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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9,10월호/381호] 사설_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학부모다(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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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10-17 16:38 조회3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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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학부모다

 

학부모라서 죄인이다.

참교육학부모회 34년 학부모 운동 역사가 부정당하는 것 같아 참담하다.

학부모는 이제 사전 접수를 하고 상담 허락을 받아야 하는 ‘악성 민원인’이 되었다. 서로 떠맡지 않으려고 싸우는 진상, 가해자가 되었고 ‘욕받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혐오와 차별이 만만한 학부모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검찰, 경찰인 서이초 학부모는 못 건드리고, 자영업자인 대전 학부모들만 공격하는, 약자들만 응징하는 비겁한 사적 제재가 도를 넘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한 ‘2023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유·초·중·고등학생의 수는 578만 명이다. 다자녀를 감안해도 학부모는 족히 1천만 명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1/5이 학부모인데 이들을 모두 살인자, 교권 침해자, 악성 민원인으로 치부해 대처하는 데에 국회, 정부, 교육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사, 교수, 교육공무원, 학교 비정규직은 학부모가 아닌가. 자녀의 보호자라는 생각보다 직업에 대한 이해와 요구가 우선인가. “나는 학부모가 아니다”고 자녀 앞에서 말할 수 있을까. 모든 학부모를 일반화해 비난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 셀프 디스다.

 

교육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혼란 상황이 ‘시대는 변했는데 학교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교육부, 교육청, 학교는 어느 곳보다 관료주의가 팽배한 조직이다. 담임과 담당 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직장문화가 가장 심각하게 고착된 ‘각자도생’의 대표적인 현장이다.

교육 당국의 관료주의는 교사는 물론이고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구성원 간에 문제가 생기면 당사자들끼리 나가서 싸우라고 하고 아무도 책임 지지 않는다. 교육부가 발표한 고시 역시 교사 개인의 판단과 책임만 있을 뿐 학교와 교육청과 교육부는 책임 지지 않는다. 교육 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을 분리시키려 해도 학생을 담당할 인력도 공간도 없다고 현장 교사들은 한탄하고 있다. 

 

개정된 법에 따라 교권보호위원회도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면 교사도 학교폭력 관련 학생들처럼 학교 밖에서 외롭게 싸우게 될 것이 자명하다. 아무도 목격자 진술을 안 해주고 학폭 담당교사도 출석하지 않는 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회가 선례다.

교육계가 피아 구분 없이 가장 약한 이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사이에 정부는 더 큰 그림을 그리며 교육을 퇴행시키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유치원에 다니면 우리 아이들이고 어린이집에 다니면 남의 아이들이라는 논리로 급식비·간식비 지원을 따질 게 아니라, 감사원이 내국세 20.79%를 축소해 아동 ·청소년이 아닌 노인에게 지원해야 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교원단체는 교사의 역할과 자리를 뒤흔드는 에듀테크 교육에 맞서야 한다. 공교육에 써야 할 세금으로 사교육 업체에 퍼주는 AI 디지털 교과서와 디지털 교수학습 시스템에 대응해야 한다. 빅데이터 수집을 이유로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기업에게 고스란히 제공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4세대 나이스 시스템 오류와 2028 대학 입시 개편안도 시급한 과제다. 

다행히 교육계에 새로운 연대체가 꾸려지고 있다. 정부와 기득권 편에 선 언론들의 편파 보도와 다르게 ‘교육 전문 언론’은 교육계의 문제를 넓고 깊고 공평하게 다루길 바란다. 아고라를 모델로 한 ‘교육 광장’은 교사, 교수 중심이 아닌 학생과 학부모가 균형 있게 참여할 수 있는, 담장이 없는 너른 광장이길 바란다. 

학생과 학부모는 분리하고 배제할 외부인이 아니라 졸업할 때까지 함께 지낼 수밖에 없는 가족이고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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