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2월호/373호] 청소년기자가 말하다_너의 아픔은 곧 내게로 온다(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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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12-09 17:02 조회420회 댓글0건본문
너의 아픔은 곧 내게로 온다
벌써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5년이 지났다. 그 후로도 끊임없이 내 곁에서 혹은 저 멀리서재난이 일어났다. 그러면 재난이란 무엇인가. 지진과 태풍의 재난을 곁에서 겪으면서 수없이 많은 재난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여전히 재난의 의미에 대해서는 모호하고 막연하다. 사전에 의하면 재난은 ‘뜻하지 않게 생긴 불행한 변고, 또는 천재지변으로 말미암아 생긴 불행한 사고’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뜻풀이가 그 의미를 온전히 설명해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고, 실제 생활에서 재난은 의미를 확장 재생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재난에 대한 인식은 인류가 어떤 형태로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없는 사건이라는 관점에서 인류의 예측과 대비가 잘못됨으로써 발생한사건이라는 관점으로 변화되는 것 같다.
지금은 재난의 시대다. 지나친 산업자본의 발달로 인한 기후 생태 위기 속에서 사회의 비정상성에 한 걸음 더 가 닿는다. 재난은 단절의 계기가 된다. 재난, 그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자 동시에 기존 질서 그 자체가 단절의 경험이 되기도 하고, 이로부터 새로운 삶의 질서에 방향을 제기하는 사회적 필요성을 인식한다. 지금이 그렇다.
위기 속에서 터져 나온 세월호 방송 ‘가만히 있으라’는 우리나라의 압축적 산업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관철되는 우리 사회의 변치 않는 지배 원리인, 공적 위기 극복 시스템의 총체적 부재를 보여주는 집약적인 표현이었다고 본다. 이는 곧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의 인식이었고, 2017년 11월 15일 늦은 2시 29분 포항지진의 충격은 이러한 불평등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내는 신자유주의의 거친 속살이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4년 세월호 참사, 2017년 포항지진과 올해 9월 6일 힌남노 태풍의 포항 피해, 10월 29일 이태원 사건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재난은 다양한 문화적, 사회정치적 담론과 결합되고, 미디어의 의도적 이미지화 된 것을 받아들여 인식한다. 그러면 재난의 일회성과 우연성이라는 관념 그 자체를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문제가 된다. 대중은 화면 밖에서 객체가 되고 한발 물러서서 회피하면서 바라보게 된다. 포항시 북구에 살아 포항지진을 직접 경험해서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남구에 피해가 집중된 힌남노 태풍에는 어느 정도 무관심하게 되는 것은 미디어의 시각 때문이라고 본다.
여기서 일상의 비정치적 언어로 작동해온 연민의 개념이었던 ‘공감’의 의미는 재난으로 인한 불행과 고통을 추상화시키고 객관화시킴으로써 이제는 정치 경제학 용어로 사용된다. 사회적 불평등, 고통, 비참함에 정서적으로 반응 할 수 있는 사회적 감수성의 구조, 나아가 이러한 감수성에 기반을 둔 사회적 실천을 우리는 함께 모색하고 실천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는 선진국의 기본적 자질로 온 사회적 연민의 정서에 내재되어 있는 사회 시스템이어야 한다. 복지국가라는 틀 속에서 평등의 이념을 이데올로기적인 수혜와 기부의 행위로 전환시킴으로써 그 속에 담긴 정치적 위험성을 제거하고, 너와 나의 아픔을 나누며 ‘공감’하는 기회를 확장해야 한다. 재난을 겪은 그들의 아픔을 온몸으로 공감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감을 표현하여 아픔을 제거하거나 줄여내는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그런 사회를 꿈꿔야 한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처럼.
이사빈 (청소년기자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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