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신문/ 교육자치시리즈2] 지방교육자치의 구조: 논쟁과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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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0-07-02 15:48 조회2,655회 댓글0건본문
지방교육자치의 구조: 논쟁과 현상
지방교육자치는 주민 의사에 따라 지방교육 문제를 논의하고 필요한 사안에 관하여 의사를 결정하고, 이를 자율적으로 집행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지방교육의 ‘자치'를 이루는 방법론을 둘러싸고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해왔다. 하나는 지방사무 가운데 교육사무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지방교육행정기관을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행정기관에서 분리 독립시켜 교육자치를 운영하여야 한다는 견해이고, 다른 하나는 환경이나 도시계획과 마찬가지로 교육행정도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의 하나일 뿐이며,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간섭을 받지 않고 법령 범위 내에서 주민 의사에 따라 자율적으로 교육행정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견해이다. 전자는 교육행정기관의 분리 독립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이를 분리형 교육자치제도라고 한다. 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사무를 다른 지방사무와 통합적으로 운영하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이를 통합형 교육자치제도라고 한다. 또 전자를 ‘지방의 교육자치’로, 후자를 ‘교육의 지방자치’로 성격을 규정하여 구분하기도 한다.
분리형 교육자치제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행정기관으로부터 지방교육행정기관을 분리하여 독립시켜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방자치와 마찬가지 논리로, 독특한 특성을 가진 교육사무를 운영하기 위하여 교육위원회를 독자적으로 구성하여 지방교육 문제에 관한 결정권을 부여하고, 교육감을 두어 이를 집행하는 방식으로 교육자치를 실현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견해는 「헌법」 제31조에 규정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교육기본법」 제5조 등을 법적 근거로 든다. 정당에 소속되고 교육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지방의원이나 도지사가 교육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게 되면, 자신들의 정치적 선호에 따라서 교육에 부당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고, 비전문가들이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하여 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시행할 수도 있다. 또 단기적 관점에서 교육성과를 바라보고 교육정책을 시행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일반행정기관으로부터 분리하여 지방교육행정기관을 구성하고, 교육전문가를 선임하여 교육정책을 의결하고 집행하여야 교육자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교육사무는 지방사무의 일부로서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지방사무와 교육사무를 통합적으로 운영할 때, 자치 효율성이 증대된다고 보는 것이 통합형 교육자치의 기본 입장이다. 통합형 교육자치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비판을 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반론을 편다.
첫째, 헌법상 교육의 자주성은 교육 내용과 방법을 교육자가 스스로 정할 수 있고 행정권력(교육청)에 의한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로서, 교육청이나 교육위원회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교육활동의 자주성을 보장하자는 것이지 독자적인 교육기관 구성과는 관계가 없다.
둘째, 헌법상 교육의 전문성은 교육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춘 자가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는 의미로서, 교사의 전문적 능력을 전제로 교육행정청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의 전문성은 교육에 관한 의결기관이나 집행기관의 구성원리가 아니다.
셋째, 헌법상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정치세력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교육을 보호하는 데 본질이 있으며, 국민의 대표기관이나 주민의 대표기관이 교육에 대해 결정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대의정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상반된 견해는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을 분리하여 운영할 것인가, 아니면 통합하여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로 집약할 수 있다. 두 견해 모두 일리가 있다.
교육활동은 장기적 안목에서 전문가의 식견을 충분히 활용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교육활동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고 이를 운영할 기구를 독립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과거 분리형 교육자치는 교육행정기관을 분리 독립하고 비정당인으로서 교육경력을 갖춘 인사를 교육위원과 교육감으로 선임함으로써 형식적으로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자 했다.
그러나 정당에 소속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여도 정치적 선호를 가질 수는 있으며, 이에 따라 파당적으로 교육행정을 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현실은 이 편에 오히려 더 가깝다. 또 교육행정의 전문성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민의 의사 내의 전문성일 뿐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의 결정은 민주성 원리에 따라서, “그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결정은 전문성 원리에 따르는 편이 바람직하다. 전자의 문제까지 전문성 원리가 지배하도록 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아울러, 일반행정을 담당하는 기구가 교육에 지원을 하려고 해도 지원성과가 일반행정에 온전히 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거나 심지어 일반행정의 교육지원이 월권(越權)이라는 비판에 직면할까 두려워하여 지원을 꺼릴 가능성도 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분리형 교육자치가 ‘교육자 자치'라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아울러, 교육은 지방사무의 일부이고, 지방에서 이루어지는 여타 활동과 보조를 맞추어 이루어져야만 교육 효과성이 증대한다는 점에서는 교육행정이 일반행정에 통합되어 운영되어야 한다. 통합형 교육자치는 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정당에 소속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이 파당적 견해로 교육에 영향을 행사하고, 교육 자주성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 지방행정 수장은 단기적 관점에서 성공을 바라보고 사무를 추진하지만, 교육은 그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교육사무가 다른 사무에 비하여 우선순위에서 뒤처질 수도 있고, 무리하게 단기적 교육성과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교육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방행정의 통일성을 추구하면서도 교육의 자주성과 교육행정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일은 대단히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교육자치 부활 시기에는 지방의회와 독립한 교육위원회를 설치하고, 시도지사와 별도로 교육감을 두어 분리형 자치를 시행해왔다. 그런데, 분리형 자치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면서 2006년 관련 법률을 개정하여 교육위원회는 소멸하고, 교육감을 주민 직접 선거로 선출하게 되었다. 사실, 2006년 개정 법은 종국적으로 완전 통합형 교육자치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와 같이 여겨졌고, 사실은 교육감 제도마저도 폐지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성립된 것이었다. 한 마디로 분리형 자치에서 통합형 자치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2007년부터 시행된 교육감 주민 직선 이후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고, 그들이 펼친 정책이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하게 되면서, 상황이 전혀 뜻밖으로 전개되었다. 주민들이 교육자치 효능감을 경험하면서, 교육감을 정점으로 한 교육자치에 대한 지지가 강화된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종래 통합형 자치론자들이 교육자치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해왔던 주민 의사에 대한 반응성, 행정의 책임성, 행정 효율 등 과거 분리형 교육자치의 문제점을 대폭 보완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일반행정과 학계, 그리고 정치권의 현행 교육자치 구조에 대한 개편 요구는 여전하다. 교육감이 시행하는 정책에 대한 지지가 강하면 현행 구조가 개편 압력을 견뎌낼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교육자치 구조가 다시 한 번 변화를 겪을 수도 있다.
김용(한국교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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