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월호/374호] 교육현장이야기_신나는학교를 소개합니다!(6~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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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01-16 17:36 조회494회 댓글0건본문
신나는학교를 소개합니다!
신나는학교는 역량중심 미래학교입니다
현재의 학교 체제는 18세기 시민 혁명과 19세기 산업혁명의 결과물로 부모의 신분과 관계없이 누구나 똑같은 교육을 받을 기회의 보장, 그리고 산업사회 필수 지식을 갖춘 인력의 대량생산 체제가 학교라는 기관을 통해 구현된 것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세대에게는 새로운 교육체제가 필요합니다. OECD는 정답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침반을 가지고 길을 찾아가듯 스스로 학습하며 만들어갈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학습 나침반이라 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나는학교는 지식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 역량을 기르는 학교를 목표로 탄생했습니다. 미래사회 디지털 혁명이라는 쓰나미로부터 도망가기보다 자기 균형감으로 파도를 잡아타는 서퍼는 널빤지 한 장 들고 용감하게 파도 속으로 걸어 들어가 짠물을 먹는 시행착오를 겪어내야만 파도 위에서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습니다. 4C(소통력, 협업력,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나6C(4C + 콘텐츠, 자신감), 혹은 9C(6C + 문화교류와 이해, 진로개발과 자립, 컴퓨터 활용과 정보통신 문해력)는 신나는학교라는 미래교육의 바다에 빠져서 놀다 보면 스스로 키워나갈 수 있을 겁니다.
신나는학교는 관계 중심 민주학교입니다
민주주의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이 되는 체제를 의미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입니다. 이를 신나는학교에 적용하면 이렇게 됩니다. ‘신나는학교는 민주학교다. 신나는학교의 주권은 학교의 구성원들에게 있고, 모든 배움은 구성원들로부터 나온다’. 신나는학교는 직접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함께 참여하고 함께 논의해서 함께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결정들이 지켜나가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갈등도 겪고 시행착오도 겪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들 자체를 배움으로 여깁니다. 신나는학교의 민주주의는 단순히 제도적인 문제만이 아닙니다. 신나는학교는 이미 짜여진 교육과정을 전달하고 주입받는 학교가 아니라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배움을 구성해나가는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합니다. 신나는학교의 가치와 철학을 반영한 전체 필수교과가 있고, 발달단계에 따라 배워나가는 단계별 교과가 있지만, 무학년제로 섞여서 프로젝트를 스스로 구성하며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통합반 교과도 있고, 자기가 원하는 배움을 스스로 만드는 개별화 교과도 있습니다. 이 네 가지 방식의 배움을 씨줄과 날줄로 엮으면서 짜나간다는 의미에서 ‘직조형 교육과정’이라고 부르고 상징기호로는 #을 사용합니다.
신나는학교는 다양성에 기반한 공동체 학교입니다
‘우물정’, ‘샵’, ‘해쉬태그’, #을 어떻게 읽든 그것은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이 아닙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다 다르고,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가 다릅니다. 신나는학교는 학교의 울타리에 갇히지 않기 때문에 마을과 지역사회 구성원들도 함께 합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과 민주적으로 함께 사는 법, 함께 배우는 법, 함께 성장하는 법을 배웁니다.
개인이 무시되는 공동체는 불가능합니다. 공동체 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동시에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 목소리만 높일 수는 없습니다. 음악에서 #이 의미하듯 때로는 반음 올리고, 때로는 반음 내려서 다른 목소리가 잘 들리되 서로 부딪히지 않는 아름다운 조화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신나는학교의 기숙사는 단순한 숙박 공간이 아닙니다. 기숙사는 공동체생활을 배우는 관계 학습의 핵심 플랫폼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지식은 허공에 뜹니다. 하지만 관계 맺고 함께 할 수 있으면 서로 가르치고 배우게 됩니다. 그래야 배움이 삶과 일치하게 됩니다. 신나는학교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서로에게서 배우는 공동체 학교입니다.
신나는학교는 글로컬 플랫폼 학교입니다
플랫폼은 한국말로 판(板), 순우리 말로는 멍석으로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이 필요한 앱을 다운 받거나 만들어서 스스로 구성하고 조합하여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판인 것처럼, 근대학교가 짜여진 틀이었다고 한다면 미래학교는 스스로 구성하고 실천하는 판입니다. 그 멍석 위에서 한 판 놀아보는 것이 배움의 과정입니다. ‘Real-World Learning’입니다.
신나는학교는 진짜 세계와 연결하는 배움을 지향합니다. 지구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고, 그 해결책을 지구적으로 고민합니다. 유엔이 주창하는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들을 교육과정의 주제들로 설정합니다. 다만 실천은 우리 터전에서 만듭니다.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에서 실천하라. 그래서 글로컬(Global+Local)입니다.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우리의 문제가 전세계적인 문제임을 확인하고 함께 각자의 지역에서 따로 또 같이 연대하며 바꿔나갈 수 있는 길을 찾습니다. 우리의 배움은 개인의 부귀출세가 아닌 함께 살아갈 지구를 향합니다.
신나는학교는 도전하는 진화 학교입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왜 아이들을 데리고 실험하느냐는 말은 교육적이지 않습니다.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고 합니다. 바다에 뛰어들지 않고는 서핑을 배울 수 없습니다. 도전하고, 때로는 실패하고, 성찰하고, 다시 수정하고, 또 도전함으로써 우리는 계속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신나는학교는 고정된 학교가 아니라 진화하는 학교입니다. 어제의 교육을 딛고 우리는 내일의 교육으로 나아갑니다.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지역사회도 이 한 판 춤에 용감하게 뛰어들어 즐겨보려 합니다.
역량 중심 미래 학교, 관계 중심 민주 학교, 다양성 기반 공동체 학교, 글로컬 플랫폼 학교, 도전하는 진화 학교. 그래서 신나는학교의 비전은 ‘내 삶의 주인으로, 함께 손잡고 서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신나는 사람들’입니다.
하태욱 (신나는학교 교장)
나는 신나는학교에 다니고 있다
나는 신나는학교에 다니고 있다. 신나는학교라 하면 대부분 되묻는다.
“신나는 학교?”
이 한마디는 보통 일반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물어보는 것과는 다르다. 물론, 처음에 신나는학교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내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은 대안학교를 일반 학교에 적응 못하는 애들이 가는 곳, 질 나쁜 애들이 가는 곳 등으로 생각하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었다. 학교 온라인 가정통신문으로 신나는 학교와 관련된 내용이 날아왔는데, 별로 자세히 보지도 않고 꺼버렸다. 그런데 그날 저녁, 어머니의 권유는 내 중학교 생활을 바꿔놓았다. 그냥 딱 이 한마디, ‘너 신나는학교라고 들어봤어? 너랑 잘 맞을 것 같던데?’ 그렇게 신나는학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내가 이 학교에 들어오게 된 것은 기존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원래 일반 학교에 적응 문제도 아닌, 어머니의 제안으로 인한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저 ‘여러 가지 많이 해보면 언젠가는 내 인생에서 쓸 곳이 있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경쟁률이 높을 것 같지도 않았고, 가서 좀 별로면 다시 원래 학교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난 이 학교에 그렇게까지 진심이 아니었기에 자기소개서 작성도 계속 미루고, 신나는학교라는 말이 듣기 싫어질 정도로 부모님과 갈등도 많아졌다.
그러나 현실은 3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 열정 넘치는 교사진들, 그리고 무엇보다 개성 넘치는 학생들. 모든 것이 당황스러웠고, 낯설었다. 하지만, 나도 꽤 관종력 넘치던 아이로서 밀리지 않았고, 학기 초반에는 나름 잘 적응했다. 또, 예상은 했었지만, 정말 극명하게, 아주 확실하게 무리가 나뉘어져 갔다. 무리가 나뉘는 문제는 OT 때부터 보였고, 결국은 그 무리들이 신나는학교에 판들이 되어 지진을 일으켰다. 나 또한 한 무리에 들어가 1학기 초반을 지냈다. 그러나 워낙 원칙주의자 성격이 강했던 나는 무리 사람들과 너무나도 맞지 않았다. 밥 먹듯이 해 대는 이성통방과, 입장을 바꿔서 보았을 때는 노는 애들처럼 보이는 것 같던 내 모습, 모든 것이 힘들었다. 그렇다고 당장 이 사람들과 멀어질 수는없는 노릇이었다. 워낙에 무리가 나누어져 있었던 탓에 졸지에 낙동강]오리알 신세가 되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든 매달려야 했다.
그렇게 힘든 감정, 스트레스들을 견디고 견디다 결국 폭발했고, 상황은 학폭 사안으로까지 가게 되었다. 이때의 일을 모두 말하기엔 너무 길지만 정말 안 좋은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어쩌면 사춘기가 지나가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때의 일을 겪고 나서 나는 많은 게 바뀌었다. 일단 사람과의 거리를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더 이상 가까이 하지 않고, 말수가 적어지고, ‘혼자면 뭐 어때’란 마인드를 가지게 되었다. 나 자신이 관계의 중심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신나는 학교에 오기 전, 일단 1년 다녀보고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기로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리석다. 신나는 학교에서 생활해 보니 기존 교육시스템이 얼마나 구리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느끼게 되었고,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신나는 학교에서의 삶을 되돌아보면 득보다는 실이 많았던 것도 같다. 그러나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기업의 성장 그래프가 J모양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치고 올라가기 위한 거름이었을 뿐, 지금이 J의 꼭지점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는 나의 성장을 위해 살아갈 것이다.
최지성 (신나는학교 8학년)
현재를 즐기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신나는학교
안녕하세요. 저는 신나는학교 7학년 학부모, 신나는학교의 신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지요. ^^ 제가 왜 우리 아이를 신나는학교에 보내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짧게 나눌까 합니다.
저와 아주 친한 분은 자녀의 조기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영어와 수학 실력이 뛰어난 아이로 키우셨고 주변에 늘 자랑처럼 자식교육에 대해 얘기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도 일찍부터 조기교육을 시켜야한다는 생각에 아이와 갈등을 겪었지요. 아이는 어려서부터 에너지가 너무 넘쳐서 몸으로 놀고 몸을 움직이기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영어와 수학을 시키려면 상품을 걸거나 타이르거나 야단을 치는 일이 다반사였지요.
그렇게 아이와 갈등을 겪던 어느 날 우연히 읽은 ‘이솝에게 배우는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눈이 떠졌습니다. 햇볕이 뜨거운 어느 날, 아버지와 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당나귀를 시장에 팔러 끌고 갑니다. 한 나그네가 당나귀를 왜 안 타냐고 타박하여 아버지는 아들을당나귀에 태우고 가다가, 더운 날 아버지를 걷게 한다고 아들을 야단치는 노인들의 말에 아버지가 당나귀 등에 탑니다. 그런데 또 더위에 아들을 걷게 한다고 아버지를 흉보는 아낙네들의 말에 아들도 같이 태워가다가, 상인 한 명이 당나귀가 기운이 없으면 좋은 값을 못 받는다고 충고하자 당나귀를 어깨에 메고 가지요. 결국 버둥거리던 당나귀가 시냇물에 빠져 떠내려가 버립니다. 그 순간이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막 뛰었어요. 머리를 무언가에 세게 맞은 것처럼 ‘핑’돌던 순간이었어요. 그 아버지에서 교육에 대해 진지한 소신 하나 없는 저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어요. 마을 사람들의 말만 곧이곧대로 들은 아버지의 잘못된 판단을 보며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입시 경쟁에 내모는 많은 부모들과 저의 판단이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아들과 당나귀와 소통하지 않은 아버지처럼 저 역시 그랬습니다. 당나귀가 떠내려가는 불행한 결말을 피하기 위해 저는 아이에게 늘 무엇이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지 자주 물어보며 확인하였고, 하고 싶은 것을 주도적으로 할 때 잠재되어 있던 모습들이 발현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2020년 코로나를 혹독하게 겪었던 첫 해, 평소 요리를 좋아하던 아이는 유튜브를 통해 베이킹 기술을 스스로 터득했고 수없는 반복과 연습을 통해 누군가에게 가르칠 정도의 실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2021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주관하던 ‘만들어가는 경기 꿈의 학교’에서 ‘스타쿠킹’이라는 수업을 열게 되었고, 6학년 꿈짱으로서 30시간 동안 다양한베이킹을 주제로 요리 수업을 자발적으로 이끌었습니다. 아이의 열정과 에너지를 보며 부모인 저희가 더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고, 그 과정 동안 힘든 가운데에 아이 역시 많은 보람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단지 베이킹 기술의 습득뿐 아니라, 재료와 수업내용을 준비하고 설명하며 시범을 보이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역량들이 저절로 길러지는 성장이 있었다고요.
아이가 설렘을 가득 안고 신나는학교에 입학한 지 1년이 되어갑니다. 아직 학교 건물과 기숙사도 없고,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시스템과 교육과정 안에서 모두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아이가 처음 꿈의 학교 수업을 꾸려가던 그 모습처럼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학교 공동체 모두가 큰 성장이 있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지금도 주변에서 대학진학에 대해 궁금해하는 주변 부모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제 소신 있게 이야기합니다. “ 인생 길잖아요. 그래서 아이만 괜찮다면 좀 천천히 가도 될 것 같아요. 당장 내일도 모르는 일인걸요.” 적성이 무엇일까요. 경험해 보지 않고 어떻게 적성을 알 수 있을까요. 전 아이가 신나는학교의 다양한 교육과정과 스스로 만들어가는 수업을 통해 1년간 매우 많이 성장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행복하게 현재를 즐기는 과정에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그 일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많은 고마운 손길과 민서의 열정이 합쳐져 대추 한 알처럼 붉고 단단한 열매를 맺으리라고 믿습니다. 학교생활이 힘들기도 하지만 재미있고 행복하다는 아이의 말에 울컥하는, 저 역시 참 행복한 엄마입니다.
김희경 (7학년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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