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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4월호/376호] 미디어와 만나기_다시는 없어야 할 [다음 소희](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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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04-14 10:44 조회3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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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없어야 할 [다음 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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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다소 의외였다. 

소희가 춤을 춘다. 그런데 관람하는 입장에서는 무슨 음악에 맞춰 추는지 알 수 없게 음악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다소 어설퍼 보이지만, 본인이 완성하고픈 동작을 몇 번 하다 쓰러져도 계속 시도하는 소희는 좋아하는 일에 쉽사리 포기란 없어 보인다. 

소희가 싸움을 한다. 식당에서 유튜브 영상을 찍는 친구가 옆자리 남자들에게 욕을 먹자, 거침 없이 다가가 따지는 대범한 아이이다. 이유 없는 비난에 맞설 줄 아는 깡다구가 있다. 

그런 소희가 무너졌다. 추운 겨울,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나간 소희는 술기운이었을지, 현실에 대한 고통이 이젠 극에 달했다는 생각의 결과였을지, 그 시린 발로 차가운 물 속으로 사라진다. 

 

우리 사회는 인간의 노동력과 그 가치를 너무 가볍게 여긴다. 노동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과정이고, 누구나 겪는 일이니까 부당함 정도는 참는게 당연한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텔레마케팅 알바를 해 본 경험이 있다. 그냥 “안녕하세요? 여기는 아이들에게 글쓰기 교육을 지도하고 있는 학원입니다.” 한마디 했을 뿐인데 전화는 끊어진다. 세상 처음 들어보는 차가운 목소리다. 처음 경험한 ‘거절’, ‘거부’에서 오는 감정…. 수화기를 내려놓아도 한참 동안이나 심장이 벌렁벌렁거리고 얼굴이 뜨거워졌었다. 정말 별 대화가 오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소희가 대기업인 줄 알고 갔던 통신사 하청 업체는 특성화 고등학교 아이들을 데려다가 이런 전화만 하루에 수십 통을 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은 맞지만, 그 방법과 처우는 달라야 한다. 현장 실습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는 배움의 일부이기 때문에 참아야 한다. 그렇게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용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자니 어찌나 창피하고 부끄러운지…. 

영화 ‘다음 소희’는 2017년 전주에서 일어난 ‘콜 센터 현장실습생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전반부는 소희가 현장실습에 나가며 겪게 되는 일을 다루고, 중반부터는 소희의 죽음을 예사롭게 보지 않고 파헤치는 형사 유진의 시선을 따라간다. 영화 내내 유일하게 그나마 어른 같았던 형사 유진. 택배 회사에서 실습 중이었던 소희의 친구에게 “힘들면 언제든 연락해”라는 말을 유일하게 해주는 어른이다. 그 별 거 아닌 것 같은 한 마디에 그 친구는 눈물을 뚝뚝 흘린다. 또 마음이 내려앉았다.

영화 후반부 형사 유진이 콜센터, 학교, 교육청 등을 찾아다니며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분노한다. 그렇지…. 저런 핑계와 변명이 늘 따라다니지…. 아직도 늘어놓는 변명들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내용들이다. 

‘다음 소희’를 관람하게 된 것은 사무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문화생활 좀 해보자는 제안으로 본부 식구들이 처음 간 단체(겨우 3명이지만) 관람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지막한 욕설과 훌쩍이는 소리의 반복이었다. 문화생활은 이런 영화를 보며 하는 것이 아니다는 투덜거림은 부끄럽고 화가 나는 마음을 대변한 것이었으리라. 영화관 안에는 우리 세 명과 다른 관람객 한 명뿐이었다. 곧 영화관에서도 내려갈 텐데….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여기 저기 연락을 남긴다. “꼭 봐, 아직 끝나지 않은 현실이야.” 

윤현정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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