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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12월호/361호]마중물_경쟁이냐 연대냐(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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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12-10 14:14 조회8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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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냐 연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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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경쟁논리가 사회생활 전반을 지 배함으로써 공정 경쟁에의 요구가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사실에 기인할 것이다. 사실 경쟁이 존재하는 한 그 경쟁이 공정해야 한다는 것은 경쟁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우리 사회는 얼마만큼 (공정경쟁이 보장되는) 공정사회일까? 이와 관련, 우리 사회가 과거와는 달리 이젠 ‘개천에서 더 이상 용이 나오지 않는 사회’, ‘계층의 사다리가 무너진 사회’, ‘부와 권력의 세습이 이루 어지는 폐쇄된 계급사회’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박현준, 정인관이 『한국사회학』 제55집 제3호(2021년)에 발표한 한국의 세대간 계층이동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한국사회에서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계층이동률이 매우 높은데다가(근 80%선), 출발 당시 소속되었던 계층과 도달한 계층의 연관성이 이전보다 오히려 30% 정도 감소해 계층의 사다리가 갈수록 더 올라가기 쉽게 되어왔고, 계층소속의 세습정도가 오히려 상대적으로 약해졌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이 붐 을 이루고 있고, 개인의 재능 등이 중시되는 문화산업의 발전이 전 세계에 한류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런 점들에 비추어 본다면 한국은 공정경쟁 질서를 해치는 숱한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는 매우 높은 수준의 공정경쟁이 보장되고 있는 개방적 경쟁사회, 또 그로 인해 자본주의적 활력과 다이내믹이 넘쳐흐르는 사회라고 부를 만하다. 

 그런데 경쟁사회는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에게 최대한의 보상이 주어지는 능력주의 사회이다. 능력주의 사회 에서는 지위가 높은 사람이 과도하게 보상받고 지위가 낮은 사람이 천대받는 것이 당연시된다. 이런 사회에서는 “억울하면 출세하라”가 인간의 사회적 삶의 모토로서 강제된다. 공정 경쟁사회라면 “출세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가 첨언될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서로 간에 전면적인 경쟁관계를 맺으면 맺을수록 노동과 일반대중에 대한 자본의 지배는 한층 더 공고화되고, 소수로의 부의 집중 등이 가속화된다. 

 다수가 노동자로서 살아가야 하는 조건 속에서 경쟁과 능력이란 결국 자본에게 더 많은 이윤을 안겨주는 것이어야 하고, 경쟁에서 능력을 발휘 하는 자가 받는 보상이란 실은 자본에게 더 많은 이윤을 안겨준 것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간 들의 관계를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전면적인 경쟁관계로 내몰면 몰수록, 또 그 속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만들면 만들수록 노동과 일반대중에 대한 자본의 지배는 한층 더 공고화 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이 계층의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기 위한 경쟁에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다수 대중의 삶은 한층 더 비참해지고, 현재의 삶의 현장에서 자신의 노동이 정당하게 대접받고 인간의 존엄을 되찾는 길이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무리 개방적이라고 할지라도 계층 상승에 목을 매는 것은 소수를 제외한 다수에겐 절망적인 몸부림일 뿐이다. 계층상승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잘 살 기 위한 연대가 요구된다. 경쟁의 노예가 아니라 연대의 주역으로 나서라. 능력주의 사회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모든 노동이 정당하게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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