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6월호/378호] 요즘 저는_어려운 시기에 고군분투하는 참학을 늘 응원합니다(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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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06-16 16:43 조회395회 댓글0건본문
어려운 시기에 고군분투하는 참학을 늘 응원합니다
안녕하세요? 고유경입니다. 저는 참학에서 주로 상담실에서 활동했습니다.
큰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아이의 학교생활을 지켜보는 일이 몹시 마음 불편하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참학에서 하는 학부모 상담활동가 교육 공고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본 ‘학생 인권’이라는 네 글자가 저의 불편한 마음의 이름을 알려주었습니다. ‘아! 아이는 지금 학생 인권을 침해받고 있는 거구나!’라고 탄식했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학생 인권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에 이끌려 무조건 교육에 참여했고 학부모 상담원이 되었습니다. 참학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 준 곳입니다. 열정적으로 전화상담을 하고 학부모들의 어려움을 도와주려고 노력했고 학생 인권을 위한 연대활동도 열심히 했었습니다.
나에게 열정이 있고 능력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해 준 것도 참학 상담실이었습니다. 그때가 저의 전성기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질 정도로 멀리 나와 있지만 학생 인권과 관련된 이슈를 뉴스에서 보면 자동으로 반응하게 되고 참학에서는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찾아보게 됩니다. 얼마 전에는 방송에 교사가 나와서 교권을 보장하기 위해 아동 학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교권이, 아동이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버젓이 말하는 교사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세상이 정말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습니다.
저는 요즘, 참학과는 거리가 있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그림을 그리는 둘째 아들 정도운 작가의 매니저로 살고 있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정도운 작가의 활동을 서포트합니다. 예술지원사업에 서류를 내서 지원금을 받아 전시를 열기도 하고 전시기획을 하기도 합니다. 작가의 그림으로 굿즈를 기획하여 제작 판매를 하기도 합니다.
2019년에는 그림 그리는 발달장애인 작가 엄마들이 의기투합하여 <아르브뤼 코리아>(편집자 주 : art brut-가공하지 않은 예술을 뜻하는 프랑스어. 쟝 뒤뷔페가 지적장애인들의 작품을 아르 브뤼라고 함)라는 사회적 협동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미술에 대한 전문성도 없는 엄마들이 자녀의 작가 활동을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어차피 다들 비슷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데 함께 하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한 일입니다.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하고 줄 세우기보다는 함께 어우러지며 함께 성장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우리처럼 혼자서 고생하는 다른 엄마들, 특히 후배 엄마들에게 길을 내어주는 일을 하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아가 작가들을 도와주는 부모가 없을 때라도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하고 그것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조합에서 저는 공모사업 서류를 쓰고 온갖 행정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참학에서 해봤던 일들이 이 일들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줍니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초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고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 지금은 큰 성과는 없이 일만 많아 힘이 듭니다. 지치기도 하지요. 그래도 참학에서 배운 협동과 연대, 운동가 의식으로 잘 버티고 있습니다.
참학과 너무 멀어져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글을 쓰며 제 삶의 구석구석에 참학이 숨어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고군분투하는 참학을 늘 응원합니다.
고유경 (전 수석부회장,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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