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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9월호/358호] 학부모회 법제화를 통한 학부모 자치와 학교 자치의 완성(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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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09-13 11:12 조회1,0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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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회 법제화를 통한 학부모 자치와 학교 자치의 완성

 2021년 2월 10일. 이 날은 ‘충청 북도교육청 학교 학부모회 설치·운영 및 학부모교육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날로 충북 지역 학부모 자치에 기념비적인 날이다. 자칫 과하게 거창해 보일 수도 있는 의미를 부여한 데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학부모회를 법제화하기 위해 앞장서 주장하고 활동해 온 한 사람으로서 그 간의 노고(?)가 주마등처럼 지나가 울컥하는 기분 때문일 테고 둘째는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큰 데 대한 반어적 표현일 터이다.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충북은 13번째로 법제화가 됐다. 시기적으로 빠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신에 다른 시도교육청의 시행착오, 개정과정을 거울삼아 좀 더 세심한 최신 버전의 조례가 만들어진 장점도 있다. 제1조 (목적)에서 ‘학부모교육을 활성화하여 학부모들이 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 교육활동 참여와 학교교육 발전에 이바지함’을 명확히해 학부모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제5조(기능)에서는 학교 운영에 대한 의견 제시가 첫 번째 기능으로 명시돼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학부모회 법제화를 통해 그동안 임의기구였던 단위 학교별 학부모회는 법적 권한을 갖고 학교운영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실로 학부모 자치를 통한 학교 민주주의 실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존재하고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필자는 ‘충청북도 교육청 학부모회 컨설팅단’ 자격으로 단위 학교 학부모회 임원들, 그리고 교사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갖고 있다. 현장에서 그들과 만나 느낀 지난 한 학기의 소회를 조심스럽게 밝히자면, 한마디로 표현해 ‘갈 길 이 멀다’이다. 학부모는 물론 학교와 교사 또한 학부모회 법제화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학교자치를 실현 할 역량 또한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학부모회 법제화 원년, 갈 길이 먼 학교자치의 현장에서 만난 그들, 학부모의 목소리를 통해 진정한 학교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생각해보았다. 

말로는 교육주체, 현실은 민원인인 학부모의 위상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라는 말은 참으로 멋있게 들리지만 실상 실속이 없는 말이다. 왜냐하면 교육은 흔히 교사가 담당하고 학생이 참여하는 것이며, 학부모가 하는 일이라는 것이 대개 형식적인 위원회의 직책을 맡거나 교문 근처 횡단보도에서 교통안전 지도 봉사를 하는 것 정도로 인식되 기 때문이다. 학부모회 법제화 원년인 올해 역시도 그런 경향이 크게 달라 지지는 않았다. 그나마 학부모를 학교 교육의 조력자 내지 지원자로 보는 시각은 양반이다. 내가 만난 어느 초등학교 학부모회장은 토론 동아리를 만들겠다고 학교에 제안했다가 ‘학부모회는 그저 봉사단체였으면 좋겠다’는 학부모회 담당교사의 말을 들어야 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의 교감 선생님은 학부모회장이 너무 깐깐(?)하다며 선생님이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한 거 아니겠냐고 지극히 교사 중심적 사고를 아무 거리낌 없이 내뱉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학교운영위원회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학부모회까지 법제화가 되어 시어머니가 둘이나 생긴 셈이라며 노골적으로 학부모회 법제화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 모두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로 보지 않는 대한민국의 교육자치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학부모를 주체로 인정하고 역할을 담당 할 능력과 시간을 주자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민주화는 교육 권력이 국가와 교원집단 두 주체에 집중되어 있는 ‘2주체 교육민주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 표면적으로는 학부모의 교육 참여를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여전히 학부모에게 배타적인 환경과 문화가 만연해 있다. 학교자치의 선행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열림과 인정부터가 매우 부실한 것이다. 이 조건의 충족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무엇보다 학부모에 대한 인식과 수용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교육주체란 교육의 제반 사항에 대해 선택, 결정, 이행할 ‘자유와 책임’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라면 그것은 학부모가 자녀의 교육을 맡은 학교에 관여 할 수 있고 관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학부모가 교육정책이나 교육 계획의 수립, 집행에 참여할 수 있고 참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라면 주체로서의 역할이 있어야 하고 그 역할을 담당할 능력과 시간이 있어야 한다. 학부모 스스로 교육의 주체로 서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국가의 교육권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학부모 스스로 교육의 주체로 서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학부모가 교육 주체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하다. 법령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하고, 학부모가 스스로의 역할을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도 중요하다. 학부모를 대상화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부모를 주체화하는 교육 말이다. 여기에 교육 선진국들처럼 학부모의 교육참여 휴가제 운영에 대한 논의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자치 실현을 위한 학부모회 법제화와 학부모 바로 보기 

 학부모회 법제화는 학부모에 대한 새롭고 올바른 인식에 근거해야 한다. 교육 실제에서 교사 못지않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주체가 바로 학부모다. 자녀교육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곧 시민교육과 국 가인재양성에도 큰 영 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 주변에는 맹목적인 자식사랑과 가족이기주의, 그리고 지나친 욕심 때문에 비교육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그것은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또 왜곡되기도 했다. 그 결과 학부모가 교육을 망치는 주범으로 낙인찍히고, 학부모는 문제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지게 되었다. 문제 학부모 관점에 근거한 교육정책 혹은 학부모 정책은 계몽적이고 소극적인 참여 중심의 교육정책 을 낳게 되었다. 학부모를 훈계하고 가르치려 드는 계몽적 정책 이전에, 학부모가 왜 저럴까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 지금까지 ‘학부모는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 ‘학부모는 어떤 점이 부족한가’ 등 교육자 입장에서 규범적 질문과 답을 해왔다면 이제는 질문을 바꾸어 보자. 국가는 혹은 학교는 학부모를 사실적으로 파악하고 학부모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아주 다르게 보인다. 즉, 국가가 교육정책을 비롯한 여러 정책들을 통해 학부모의 바람에 잘못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그 많은 문제점이 야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답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학부모가 교육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데도 그에 대한 한국 교육계의 관심은 적절하지 못했다. 교육의 수준은 교사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명제만큼이나 학부모의 수준이 교육의 수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해야만 한다. 정부는 교사의 수준을 높이는 데 투자 하는 것 못지않게 학부모의 수준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과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은 학부모회 법제화의 성공적인 안착일 것이다. 

 박진희 (청주지회장)

   캡처.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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