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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9월호/370호] 어린이·청소년 인권_열세 살부터 교도소에 간다고 뭐가 달라질까(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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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09-07 17:47 조회5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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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부터 교도소에 간다고 뭐가 달라질까

 

「소년법」과 관련 법제도가 사회에서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청소년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더 약하게 처벌하는 듯한 사법 체계는 범죄자를 나이가 어리다 해서 봐주는 법이라며 반감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다 2010년대부터 “촉법소년”이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이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경우를 가리키는데, 형사처벌 외에 「소년법」이 적용된다. 이를 두고서 ‘만 14세 미만 청소년들이 아무 처벌도 안 받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청소년들을 보호해주고 봐줬더니 이를 악용한다’는 인식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었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이런 사람들의 반감에 부응하여 이른바 ‘촉법소년 연령 하향’, 곧 형사처벌 대상 연령 기준을 낮추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TF’를 꾸리고 형사처벌 대상 연령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 대통령 선거 당시 더불어 민주당 이재명 후보 역시 유사한 공약을 제시한 바 있으며, 문재인 정부도 형사처벌 대상 연령 기준을 만 13세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먼저, 오해부터 바로잡자.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아무 처벌도 안 받는 특혜를 누린다’라는 것은 상당 부분 허상이며 과장되어 있다. 만 14세 미만 청소년 역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경우,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처벌과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소년원 구금을 포함한 보호 처분이나 배상, 가정·학교에서의 처벌, 사회적 낙인 등 여러 제재가 있는데 단지 형사처벌만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리낌 없이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다. 실제와 다른 잘못된 정보의 확산은 범죄를 조장하는 효과마저 낳고 있다. 잘못된 정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아야 할 정부가 오히려 오해를 부추기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형사처벌 대상 최저 연령을 만 14세 이상으로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형사처벌 대상 연령을 더 낮추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이는 청소년의 특성과 여러 나라의 사례 등 연구를 반영한 기준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국제인권기준에 정면으로 거슬러 형사처벌 대상연령을 낮추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별다른 근거 없이 사람들의 범죄에 대한 반감에 응답하는 인기영합적 정책이라는 것이다.

 

 사실 형사처벌 대상 연령 기준이 예컨대 ‘만 14세 미만’이 아니라 ‘만 13세 미만’으로 바뀐다고 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해당 나이의 청소년 중 이러한 법의 적용을 받을 사람은 매우 소수이고 그럴 만한 사건도 드물다. 하지만 정부가 ‘범죄자를 강하게 처벌하기만 하면 된다’는 기조를 취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섣부른 형사처벌 확대가 가정 환경 및 여건이 열악한 청소년들에게만 더 심한 처벌이 가해지는 걸로 귀결될 위험성도 있다. 나아가, 이른바 ‘촉법소년’ 논의가 청소년을 비롯해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을 확대하고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감과 백래시(Backlash, 사회적 진보와 변화에 대한 대중의 반발)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형사처벌 대상 연령을 몇 살 더 낮출지에 초점을 맞춘 논의는 인권과 공익 증진에 필요한 논의는 뒷전으로 만들 위험이 큰, 무책임하고 사회에 유해한 접근 방식이다. 연령이 아니라 환경과 정책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형벌법령을 위반한 청소년에 대한 조치는 온정주의가 아니라, 재범 방지 등 사회의 공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책임 분담의 취지이다. “최고의 형사 정책은 사회 정책이다”라는 격언은 모든 범죄에 적용되어야 할 말이되 특히 청소년 관련 사법 제도 논의에서도 새겨야 할 말이다.

 

공현 (청소년 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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