마일, 5분) 중심의 10분 도보권 페리(Clarence A.Perry)의 근린주구(Neighborhood Unit)’는 새로운 것 같지만 새로울 게 없는 ‘사람 중심 도보권 도시계획’ 개념이다. 이 커뮤니티 이론이 나온 지 거의 100년 만에 도시의 주인이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

 

이 커뮤니티 공간의 중심은 바로 ‘학교’다. 그것도 ‘초등학교’. 사람을 위한 도시계획사적 기법에서 한 마을의 중심 공간은 학교였고, 학교는 그래서  마을과 커뮤니티의 심장이다. 그 생명력은 연결이고 결합과 순환이다. 그래서 어느 한 집단의 권한과 소유일 수 없으며 함께 쓰고 공유해야 한다. 교원과 교직원은 기본 4년 후에 떠나는 일터지만 아이들은 6년 이상 머물러야 할 배움터이며, 세 살 터울의 두 아이를 둔 학부모라면 10여 년 동안 이사 가기 전까지 함께 하는 삶터이다. 또한 미래 세대들에게도 잠시 빌려 쓰고 내주어야 할 마을의 공적 유산이다. 분 단위로, 도보권으로, 삶의 거리로 정책들이 공간화되는 시기. 공간과 사람을 중심으로 마을과 학교는 결합 되어야 한다.

 

정책은 공간에서 구현된다. 혁신교육지구라는 ‘지구’(District)의 사전적 정의로는 지역, 행정구역 등 물리적 범위를 나타내는 공간단위 용어임에도 지금까지 개념과 정책을 공간화한 시 도는 없었다. 다행히 지난해 서울시 교육청에서 「학교 · 마을 거버넌스에 의한 마을 결합형 학교 공간운영 개선방안 연구」에 참여하며 커뮤니티 스케일을 크게 3개의 마을 결합 유형으로 구분해 보았다.

 

마을교육 공동체 활동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여력만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1차인 작은 마을결합에서부터, 2차인 중간 마을결합을 거쳐, 3차인 큰 마을결합의 연결 회로가 잘 조직되어 있을 때, 거버넌스의 역할과 각자의 여력 안에서 참여 가능한 역할 찾기가 더 쉽게 구체화될 수 있다. 

 

 2021년에도 교육청과 교육부에서 학교 공간개선 사업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중에는 우리 아이들의 주체적이고 행복한 성장과 지역 주민의 평생학습 실현을 위해 학교 내 마을결합형 공유공간 조성도 추진된다고 한다. 우린 모두 언제나 공간에서 만난다. 새학기에 마을과 학교 사이 공간에서 공동체와 배움을 결합하며 서로가 만나는 도전을 해보면 어떨까? 운이 좋게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마을결합형 학교로 선정이 되어 거버넌스의 한 축으로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한 참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발짝 더 나아가 학교 밖 마을 살이 일환으로 교육청에서 하는 혁신 교육 방과후 활동 공모사업이나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에 작은 도전을 해보자. 아니면 조금은 더 오지라퍼가 되어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는 동 주민자치회 회원으로 어린이 청소년 교육자치 분과도 조직하며 아이들을 위해 주민참여 예산도 기획하고 다양한 협력을 모색할 수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마을 결합형 공유공간들이 조성될 때 ‘그 공간에 아이들을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을까?’ 질문을 던져보자. 결국 부모의 마음이다. 학교와 마을의 공간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근거 없는 불안을 넘을 수 있는 ‘부모의 마음’ 공간도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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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공간 혁신의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공간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제 ‘활동’을 넘어 ‘공간’이다. 학교와 마을에서 너무 소외되었던 어린이 · 청소년들의 삶을 위한 공간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온전한 마을 속 공간이 필요하다’로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을 키움의 대상이 아닌 스스로 공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명제 안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공간이란 자기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 있음을 잊지 말자. 학교공간의 주인공들에게 그 선택권과 결정 권한을 함께 나누어야 하는 이유다. 

 

마을교육공동체가 학교를 아스콘 차도로 만들지, 마을결합 배움터로 만들지 선택해야 한다.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선택하고 행동하자.

 

김정호 (도시건축가/마을교육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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