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신문 345호/ 교육현장] 직업계고등학교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내몰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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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0-08-05 16:06 조회2,565회 댓글0건본문
직업계고등학교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내몰렸는가?
아! 슬프도다.
어찌 이리도 매정한 현실이 반복되는가? 정부는 노동현장에서 직업적 단련으로 형성된 기능을 평가받는 자리가 기능대회라고 설명한다. 아니다. 현실과 멀어진 대회는 산업체에서 외면 받왔고 지금은 학생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 기능대회 개선안을 낸 교육부는 2007년 고 황준혁, 2020년 고 이준서 학생들의 죽음으로 보여준 아픈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메달 경쟁에 의해 희생된 학생들의 모습은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죽음의 사슬을 끝내지 못하고 오늘 또 연장시키고 있다. 우리는 ‘교육부가 왜 존재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문교과 동아리’ 기능반은 통상적인 학교 동아리가 아니다.
직업계고등학교에서 왜 소수 학생을 선발하여 기능반이라는 학급이 아닌 소집단을 만드는가? 일상적인 교육활동이 아닌 특별할 만큼 학생의 진로 선택의 넓어지거나, 취업의 문이 열리는 등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학생의 선택과 특별할 것도 없는 학교 선발 과정이 혼합되어 있지만 기능반 활동에 억압적 요소가 발생하는 구조는 무엇인가? 등 수없이 많은 질문과 의문이 세상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기능반은 학교교육과정의 동아리다. 구체적으로 동아리 형태를 구별짓기를 하면 ‘전공교과 동아리’로 분류된다. 하지만 학교에 운영하는 일반 동아리와 다른 결의 무늬를 갖는다. 기능반 선발은 조기에 한다. 통상 고등학교 1학년에 선발되지만 기능중심으로 학교운영하는 몇몇 학교의 경우 중학교 3학년 입학예정자들을 선발하여 관리하고 있다. 메달 가능성이 보이는 학생을 조기 선발하여 소수 정예화된 기능반을 운영하고 있다. 17세부터 24세 사이 참여하는 국제기능올림픽 대회는 2년 주기로 열린다. 그래서 매년 열리는 전국대회 우수자 2명이 출전권 획득하는 ‘평가전’ 추가로 실시하는 구조이다. 전국대회 우승자는 세계대회 평가전에 참여권을 획득한다. 결론적으로 세계대회 메달을 목표로 16세(고1)부터 20세까지 4년의 기간이다.
학교는 기능반 학생들의 정상적 학습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직종별 대회 과제와 시간은 차이가 있다. 통상 3일 15시간~20시간 과제이다. 대회 준비과정에서 3일 한 번씩 같은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여 작업하면서 대회를 준비한다. 이는 일반 훈련과정과 다르게 느슨한 기능 학습이 아니라 모의고사를 보는 고강도의 집중력과 신체 한계에 도전하는 강도 높은 훈련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단순 기능만 반복적으로 훈련하였다. 기능대회 전까지 메달 따는 기계가 되어서 학생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고강도 훈련을 감내해야 했다. 이런 훈련과정은 기술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현상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지 못하고 반복적인 기계적 행위만 남는다. 어찌 이를 두고 실무능력 배양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장시간 기능훈련으로 학생들의 건강권 침해와 수업시간 중 훈련 등 수업권 침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교조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되었다. 응답 조합원의 65.7%는 기능반 하루 평균 훈련 시간이 6시간 이상이라고 답했으며 오후 8시가 넘어서야 훈련을 마치는 답변은 86.9%에 달했다. 통상 기능반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에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조합원는 28.8%에 불과했다. 기능반 학생 10명 중 7명은 ‘일부 수업만 참여(30.3%)’하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는(40.9%)’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성장과 정신적 성장이 필요한 시기에 쉼 없는 반복노동은 가혹행위와 다르지 않다. 대회 상위권 입상이라는 화려한 찬사로 가려진 기능대회 준비 과정에서 훈련과 혹사는 교사들과 학생들이 거듭 그 고통을 호소해 왔다. 기능반 학생들은 고등학교 기초 교과목 학습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성장과 발달을 추구하는 ‘고등학교의 존재 의미’를 망각한 것이다.
1% VS 99%, 또다른 공간에서 경쟁교육이다.
지난해까지 지방기능경기대회에는 28만 7000여 명이 참가해 6만 9000여 명의 입상자를, 전국기능경기대회는 7만 2000여 명이 참가해 9000여 명의 우수 산업인력을 배출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세계 일류의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제조산업의 강국으로 발전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공헌한 핵심 숙련기술인이다(윤정식 한국기능올림픽연구원장, 2020.06.02. 한국경제 기고글). 참가인원은 전체 직업계고 학생의 5%미만이다.
기능반의 문제는 학생들이다. 1%를 위해 99%의 학생은 버려지는 구조이다. 기능대회 수상은 결코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전국 기능대회에서 지난 10년 동안(2007~2016년 통계) 입상자 중 1470명이 대기업에 입사했을 뿐이다. 그나마 2007년부터 특정 대기업이 기능대회를 후원하고 입상선수를 뽑고 있다. 그 기업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한 위상을 가진 회사다. 지방대회 참가 인원 매년 약 5천 명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미비한 수준이다. 전국대회 입상자가 진학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나, 일반 수업을 빠진 상태에서 고교 3년간 훈련해도 메달을 따서 대학에 진학하여도 대학교육에 적응할 방안은 없다. 이는 소외되는 시점만 뒤로 밀릴 뿐이다.
반교육적 행태 보이는 학교에서 학생이 무엇을 배우는가?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워 학생을 죽음의 길로 내모는 학교가 정상적인 학교의 모습인가? ‘침묵의 자살’은 닫힌 세상에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그 고통을 외치는 것이다. 한 생명이 무엇으로 죽음에 내몰리게 되었는지 성찰해야 한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말이다. 그런데 학교는 이준서 학생의 극단적 선택의 진상으로 제대로 알려하지 않고,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이제는 기능담당 교사 한명을 처벌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최근 지방대회를 끝나가고 있다. 입상성적을 언론에 자랑하는 학교들이 다수 보이고 있다. 이런 현실을 목도해야 하는 직업계고등학교 교사로서 나는 참담할 뿐이다.
소수 정예를 선발하고 이들의 성적응ㄹ 통해 학교의 명성을 드높이고 차별화하련느 교육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학교가 다수 학생을 소외시킬 뿐만 아니라 수혜 당사들에게도 고통과 차별을 감내하게 만든다. 직업계고등학교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내몰렸는지 전 사회적 차원에서 심도깊이 논의를 시작할 단계가 되었다.
김경엽(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직업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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