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5월호/377호] 사설_청소년의 아픔을 돌보고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다(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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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05-10 14:31 조회422회 댓글0건본문
청소년의 아픔을 돌보고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다
4월 중순에 서울 강남에서만 10대 청소년 3명이 잇달아 자살했다.
이 중엔 우울증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다 SNS에 자살 과정을 생중계한 청소년도 있었다. 게다가 19일에 전해진 아이돌그룹 멤버의 자살 소식은 청소년들에게 큰 충격을 주며 베르테르 효과, 모방 자살의 위험을 남겼다.
통계청이 4월 25일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10대 자살률(인구 10만명 당 자살 사망자 수)은 2020년 6.5명에서 2021년 7.1명으로 10.1%나 증가했다. 또한,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2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중·고생 10명 중 3명이 최근 1년 간 우울감을 경험했고, 중·고등학생 중 약 40%는 평상시에도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한다. 한편, 최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자살 위기 극복 특별위원회’에서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여러 인터뷰에서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자살을 하나의 선택지로 받아들이게 하며, 유족에게 선택의 이유를 따져 묻게 해 고통과 죄의식만 안겨 준다”고 설명하며 해외 언론들은 ‘자살’이라는 중 립적 표현을 쓴다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에도 “몸이 아파서 죽는 걸 선택이라고 하지 않는데, 정신이 아파서 죽는 건 왜 선택이라고 할까.”, “자살은 상황에 내몰려 하는 것이지 선택일 수 없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나 교수는 또,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은 ‘자살이라는 문제를 직면하고 싶지 않은, 우리 사회의 방어기제’일 뿐 이라고 하면서 ‘극단적 선택’이라는 우회 표현에도 극단적 선택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김현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운영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청소년 자살이 큰일이라며 청소년들을 보살펴 달라고 요청했다. 언론사에 기고한 글에서 김현수 교수가 당부한 주요 내용을 옮겨 본다.
가장 시급한 첫 번째 과업은 미디어 노출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나쁜 보도를 제거하고, 청소년들에게 정보에 대한 문해력 교육을 빨리 제공해야 한다. 둘째, 모방 자살은 ‘동조 경향’이 무섭다. 동조 경향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자살할 때 처지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받는 큰 영향을 말한다. 자살한 사람의 주변 집단, 소속 학교, 연결된 네트워크 성원들에게 낙인 효과를 주지 않는 예방적 관심을 포함, 고품질, 대용량의 돌봄과 네트워크, 도움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셋째, 가정과 학교에 자살 예방 프로그램이 집중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자살 경고 징후를 비롯해, 보이지 않게 진행되고 있는 자살 계획을 알아내도록 서로를 보살피고 관심을 높여야 한다.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 캠페인으로 생명 사랑 활동이 전개되어야 하며 친절하고 공감하는 관계 형성이 학교와 지역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넷째, 정부나 교육청이 정신과 진료와 상담 적체 해 소를 위해 패스트 트랙(빠른 진료 체계)을 마련해 하루 빨리 힘든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다섯째, 죽고 싶다는 마음을 호소하는 학생들에게 부모, 교사, 중요 어른들의 진심 어린 경청과 돌봄이 필요하다.
‘죽고 싶다’는 건 “정말 힘들다”는 말이다. 코로나19의 후유증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심각한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학교는 정작 중요한 청소년의 정서적 지원과 관계 회복에 집중하지 않고 엉뚱한 진단과 처방만 내리고 있다. 동급생을 흉기로 찌르고 자살한 중학생에 대해 “소지품 검사를 하지 않은 탓”이라고 하는 언론, “학생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학교폭력을 막고 제어해야 하는 교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무총리 등 모든 책임을 엉뚱한 곳에 돌리는 어처구니 없는 나라에서 청소년을 지켜내려면 우리 모두의 더 큰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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