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6월호/378호] 학부모참여_장애·비장애 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세상(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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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06-12 17:02 조회383회 댓글0건본문
장애·비장애 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세상
우리 둘째는 지적장애가 있습니다.
국어, 수학은 도움반에 가서 공부하고 다른 과목은 통합수업을 합니다. 학교를 좋아하고 늦지만, 열심히 따라 배우려고 하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고 치료센터와 복지관이 문을 닫으니 우리 아이는 갈 곳이 없었습니다.
대책 없이 퇴행하면 어떻게 하나 답답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동대문구 공모사업 홍보 기사를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사업계획서를 쓸 수 있을까, 사업이 선정되어도 인원이 모아질까 고민되었지만 ‘그래도 뭔가 해야겠다, 이러다가는 우리 아이와 나는 날로 지쳐서 큰일 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 어머니들에게 대표 3인이 사업계획서를 써보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만 데리고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아이들의 안전이 제일 큰 문제였습니다. 발달장애 어린이들은 갑자기 뛰어나간다든가 돌발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하는 체험으로 써보자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사업계획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사업에 최종 선정되었을 때 너무 기뻤습니다.
첫 사업 때는 전산 작업이나 여러 가지 서류작업이 처음이라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서류작업은 왜 이리 어려울까요. 주민들이 하는 사업이니 서류가 좀 간소화 되기를 바래 봅니다.
어머니들은 주말이면 아이들이 할 것도 없었는데, 여러 가지 체험도 할 수 있고 집에만 있으면 핸드폰만 봤는데 나와서 체험하고 뛰어놀 수 있으니 너무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심심했는데 나와서 활동하고 친구들과 만날 수 있으니 너무 좋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장애·비장애 활동이 가능할까 걱정스러웠는데 어른들의 편견이었던 건지 아이들은 서로를 동네 친구로 받아들이며 도와주었습니다. 도움 받아가며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장애·비장애라는 벽은 어른들이 만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보면서 함께하는 것은 즐겁고, 각자의 특성을 인정하며 함께 할 수 있고, 함께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첫해에는 장애·비장애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장애 어머니들은 부담스럽다고 우리 아이가 방해만 되어서 활동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많이 못 나오고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 있을 때 연락하면 나오라고 했더니 좋다고 했습니다. 한두 번 같이 활동하다 보니 너무 좋다고 내년에 활동하게 되면 같이 활동하고 싶다고 장애 어머니들이 좋아해 주셔서 지금은 장애 어린이 3명과 비장애 어린이 9명, 어머니들 9명 총 21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들이 서로 도와주셔서 다치는 아이들 없이 즐겁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장애 어린이들이 긴 시간 앉아있는 것이 어려워 야외에 나가거나 신체활동, 농촌 체험처럼 체험 위주로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제는 함께 배우다 보니 장애 어린이들도 자리에 앉아 수업할 수 있을 만큼 적응했습니다. 지금은 외부 활동과 앉아서 활동할 수 있는 원예나 공예 활동들을 합니다. 원예와 공예를 통해 장애 어린이에게 심신 안정과 소 근육 발달 및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되었고, 비장애 어린이들은 배려심을 배웠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머니들 간에도 끈끈한 정이 생겼습니다. 또래 자녀를 양육하는 입장에서 서로의 고충을 나누며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이 다 함께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모임은 어느새 어머니들끼리 지지하고 격려하는 만남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벌써 장애·비장애 부모와 함께하는 체험으로 4차가 되었습니다. 올해 언제 또 시작하냐고 물어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함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통합 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는 비장애 친구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같이 활동하다 보니 동네에서 서로 만나면 반갑게 인사도 나누고 밝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 학원에서 받아주어서 비장애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있고 얼마 전에는 피아노 연주회에서 연주도 했습니다. 장애 어린이들은 못 하는 게 아니고 기다려주면 어느 순간에는 따라옵니다. 기다림과 배려로 같이 활동하다 보면 함께 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 친구들도 있지만 우리 아이처럼 비장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통합 교육이 필요한 친구들도 있습니다. 세상은 글로벌 국제화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국제화의 흐름에서도 배척이 아니라 융화가 필요합니다. “너희들”보다는 “우리 같이”라는 글로벌 지구의 소속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통합 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이 이러한 덕목을 자연스럽게 배워갈 수 있으며,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 어린이들은 사회성과 올바른 사회적응 규칙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서로에게 편견을 갖지 않고, 하나의 인격으로 다름을 인정하고 도우면서 배울 수 있는 통합 교육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서 전국적으로, 구에서 동에서 장애 어린이들도 마을 안에서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내 아이의 친구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2년에는 동대문구 혁신 교육 축제에 장애·비장애 통합 교육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함께 하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부스를 받아서 홍보했습니다. 모든 학교가 도움반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장애 친구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하였을 때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와 같은 반이 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고 행운목 심기 행사를 했습니다.
장애·비장애 상관없이 밝은 미소로 먼저 인사해주고 긍정적인 마음과 바람직한 행동은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롤 모델이 됩니다. 느낀 점은 우리 장애 엄마들이 많이 사회로 나와서 아이들과 함께 활동해야겠다는 것입니다. 매년 통합 교육의 필요성을 혁신 교육 축제에서 알리고 싶었는데 혁신 교육 예산이 없어졌다 하니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고 코로나19를 잘 버텨보자 하고 시작했었는데 이제는든든하게 지원해주는 어머니들과 어린이들이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저는 장애·비장애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다양한 활동으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이 활동이 꾸준하게 이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 아이와 함께 마을 안에서 살아가는 법을 같이 배우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조유나 (이문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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