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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9월호/370호] 미디어와 만나기_<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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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09-07 17:55 조회4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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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학교는 늙은 아버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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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우영우. 똑바로 읽어도 우영우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우영우는 처음 만나는 사람마다 누가 말릴세라 숨 가쁘게 자기 소개를 합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틀면 처음 들어가는 화면에 고래, 헤드폰, 김밥이 나옵니다. 어떤 상징이 담겨 있을까요. 김밥은 ‘재료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다네요. 고래는 내면의 진실, 헤드폰은 고독한 존재 같은 걸까요? 

 고래는 우영우와 늘 함께 지내는 영적인 동물입니다. 우리에게도 무척 익숙한 동물이죠. 세월호 아이들이 고래를 타고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오리라는 염원이 담겨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를 보는 동안 일본에서 만든 세월호 재연 방송 <한국 세월호 침몰의 진실>이 떠올랐네요. 세월호가 기울자 한성(가명)이는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에 의심을 품고 스스로 상황 판단을 합니다. 머뭇거리는 몇몇 아이들을 설득해 세월호를 탈출하죠. 학교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었더라면 세월호 사망이 덜 허망하지 않았을까요. 아이들을 지켜주는 것. 이게 어른의 역할일까요. 부모가 언제나 아이 곁을 지킬 수는 없죠. 아이 스스로 지킬 힘을 키워주는 것이 어른 노릇 아닐까요. 드라마 내내 ‘니가 알아서 하라’며 매섭게 채근합니다.

 

 우영우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만 아버지는 자기를 ‘아빠’라고 불러요. 자식이 홀로 서려는데 자꾸 방해하는 건 부모 아닐까요. ‘학교는 늙은 아버지 같다’는 말은 문지원 작가가 18살 때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영등포 하자 센터 영상 디자인 작업장에서 공부할 때 『당대비평』 제10호(2000.3)에 쓴 글 제목입니다. 문지원은 “‘나’들이 깨달을 수 없고 성장할 수 없는 사회, ‘우리’가 아닌 ‘당신’이 지배하는 사회 이런 사회가 학교라면, 학교는 반드시 붕괴되어야 한다”고 해요. 학교가 늙은 아버지 같으면 아버지인 나도 붕괴되어야만 할까요. 절망. 다행히 문지원 작가는 9화 ‘피리 부는 사나이’로 아버지한테 길을 터줍니다.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 어느날 갑자기 학원 버스에 탄 어린이들을 납치해 신나게 놀다 온 죄로 재판을 받게 된 방구뽕. 내가 절대로 따라 할 수 있을 거 같지 않은 인물이지만 아이들은 무척이나 좋아하네요.

 덕분에 눈물 쏙 빠지게 웃다가 하나, 두울~~ 할 때는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방구뽕은 어린이 해방군을 이끌어 혁명을 꿈꾸는 혁명가래요. 혁명은 ‘어린이는 웃고 어른은 화를 내는 이름을 가지고 거기에 걸맞게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른들에게는 망상장애 환자이지만 ‘자물쇠반’ 아이들은 ‘어린이 해방의 의미를 이해’한대요. 한바다 변호인단은 방구뽕을 망상장애 환자 판정으로 감형 받으려고 하지만 우영우는 다릅니다. ‘

 사회체제에 반대하는 사상을 가지고 개혁을 꾀하는 (중략) 죄를 지은 사람, 다시 말해 사상범입니다. 도덕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한 죄를 지은 파렴치범이 아닙니다. 피고인이 망상장애 환자라는 진단을 받는다면 그건 피고인의 감형에는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어린이 해방에 대한 피고인의 사상은 욕되게 할 것입니다. 저는 피고인의 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의 사상 그 자체를 변호하려고 하는 겁니다.’ 재판 마지막 날 방구뽕은 사상범으로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고도 즐거운 재판을 받습니다.

 ‘어린이 해방군은 선언한다. 하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둘,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셋,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당장 놀 수 있으면 건강해지고 행복해질까요. 나는 붕괴되어야 할 늙은 아버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걸까요.

심주호 (홍보출판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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