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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10월호/359호] 학부모참여_마을을 품은 금병초등학교, 비단병풍 사회적협동조합(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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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10-13 14:28 조회1,0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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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품은 금병초등학교, 비단병풍 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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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병초등학교는 학교의 구성원인 학부모의 역할을 요구한다. 아이만 학교에 맡겨 놓기를 원하지 않는 다. 책임을 요구한다는 건 요구하는 사람이 더 많은 책임을 지겠다는 데서 출발한다. 어린 시절 기억이 선입견이 되고 편견으로 굳어 학부모의 학교참여를 치맛바람으로 안 좋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게 불편했다. 이유는 그럴 듯했다. 

 “일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부모와 그 아이는 어떡하라고 참여를 요구하지? 이건 일종의 차별이 될 수 있어, 난 참여 안 해.” 

아내에게 큰소리는 쳤지만 한 번만 이라도 참여하란 말에 한참을 미루다가 5월이 지나 학교 모내기에 참여했다. 내 아이만을 챙길 거라는 생각이 바로 깨졌다. 놀랍게도 학교에서 선생님의 자리를 학부모에게 내어 주었다. 학부모가 모내기 선생님이 되어 농사의 어려움, 농부님의 정성, 우리가 먹는 밥의 중요성을 말씀해 주시고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들어가 모내기를 하였다. 내 아이, 남의 아이 구별 없이 우리 모두의 아이로 함께 어울려 모내기를 했다. 

 모내기가 학교 교육과정의 일부가 되어 노동이, 땀이,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아이들 일상에 스며들게 하였다. 쉬는 시간 학교를 둘러보다 매점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매점 아주머니, 아저씨가 아닌 학생들이 손님을 맞았다. 학교에 ‘비단병풍 사회 적협동조합’(비단병풍)이 있어 학교 매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학교 협동조합이란 것도 신기했지만 어리게만 보 았던 아이들이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데 또 놀랬다. 모내기 이후로 치맛바람이라는 나 스스로의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손을 보탤 일이 있으면 가끔 학교에 갔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마을 나들이, 마을 효도 잔치, 마을 신문 등 우리 아이가 참여하거나 갖고 왔던 것의 중심에 학교협동조합인 비단병풍이 있었다. 학교가 교육의 3주체라는 허울뿐인 말을 되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고 학생과 학부모를 세워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뜻있는 선생님이 학부모와 힘을 모아 쉽게 흔들리지 않고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한 고민의 결실이 비단병풍이다. 

 비단병풍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마을주민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 나도 몇 번 행사 참여를 하며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싶어 조합에 가입했다. 조합에 가입해 보니 초기에 선생님이 심어둔 비단병풍이란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학생과 학부모의 자발적 참여 공간이 되고 있었다. 비단병풍을 중심으로 온마을학교를 운영하며 학교가 마을을 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5년간의 노력으로 학교가 마을을 품게 되었고 다시 마을이 학교 를 품어 주는 좋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흐름은 고스란히 아이와 학부모, 교직원, 마을로 전해지고 있다.

 자주 보면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더 나아가 공감하게 된다. 금병초등학교는 학부모와 마을 주민에게 언제나 열려 있다. 학교에서 학부모를 보는 게 어색하지 않다. 선생님을 자주 보니 학교를, 선생님을 조금 더 알 수 있 을 것도 같고, 이해하게 되고, 서로 조금씩 공감하는 부분이 넓어졌다. 

 협동조합(조합)도 마찬가지다. 초기에 선생님들이 멍석을 깔아 준 조합이라고 무턱대고 학교에 도와 달라고 할 수 없다. 이미 초기 선생님은 계시지 않았다. 새로운 선생님으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가야 한다. 서로 불편한 점을 말하는 것은 존중하는 사이에서는 더욱 어렵다. 

 조합원들은 학교에서 더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하고, 학교는 정해진 교육과정이 있는데 자꾸 협동조합 활동을 요구한다고 생각하는 시기가 있었다. 여기에 더해 교육과정평가회의에서 일부 학부모들은 조합 활동이 좋은 데 조합원만 할 수 있도록 제한이 있는 경우를 지적하며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학교와 조합은 고민 끝에 조합의 1년 활동 중 가장 사랑받았던 활동과 김유정 마을의 교육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활동과 장소를 지난 2월에 교육과정 함께 만들기 기간에 소개했다. 

 선생님이 각 학년에 맞게 학생과 해보고 싶은 활동을 교육과정으로 선택해 교육과정에 포함할 수 있게 하였다. 또 학교를 둘러싼 마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마을 나들이를 통해 전입 선생님에게 마을 구석구석을 소개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교협동조합 활동이 교육과정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 교육과정에 편입됨으로써 조합원을 넘어 모든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교육과정에 채택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2학년은 돌봄에 학부모 조합원이 주 1회씩 다른 주제로 강사로 참여한다. 학부모의 돌봄 참여는 돌봄의 질과 다양성이 부모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고 아이들에게도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3학년에는 우리 마을을 흐르고 있는 팔미천 살가지운동이 채택되었다. 팔미천을 살리고 가꾸고 지키자는 운동으로 마을 선생님과 환경전문가가 참여해 환경정화 활동과 생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물놀이가 보장된 시간이어서 아이들이 얼마나 기다리는 시간인지 모른다. 

 4학년은 마을 가꾸기를 진행하고 있다. 조합이 지자체 마을 가꾸기 사업 공모에 지원해 봄, 여름, 가을로 꽃을 받아 아이들이 직접 밭을 갈고 꽃을 심고 물을 주고 풀을 뽑으며 자신들의 마을 정원을 꾸미고 있다. 

 5학년은 목공 활동으로 마을 터줏 대감 문패 만들기를 하고 있다. 해마다 마을에서 선정해 주신 마을 터줏 대감 열 분을 뵙고 인터뷰를 하며 세상에 하나뿐인 문패를 만들어 드리고 있다. 

 6학년은 <시루 이야기>라는 조합신문을 만든다. 학교 안팎의 소식과 조합 소식을 담은 신문을 연 1회 발행 한다. 작년부터는 월간으로 발행하던 춘천 유일 마을 신문이었던 <유정마 을 이야기>가 휴간에 들어가 그 발행인이었던 책인쇄박물관의 도움을 받아 조금 더 전문적으로 교육받는다. 그 이름도 <시루 이야기>에서 <유정 마을 이야기>로 바꿔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농사는 농부의 땀을 헛되이 하지 않는다. 정성스레 심은 씨앗을 가꾸고 가꾸면 더 많은 열매와 씨앗으로 이어진다. 금병초등학교를 나온 금병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새로운 씨앗이 되고 있다. 학부모가 지역 사회에 씨앗이 되고 있으며, 선생님이 또 다른 학교에 씨앗을 심고 있다. 금병초등학교를 졸업한 금병이들이 중고등 학교에서도 조합 활동을 연계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학부모 조합원은 지역의 마을 가꾸기 사업에 이어 춘천시의 돌봄 사업 연구에도 참여하여 금병초가 작은 실험학교가 되었다. 여름과 겨울에는 마을과 함께 방학 캠프를 운영해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고 마을의 귀한 농산물 일부를 조금이나마 학부모가 소비하고 있다. 

 금병초등학교와 비단병풍 사회적협동조합은 서로 힘을 합쳐 마을과 학교의 벽을 낮추고 행복한 공동체로 나아가고 있다. 어디나 있는 고개마루 돌탑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소원을 빌며 쌓아 올려 쉽게 무너지지도 않고 무너지더라도 그 다음 사람이 그 위에 쉽게 다시 쌓아 올릴 수 있는 그런 금병초등학교와 비단병풍이 되어 가고 있다. 그 자연스러움과 넉넉함만으로도 아이들과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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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순 (춘천지회 준비위원장 / 비단병풍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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