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호 교육현장]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교육공동체 대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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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0-04-13 16:20 조회3,595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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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들어가는 학교 – 교육공동체 대토론회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 대부분의 학교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도 2020년의 교육과정과 학사일정을 정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경기도의 학교들은 한 가지 행사로 좀 더 바쁘다.
바로 “교육공동체 대토론회”, 교육과정과 학사일정을 정하기 전 경기도의 많은 학교들이 대토론회를 여느라 분주하다.
교육공동체 대토론회란 학교의 교육주체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공동체- 이 함께 모여 내년도 학사일정은 물론 학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서로 나누는 소통의 자리를 말한다.
2~3년 전만해도 대토론회는 혁신학교에서만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경기도에 혁신 교육지구가 늘어나고 특히 성남지역의 경우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와 혁신공감학교로 운영되면서 대부분의 학교들이 대토론회를 형식적인 행사가 아닌 중요한 민주적 운영의 기초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학교자치와 학교민주주의가 경기교육의 중점으로 강조되었던 올해엔 그 변화가 더욱 잘 나타났다. 특히 경기도 그중 성남의 경우 학장 먼저 학부모회 조례와 학생 인권 조례가 만들어지고 성남형 교육예산으로 그 어느 지역보다 혁신 교육에 대한 환경 조성과 학부모의 참여가 높은 지역이다.
성남의 한 초등학교의 경우(혁신학교 아님) 지난 2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리 학부모들과 대토론회의 형식에 관련하여 회의를 나누고 각 주체별 토론주제를 6가지 영역으로 카테고리를 나눈 후 알림 앱을 통해 설문을 진행했고 이후 교사들의 사전포럼 후 대토론회를 3~6학년 학생들 중 참여를 원하는 학생들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을 함께 그룹으로 나눈 뒤 이 그룹들은 각각의 주제에 대해서 찬성, 반대, 개선정책을 만들어내고 첫 토의 시간 종료를 한다. 이후 두 번째 토의는 각자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의 테이블로 옮겨가 그 주제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 후 시간이 종료되면 처음 토의그룹으로 돌아와 의견들을 정리하여 발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모둠별 토의와 발표 후 교장 선생님과 학생들과의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또 다른 중학교의 경우는 올 해 두 번째로 대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학교의 경우 올 해부터 혁신 학교로 전환된 이후 첫 대토론회였다. 이 중학교는 학생과 교사에게 설문조사를 통한 토론주제를 수집한 후 토론회 날에는 학생은 학생끼리 교사는 교사끼리 학부모는 학부모끼리 따로 모둠토의를 진행한 이후 함께 모여 발표를 진행하는 분단토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는 내용의 대토론회 주제였다. 작년 대토론회에서 나왔던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두 학교 이외의 대토론회를 하는 학교들은 사전 설문 조사 등을 통해 학교의시설의 문제점부터 학교 안전에 대한 건의사항, 새로운 정책제안, 교육과정 제안, 학사 일정과 다양한 행사에 관한 건의까지 학교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의견을 수집하였다. 하지만 학교의 민주주의적 운영 분위기-학교의 보수성과 경직성(?) - 에 따라 보여지는 결과는 상당히 달랐다.
앞선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대토론회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초등학교의 토론이 훨씬 더 수준이 높았다는 것이다. 초등의 경우 교사들의 적극적인 준비과정과 초등학생이라도 한명 한명의 의견을 수렴하고 존중하는 모습으로 특히 학생들의 질문에 존댓말로 성심성의껏 납득 할 때까지 대답해주시는 교장 선생님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그 결과 새롭고 다양한 정책과 문제에 대한 해결책들이 나왔고 이렇게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이 제시한 새로운 의견들은 교사 회의나 다모임을 통해 다듬어져 2020년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에 쓰일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각 가정에 알림 앱으로 전달했다.
반면 혁신학교 지정 이후 처음 토론회를 진행한 중학교의 경우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서 토론주제를 정했다고는 하지만 주제 자체가 체육대회나 학교축제 등 학교 행사와 교복 자켓을 패딩 속에 입느냐 마느냐와 같은 교복착용에 대해서만 국한되어 형식적인 모습으로 보였다. 물론 정신없이 바쁜 연말이라 교사들과 학교의 부담이 크고 힘든 시기라고는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와 함께 학교운영과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는 의지를 찾아보기 힘든, 여전히 학교의 주인은 교장과 교사라는 벽이 강하게 느껴졌다.
토론회 이후 아이들에게 토론회에 대한 느낌을 물어보았다. 역시나 초등학교 아이들은 기분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특히 자신이 건의한 사항이 바로 개선된 모습을 본 아이들은 ‘우리 학교가 더 좋아졌다’는 이야기와 ‘뿌듯했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준 선생님들이 더 좋아졌다’, ‘학교생활이 즐거워졌다’, ‘나보다 동생인데도 정말 똑똑하고 멋진 친구가 많다’등의 소감들이 있었다. 반면에 중학교 학생들의 소감에서는 ‘너무 한정적인 주제에서만 토론이 이루어져서 아쉽다’ ‘별 기대감 없다’ ‘의견을 내 봤자 반영이 안 되는데 아무 느낌이 없다’ ‘올해는 좀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학교현장이 계속 변화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변화의 방향과 속도는 그 구성원의 수준과 참여의 적극성에서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교육청에서 명령하는 Top-Down 방식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매뉴얼로 내리면 하고 싶지 않은 숙제처럼 싫어도 해야 한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은 교육적 목표를 가진다. 수업 시간만이 교육이 아니고 그곳에서 하는 다양한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가 어떻게 어우러지고 함께 협력하는가를 보는 것 또한 아이들에게는 아주 큰 민주시민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대토론회를 학교와 함께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학부모의 참여도와 관심에 의해 교사와 학교 아이들의 모습도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학교와 함께 아이들을 걱정하고 함께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협력자로서의 학부모와 교육 당사자로서의 학생들을 존중하지 않는 학교 문화로는 아무리 많은 대토론회와 정책들을 만들어도 교육적 효과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교가 알아서 변화하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학교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학부모의 역할은 계속 바뀌도록 요구하고 두드려야 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참여다. 대토론회나 또 다른 학교 활동이 혹은 정책들이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형식상 하는 일들이 되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이 될 수 있게 학부모가 감시하고 참여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학원이 아니다. 내가 낸 세금이라고 알아서 떠먹여주고 키워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학부모들은 가능하면 다양한 학교 활동에 참여하면서 힘든 일도 같이 나누고 아닌 일에는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동반자로서의 위치에서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정말 아이들 키우기 힘들다. 혼자 키우면 더 힘들다. 이런 때에 학교를 친구로 도우미로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동체로 함께 키울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일이 아닐까?
도승숙 (학부모)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토론회
중학생이 돼서 처음으로 대토론회에 참석했다. 초등학교 때에는 학생회 임원만 참석할 수 있었는데 중학교에 와서는 학생들 누구나 신청하면 대토론회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주제를 선정할 때도 우리학교에서 고쳤으면 하는 규정에 대해 미리 전교생에게 설문조사를 해서 시간 단축과 학생들의 의견을 갖고 주제를 선택하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먼저 학생들끼리 모둠별로 토론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 앞에서 우리가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 제일 걱정됐었다. 학년이랑 상관없이 1~3학년까지 함께 섞여서 모둠 토론을 하고 모둠원들끼리 토의를 한 것을 발표를 했다. 이후 발표에서 나온 학생들의 의견을 종합한 후 그중 대표 2명이 발표를 했다. 토론회에서 우리가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쉬웠던 점은 토의를 통해서 발표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이 됐는지 안됐는지 알 수 없어서 아쉬웠다. 또 설문에서 나왔던 다양한 주제가 아닌 교복 착용 한 가지로만 정해진 주제 안에서 토의를 했던 점이 아쉬웠고 내년에는 이러한 부분을 고쳐서 더욱 학생들의 토의하기 좋은 대토론회가 되면 좋겠다.
김서희 (중학생)
생각을 공유하며 교육공동체 팀워크를 보여준 대토론회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솔직히 많은 업무 중에 또 하나가 밀려온다는 압박이 컸습니다.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다들 지쳐있어 뭔가 의미 있는 결과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작년에는 하루짜리 행사였었는데 ‘더 일을 크게 만드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교사들은 교사끼리 진정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학생, 학부모와 토론하기 전에 교사부터 공감을 느끼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담당교사로 느끼는 중요성 있는 주제들이 발제되었고 이에 대하여 팀별로 한 달 전부터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블록 타임, 학생 다모임, 전문적 학습 공동체가 그 논의의 중심이었습니다. 교사들의 이해는 서로 달랐고 합의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고민했다는 자체로 의미가 컸습니다. 그에 대한 최종결정은 학생, 학부모의 설문으로 집계될 수 있었으니까요. 이어 학생, 학부모 토론을 위한 주제도 공모했습니다. 처음에는 참석희망도 적었고 의제도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계속 의지를 보였고, 안내했습니다. 점점 참여하는 학생이 늘어났고, 의제도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눈송이로 시작해 눈덩이로 키우는 과정이 제일 힘들고 지치게 했습니다. 결국 끝을 보자는 진정성으로 하다 보니 행사가 진지해졌고 토론 당일에는 열기까지 느껴져 저는 크게 나서지 않아도 될 정도였습니다.
장이 서니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와서 구경도 하고 물건도 사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 결과 학교 행사가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정리해서 보고서를 만들기까지에도 보름이 걸렸습니다. 피곤해서 입안이 다 헐고, 잇몸도 아팠습니다. 제가 맡았던 담당업무 중에 야구부 다음으로 올해 제일 많은 공을 들인 거 같았습니다. 아무쪼록 그 결과로 학부모님과 학생들이 본교의 변화와 혁신의 가능성에 기대를 느끼신 거 같아 보람을 느꼈습니다. 덕분에 내년 학교교육과정도 알차게 준비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커졌습니다. 그래도 그게 제 보람입니다.
혁신은 산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산의 나무를 가꾸는 것부터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학교혁신 또한, 큰 비전을 세우기 전에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의 생각들이 공유되는 자치부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새로운 의제와 생각을 공유하며 교육공동체의 팀워크를 보여준 이번 대토론회는 큰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이때, 한 해를 정리하며 나눈 이 소중한 의견들이 우리 학교의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용석 (초등학교 교무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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