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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1월호/372호] 어린이·청소년 인권_학생인권조례, 후퇴가 아닌 확대가 필요하다(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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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11-11 16:15 조회5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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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후퇴가 아닌 확대가 필요하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은 주민발안을 통하여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위기에 처했고, 경기도는 교육감이 직접 나서서 학생인권조례를 후퇴시키려고 한다. 충남에서도 학생인권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로 교사와 학생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같은 인간이지만,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은 동등한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여전히 학생은 교사에게 억압받고 통제된다.

 내가 다니는 경기도의 학교 현장에는 ‘학생인권생활규정’이라는 이름의 교칙이 있다. 나는 이 단어를 보고 기괴하다고 느꼈는데, 이름 자체가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 함께 있어서다. 대부분 교사가 학생을 규제하고 억압하기 위하여 교사들끼리 만든 것이다. 머리 길이, 옷차림, 가방 디자인, 등교 방식 등에 관해 여러 가지 규제가 있다. 애초에교사들끼리 만들었다는 것부터 학생인권조례에 어긋나지만, 그 내용도 왜 이런 것을 규제하는지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등교 방식 규제의 예를 들면, ‘몇 km 이내에 사는 학생은 학교까지 걸어서 등교해야 한다’는 식이다. 환경을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을 들었던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당황스러운 교칙이다. 그럼 교사는 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규제하는지 교사에게 물어보면 교사마다 이유가 다를 뿐만 아니라 마치 변명처럼 갑자기 이유를지어내기도 한다. 사실 답변을 들어도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경우가많아, 나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교칙들이 많다.

 사회 전반에서 청소년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무르는 학교에서는 더욱 인권 침해가 일상적이기에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의 교칙과 억압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구제 절차를 밟거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여 개정 권고를 받아도, 학교는 그저 ‘권고’이기 때문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다. 학생이 인권 침해라고 느끼고 있으니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게다가 학교들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알리려 하지 않는다. 학생도 인권이 있는 인간임을, 이러한 권리가 법에 보장되어 있음을 알려 주지 않는다. 학생과 인권은 동떨어진 것마냥 이야기하고, 교권과 관련된 교육은 강사까지 불러 시행하지만 학생인권과 관련된 이야기는 절대 꺼내지도 않으려 한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있음을 잘 알지 못하고, 이상한 교칙을 적용당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지역마다 편차도 크다. 아직까지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도 많고, 학생인권조례가 있더라도 지역마다 조례의 내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는 조례 위반으로 인권 침해라 인정받을 내용이 다른 지역에서는 아니게 되어버리기도 한다. 전국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조례가 아닌 법률을 개정해 ‘학생인권법’을 만든다든지, 새롭게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학생인권조례에는 한계가 많고, 조례가 제정된 지역이더라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서울, 경기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0년이 넘은 지역들이다. 그럼에도 머리카락, 옷차림 규제 등 인권 침해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후퇴를 논할 것이 아니라 학생인권조례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잘 작동하지 않는다면 개선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학생들은 보호라는 이름의 억압과 통제는 필요 없다. 그리고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는 모두 동등하게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하루빨리 학교들이 학생인권조례를 제대로 이행하고, 학생인권이 상식으로 자리잡았으면 한다.

민서연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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