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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8월호/357호] 학부모참여_전면등교로 우리가 얻은 것(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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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08-11 17:19 조회1,0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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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등교로 우리가 얻은 것

캡처1.PNG

 “엄마~!! 오늘은 두 개야.”

 “감자네?”

 “이것보다 더 많 이 캤는데 친구들 몇 개 나눠줬어” 

“봄에 심은 감자 오늘 캤어? 와, 강현이 감자가 많이 열 렸나 보다.”

 “어. 근데 내가 심었던 자리가 맞는지 기억이 잘 안 나더라고. 하하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학급 텃밭 에서 따온 상추 한 봉지와 흙냄새 가득한 작은 감자 한 봉지를 내밀며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수확하며 느꼈을 즐거움도 그대로 전해졌다.

 은빛초등학교 5학년 마루반. 

 아이는 9시가 아닌 11시까지 학교에 간다. 매일 등교(주5일)한다. 반 친구들이 다 오면 점심을 먹고 수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동네에서 맛있기로 소문나고 그토록 그리워했던 점심 급식을 먹고 수업을 시작하는 것도 꽤 괜찮아 보인다. 이렇게 오후 등교한 지도 5개월이 되어간다. 

 2020년은 약간의 설렘과 기대를 안고 새해를 맞이했던 것 같다. 아마 숫자의 의미가 컸으리라.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으로 약간의 설렘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정말 인내를 거듭하며 한 해를 보냈다.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다 마찬가지였겠지만 나 역시 중2 아들, 4학년 아들과 함께 하루하루 힘들게 보냈다. 온라인 수업을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내버리는 아이는 11시부터 TV를 보려 했고 게임을 하고 싶어 했다. 어쩌면 이런 상황과 타협하지 않으려 애쓰는 나 자신과 싸우는 것이 더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단계별 지침에 따라 주 1~2회 등교를 하게 됐을 때는 정말 기뻤다. 아이가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기에. 

 그런데 등교수업은 온라인 수업 때 가정에서 학습한 내용을 검사하고 평가를 하거나 교과 진도 맞추기에도 빠 듯해 보였다. 등교일 전날 밤은 가방을 챙겨놓고도 긴장하며 불안해했고 학급별 거리두기로 쉬는 시간도 따로 없이 친구들과 편히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는 교실은 아이가 적응해야 하는 또 다른 힘든 현실이었다. 

 이렇게 힘들고 혼란스러운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나에게 계속해서 방향을 제시해 준 곳은 학교였다. 알리미를 통해 학교 소식이나 방역 관련 내용을 즉각 안내해주었다. 특히 온라인으로 진행된 교사, 학부모 간담회에서 각 가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현장에서 교사들의 고충도 들을 수 있었다. 원격수업 중 발생하는 돌발상황과 어려움은 너무나 많았다. 가정마다 네트워크 상황이 다르고 접속량 과다로 인한 시스템 장애가 빈번해 출석(입장)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업 중 잦은 끊김 현상으로 학습의 집중도가 떨어졌다. 수업 참여에 소극적이거나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 학생 지도는 한계가 있었고 수업 중 아이들끼리 채팅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우려되는 건 가정에서 돌봄 격차가 고스란히 학습격차로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가정에서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아이와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의 학습격차가 정상 등교수업이 이루어질 때보다 훨씬 크다고 하였다. 선생님들과 간담회는 이런 상황일수록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소중한 소통의 시간이 되었다. 

 2021년 3월은 다르길 마음속으로만 바라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개학 다음 날 긴급 알리미가 왔는데 오전 오후제 주5일 등교에 관한 것이었다. 2/3가 등교할 수 있도록 1~4학년은 오전 등교 수업과 급식 후 하교, 5~6학년은 급식 후 오후 등교수업을 하는 주5일 등교 방안에 대해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며 즉시 회신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단숨에 읽어내려가며 찬성으로 회신하는데 가슴이 뛰었다. 코로나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앞서긴 했지만 고심하며 토론을 통해 결정하셨을 선생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학부모 설문조사는 3,4학년 85% 찬성, 5~6학년 72% 찬성이 나왔다.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 자율로 결정할 수 있었고 3월 8일부터 아이는 매일 등교(주5일)를 하고 있다. 

 처음엔 오후반이어서 약간의 투덜거림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표정은 밝아지고 활기가 넘치는 것 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의 일상이 돌아 오자 우리 가족도 일상을 되찾는 것 같았다. 저녁식사 시간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들으며 자연스레 대화가 늘어 났고 웃는 일도 더 많아졌다. 교실 수업 얘기를 해보자면, 음악 시간에 단소를 배우는데 교실에서는 부는 악기를 할 수 없으니 온라인 학습으로 집에서 연습을 하였고 단소 테스트(소리 확인)는 옥상에서 친구들과 거리를 두고 했다고 한다. 이렇게 상황에 맞게 할 수 있 는 방법들이 있는 것이다. 수학 시간에 도형의 넓이를 배울 때는 집에서 문제집을 풀면 도형만 보고 하니까 그냥 그런데 학교 수학 시간에는 친구들이랑 직접 엘리베이터 넓이도 재보고 교실 넓이도 재보고 하니까 더 이해가 잘된다고 하였다. 국어 수업 중 <기행문을 써요> 단원은 창체와 연계하여 여행지 소개 PPT 만들기 프로젝트 수업을 했다. 컴퓨터실에서 PPT를 배운다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여행지 PPT 를 발표한 날 아침에는 어떻게 설명할 지 다 기억났는데 친구들 앞에 서서 하 니까 갑자기 떨리고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며 다음에는 연습을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였다. 정말 학습다운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아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6월 중순에 갔던 북한산 둘레길 걷기는 2시간 넘게 걷는 코스지만 1년 반 만에 가는 체험학습은 얼마나 신나는 일이겠는가. 며칠 전부터 준비하고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덩달아 신이 날 정도였다. 지난 1년간 컴퓨터 앞에서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했던 아이의 외로움이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치유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학부모들도 비슷했다. ‘이제 좀 살 것 같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니 정상적인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다’, ‘중학교도 전면등교를 하면 바랄 것이 없겠다’ 등 만족하는 분들이 많았다. 선생님들은 어떠셨을까? 4월 23일 방송된 YTN <탐사보고서 기록-교육재 난 2부>에 우리 학교 현장의 모습이 방영되었다. 화면을 통해 선생님들을 뵐 수 있어서 정말 반가웠다. 우리 학교는 늘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의사결정 체제가 잘 구축되어 있었기에 1학기 전면등교가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동체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기뻐하시는 선생님들, 학교에서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기쁘면서도 뭉클했던 것 같다. 

 감염에 대한 불안감도 당연히 있다. 주변 학원에서 접촉자가 되었거나 가족이 접촉자여서 하교하는 반도 있었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는 반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방역수칙을 잘 지켜줬고 장시간 마스크 착용도 잘 견 뎌주었다. 나 역시 전면등교 후 개인 방역을 더욱 철저히 하고 거리두기 지침도 더 신경 써서 지키고 있다. 학교 가는 아이들을 위해 학부모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서울과 수도권의 거리두기가 4단계로 상향되며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이 된다. 하지만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그 상황을 들은 아이는 작년과는 달랐다. 더 의연해졌다.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배우는 시간 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기에 방역수칙 잘 지키며 건강하게 여름방학 을 보내면 2학기는 더 좋을 거라고 말한다. 학교는 아이들이 마음껏 웃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곳이 라 생각한다. 움츠렸던 아이들이 날개를 활짝 펼치며 날아오를 수 있는 곳도 학교다. 2학기는 전면등교로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우리 학부모들이, 어른들이 더 노력하여 아이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캡처.PNG

강승미 (2020년 서울은빛초 학부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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