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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4월호/376호] 어린이·청소년 인권_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 학생을 존중한다는 것(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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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04-14 10:32 조회6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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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금지한다는 것, 학생을 존중한다는 것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사람들, 그중 특히 보수 기독교단체 등은 조례의 ‘차별금지’ 조항을 문제 삼곤 한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의 경우 제5조에서 성별, 종교, 용모등 총 21개의 사유를 예시하며 학생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주로 표적이 되는 건 예시한 사유 중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이나 “임신 또는 출산”이다. 

요컨대 ‘비정상적인 성소수자는 뜯어 고쳐야 하’며, ‘미성년자이자 학생이 감히 성관계를 해서 아이를 낳는다니!’ 하는 그런 반감의 표현이다. 일단, 성소수자 학생이나 임신·출산한 학생이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조항이 이렇게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은 꽤나 황당하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학생이 부당한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무언가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은 그 무언가를 장려하거나 권유하는 의미는 아니다. 차별금지 사유 중에는 “병력”, “(학업) 성적”도 있는데, 그 의미가 학생들에게 병에 걸리라거나, 공부를 못하라고 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억울한 마음도 드는 부분은, 학생인권조례상 차별금지 조항이 그리 존재감이 크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러 실태조사나 연구를 살펴보면, 학생인권조례가 시행 중인 지역이라고 해서 소수자들이 차별을 덜 겪는다는 뚜렷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두발·복장규제나 소지품 검사, 체벌 등에 관해서는 빈도·정도 차이가 눈에 띄게 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학교생활규정 등을 고침으로써 개선될 수 있는 두발·복장규제 같은 문제와 달리, 차별 문제는 교사,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의 일상적인 인식과 태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라는 포괄적인 법조문으로 차별이 사라질 리도 없고 말이다. 즉, 차별금지 조항은 실제 학교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은데도, 유독 학 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차별금지 조항 때문에 학교에서 ‘동성애교육’을 받는다는 식의 가짜 뉴스는 말할 것도 없다. 학생인권조례에는 교육과정에 따라 이뤄지는 성교육의 내용이나 방식을 규정하고 바꿀 만큼 영향력이 없다.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을 그토록 못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생각해 보면, 결국 학생들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보호자나 교사의 욕심 및 희망사항과는 별개로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다. 보호자와는 다른 종교나 정치적 사상을 가질 수도 있고, 누군가 편협한 고정관념과 달리 성소수자일 수도 있다. 교사의 지도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못할 수도 있고, 어른들이 보기엔 이상해 보이는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을 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그런 여러 가능성을 긍정해야 하며 이를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하지도 말아야 한다. 왜냐면 학생들은 모두 자기 삶의 주인이고, 다양성을 가진 인격체이므로.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하고 좋은 삶인지에 대해 학교에서 교육하고 개입하는 것은 폭력과 차별이 아닌 더 교육적이고 세심한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보편적 인권에 기반하여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성소수자가 ‘비정상’(기독교식 표현으론 ‘죄’)이라거나 청소년의 임신·출산이 ‘반윤리적’이라고 보는 건 매우 주관적인 가치관일 뿐이다. 다양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선 어떤 사람이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라는 것이 ‘잘못’이라는 공적인 합의가 있을 수 없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하는 임신·출산은 힘든 경험일 수는 있으나, 처벌이나 차별을 받아야 할 일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주관적 가치관을 학생/청소년들에게, 학교 교육에 마음대로 적용하고 강요하려 들며 학생인권조례와 차별금지 조항을 없애려 드는 건 ‘독선’이자 ‘행패’라고 밖엔 부를 말이 없지 않겠는가. 

 

공현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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