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신문/ 교육자치시리즈3] 지방교육자치의 발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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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0-07-02 15:52 조회2,440회 댓글0건본문
지방교육자치의 발전 과제
우리 교육은 큰 성취를 이루었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공공적 돌봄 체제를 형성하는 일, 초중등교육 체제를 재구축하는 일, 공적이고 유능한 평생학습 체제를 갖추는 일 등은 당해 지역의 주민들이 자신의 교육 역량과 교육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만들어가야 하는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교육자치는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교육자치의 발전 과제를 몇 가지 제안한다.
현재의 교육자치는 광역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교육지원청은 명칭과는 달리 여전히 ‘행정의 전달 창구’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기초 단위 수준의 차이와 다양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교육자치 수준을 하향할 필요가 있다. 지역 간 상황이 복잡 다기하여 중앙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시도 단위의 교육청이 주도성을 발휘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생활권 단위를 중심으로 리더십을 형성하여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행 교육지원청을 지역교육청으로 환원하고, 명실상부하게 지역 교육의 책임 기관으로 자리매김한다. 교육지원청을 법적으로 하급행정기관의 지위에서 실질적으로 자치 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변화시켜서 생활권 자치를 실현해야 한다.
‘지역 소멸’이라는 말이 이제는 아무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지만, 시나브로 소멸이 우리 눈 앞에 바짝 다가와 있다. 그동안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지역 소멸 문제를 저지하거나 최소한 지연시키는 버팀목 역할을 다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지역교육청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역의 학교 체제를 재구조화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팽창기에서 수축기로 접어들면서 팽창기에 형성된 학교 배치와 현재의 학생 구성 및 학생의 교육 요구 사이에 부조화가 심각한 지역이 나타나고 있다. 또 기존 학교가 새로운 학습 요구와 학습 양식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수용하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명실상부하게 통합 운영할 수 있어야 하며, 지역 내의 특성화고등학교나 특수목적고등학교를 일종의 공유 학교 개념으로 전환하여 여러 학교급 학생들이 함께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 주민의 평생직업교육의 장으로 초중등학교를 활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또 지역 내 대학과 초중등교육기관 사이의 연계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지역 내의 교육자원을 적절하게 전환 및 배치하고 최대한 활용하여 학생은 물론 지역 주민의 교육권을 최대 보장하는 일이 지역 교육청의 과제가 된다.
다만, 현재의 광역 수준 자치는 그 관할 범위가 너무 넓고, 기초 수준 자치는 너무 좁다. 바람직하기로는 인구 규모나 생활권을 재조정하여 중역 자치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미 지역간 인구 차이가 너무 커져서 중역 수준의 구역을 설정하는 일도 쉽지 않다. 기초 수준에서 교육자치가 실효적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현행 관할 지역을 부분적으로 조정한다.
지역교육청을 강화하는 일은 교육장 리더십을 세우는 일과 직결된다. 교육장은 지역교육청의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확립, 발휘하여 책임지고 지역교육 체제를 재구축한다. 현재와 같이 교육감에게 임명되어 1~2년 정도 교육장으로서 일하는 체제로는 지역교육 재창조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감당할 수 없다. 또, 교육장에게 부여된 현재 수준의 권한으로는 이 역할을 다해낼 수 없다. 교육장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적절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교육장 선임 과정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대폭 강화한다. 지방자치의 정신을 존중할 때 모든 지역의 교육장 선임 방식을 통일할 필요는 없다. 교육장 선임 방식을 주민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되, 주민 참여를 최대화하는 원칙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역에 따라서는 주민이 직접 교육장을 선출할 수 있다. 또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이 교육장을 선출하거나, 지역의 학교운영위원회 연합체에서 교육장을 공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교자치 조례를 운영 중인 지역에서는 학교자치 조직(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 등)이 정비되는 것을 전제로, 학교자치 조직 구성원들이 교육장을 선출하거나 공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출 또는 공모된 교육장에게는 4년 정도의 임기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 일시에 교육장 선임 방식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지역 교육 재창조에 적극적 의지가 있는 주민들이 많은 곳을 특례 지역으로 지정하여 실험적으로 새로운 선임 방식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고, 새로 선임된 교육장이 현행 법의 특례를 인정받아서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의 학교교육을 재창조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한편, 교육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교육장이 관할 지역 소속 교직원 인사권(임용, 복무, 평가, 승진, 징계 등)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교원의 경우 3~5개 정도의 교육자치 단위별 임용을 시도하거나 동일 학교 근무 기간을 현행보다 연장하는 방안을 포함하여 교원 인사에서 지역성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교육장이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을 확대하는 등 지역교육 재정 운용에서 교육장 권한을 강화한다.
아울러, 교육자치를 강화하고자 하면 학부모들을 비롯하여 시민 참여를 더 확대하여야 한다. 현재는 학부모들이 개별 학교의 의사결정에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학부모가 한 학생의 부모로서 개별 학교에 참여하는 일을 넘어 지역 주민으로서 지역 내 모든 아이들을 위한 교육 기획과 운영에 폭넓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 교육자치를 시행하게 되면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교육감 선출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는 일은 물론 지역 교육 전반에 관하여 주민 참여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는 학교급 별로 교사들이 분절적으로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학교급을 뛰어넘어 지역 내 모든 교사들이 협력하고, 또 주민들이 참여하여 지역 차원의 교육 목적과 지향하는 인간상을 구체화하고, 이에 터하여 지역 학생들을 위한 12년 교육과정을 계획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교육의 지역화가 진전되는 수준만큼 교직원 인사 과정에 지역 주민이 적절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주민이 지역의 주권자로서 평생에 걸친 학습권 실현을 위한 학습 망을 만드는 일로 나아가야 한다.
교육자치를 경험하면서 학부모들과 시민들이 교육제도의 효능감을 경험하고 있다. 참여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경험은 소중하다. 그러나, 우리 앞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쌓여 있다. 교육자치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하고 운용할 것인가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다.
김용(한국교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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