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5월호/377호] 미디어와 만나기_『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할 수가 없어』를 읽고(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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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05-10 14:20 조회374회 댓글0건본문
『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할 수가 없어』를 읽고
장애가 있는 동생과 오랜 시간을 보내며 가지게 된 복잡한 감정들이 동기가 되고, 본인처럼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를 둔 사람들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마음에, 소아과 의사인 유아사 쇼타는 이 책을 썼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동생을 보며 걱정도 되고 가엾기도 했지만, 어린 마음에 그런 동생을 창피하게 생각하기도 했다지요. 작가는 그런 마음이 드는 자신이 ‘이상한 아이인지’ 스스로 자책을 한 적도 많았다고 합니다.
나는 동생이 좋다. 하지만 같이 있으면 내 마음은 구겨진 종이처럼 엉망이 된다. 집에서는 다들 동생만 챙긴다. 얘기 좀 들어줘요. 나도 좀 봐 줘요. 장애가 있는 형제, 자매를 둔 아이들은 타인의 감정을 돌볼 만큼 성숙한 존재가 아닙니다. 본인 스스로도 아직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온전히 받아야 하는 처지이지요.
하지만 부모는 장애 자녀를 우선 챙기고 배려하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비장애 자녀를 소외시키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불편하게 여기게 되거나,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배려하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희생하며 살게 되지요.
장애인 가족에 대한 지원이 늘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장애아를 양육하는 과정에는 개인 가정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도 큽니다. 장애아를 양육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정서적·심리적·경제적 문제는 결국은 가족 구성원들의 몫으로 오롯이 남습니다. 오죽하면 부모 자신보다 장애 자녀가 하루 먼저 세상을 뜨는 것을 소원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장애를 가진 자녀와 함께 살아보지 않는 이상 그 힘듦을 안다고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아니 그렇게 말해선 안됩니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들에게 ‘그저 운명을 받아들이고 감당해내라’고만 말하 기엔 현실이 너무나도 잔인합니다. 요즘 학교 현장에 가면 경계선 지능인(느린 학습자) 친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장애인이라고 단정짓긴 어려우나,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아이들, 사회성 발휘에 필요한 복잡·다양한 기제가 잘 발현되지 않아 친구들과 관계맺기가 힘이 드는… 그런 아이들이지요.
그나마 요즘의 우리 학교는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는 법을 가르치려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자녀를 둔 가족들은 여전히 불투명한 앞날에 불안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연명해갑니다. 그들이 알아서 감당해야 할 몫이라 치부하면 서, 그들을 외롭게 내버려 두진 않았으면 해요. 그들에 대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할 수가 없”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 심적 기다림이 비장애인들의 마음속에서도 단단히 싹을 틔웠으면 좋겠습니다.
곽경애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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