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신문345호/ 교육현장이야기] 직업계 고등학교의 ‘기능반’을 폐지해야 한다/ 특성화고 기능반에 대해 이야기하다
페이지 정보
본부사무처 작성일20-08-05 16:15 조회2,643회 댓글0건본문
2020년 4월 8일은 고 이준석 학생의 부모님에게는 평생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 죽임을 당한 자식을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하는 날이 되고 말았다. 다 큰 자식을 먼저 보낸 학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것도 전인교육과 민주적 시민의식을 기르는 교육의 장소인 학교에서 일어난 반교육적인 일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지난 6월 23일(화) 국회 소통관에서 있었던 신라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 사건 진상조사단의 중간보고 기자회견관에 따르면 ‘얼차려를 1시간 동안 받거나, 쇠파이프로 맞은 학생, 팔과 젖꼭지를 꼬집어서 팔과 가슴에 멍이 자주 들었고, 담배심부름 등’ 기능반에서는 선배가 후배를 지도하는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는 가운데 학교 폭력이 일상적으로 대물림되고, 학생 간 언어폭력과 폭행은 물론 성희롱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또, 기능반 학생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기능경기대회 준비를 위한 과도한 훈련을 받아야 했고 한다. ‘신라공고 학생들은 기능반 학생들이 훈련 때문에 새벽 3시에 자기도 하고, 밤을 새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 경북 지역 학교에 등교 금지 권유가 내려졌을 때도 학교는 기능반 학생들에게 합숙 훈련을 받게 했다. 이밖에 진상조사단은 ‘학교로부터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포섭용 금품을 요구받았다.’라는 학부모의 증언과 ‘비공개채점에서 점수가 말도 안 되게 깎이는 등 누가 봐도 의심할만한 수상결과가 있었다.’라는 기능경기대회 출전 학생의 증언 등도 중간보고서에 담았다.
이러한 보고서에 나타난 모습이 신라공고만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모든 직업계 고등학교 기능반의 현실이다. 성과 중심의 교육, 학생과 학부모의 자발적 의사가 배제된 강제 교육, 선·후배간의 위계에 의한 비인간적인 폭행과 도제식 교육이 만들어 낸 반교육적인 모습에 다름 아니다.
24일(수) 교육부와 노동부는 경주신라공업고등학교 고 이준서학생 사망사건 78일 만에 기능경기대회 개선안을 발표하였다. 개선안은 금메달 상금을 1,2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조금 낮추고, 학생부와 일반부 분리, 정규수업 후 저녁 10시까지 기능훈련, 기능반은 전공심화동아리로 운영하고, 방학 때 대회를 운영하며, 단기해외기술연수로 보상하고 전국대회 참가 학생을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교육부의 개선안은 기능반을 이름만 달리하는 ‘전공심화동아리’로 계속해서 존속시키겠다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두고 땜질식 개선에 불과하다.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차별로 불평등한 교육을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현재 교육부 지침으로 내려간 내용을 그대로 대책이라고 발표하는 무책임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대책에 허탈함을 넘어 분노한다.
2007년 2월 고 황준혁, 2020년 4월 고 이준석 학생의 죽음은 비인간적이고 반교육적인 우리 교육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내준 사건이자 사회적 죽임이다.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고인과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보낸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직업계고등학교의 ‘기능반을 폐지’하고 ‘직업계학교의 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이것만이 고인과 유가족의 작은 소망이자 바람이다. 이젠 죽임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으로 남았다.
임혜진 (경북지부 대외협력실장)
특성화고 기능반에 대해 이야기 하다
편집자주: 경북지역 특성화고 기능반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학생들이 생각하는 기능반과 기능대회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인터뷰 대상학생들의 실명과 학교를 공개하지 않은 점은 양해 바랍니다.
우리의 이야기 1.
저는 현재 OO공업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작년에 고등학교에 입학 후 친구가 기능대회서 입상하면 취업이 잘 된다는 말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후 기능반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요즘 취업이 잘 안된다는 뉴스도 보고해서 졸업 후 취업이 걱정되었거든요.
부모님과는 이야기 나눠보지 않았어요. 혼자 결정했어요.
기능반에 들어간 후부터는 다른 수업은 듣지 않고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8시 반까지, 대회를 앞두고는 그 보다 길게 연습을 했어요. 수업을 안들어도 출석은 다 들은 것으로 체크 되었고 시험기간 2주 전에는 수업에 들어갔어요. 선생님께서 요점정리를 해 주셔서 2주 수업 들어도 시험 점수가 엉망이진 않았어요.
3학년 선배들은 시험기간에도 수업을 듣지 않아요. 시험 당일에 시험만 치죠. 연습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험 전에 잠시라도 수업을 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부족한 학습은 성인이 된 후 보충 할 생각이예요. 대학을 가거나 공부를 더 하거나, 지금은 순위권 안에 들어서 좋은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어느 회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좋은 회사에 취직이 잘 될거란 생각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식사는 잘 나와요. 대회 전에는 치킨이랑 피자도 시켜줘요.
연습 할 때는 보통 선배들이 가르쳐 주는데 갈등은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경주S공고에서는 선후배간 폭력이 되물림 되었다 들었습니다. 놀랐어요. 저도 제 주위 사람들 모두 친구들과도 선배들과도 잘 지내거든요.
다른 지역의 현장실습, 기능반 이야기를 듣긴 하지만 친구들과 그 이야기를 나누진 않아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아무튼 그런 이야기는 나누고 싶지 않아요.
우리의 이야기2.
저는 작년에 졸업했습니다. 전국대회도 나갔고 입상도 했습니다. 경주S공고 이야기를 기사로 봤습니다. 1990년대 2000년 그 즈음에는 제가 다닌 학교도 그런 비리나 폭력 같은 일들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아니구요. 안타깝습니다.
1학년 입학하자마자 기능반에 들어갔습니다. 1학년 때는 기초과목 들으면서 연습했습니다. 2학년 초 지방대회 한 달 전 부터는 수업을 듣지 않고 8시 반~10시까지 연습을 했습니다. 주말에는 부모님들이 돌아가며 요리를 해주셨습니다.
시험기간이 되면 선생님이 요점정리집을 주셨는데 그것만 읽으면 시험 점수는 잘 나왔습니다.
예전에는 전국대회에서 5~6등만 해도 대기업에 취직 할 수 있었다 하는데 요즘은 1~2등 정도만 들어갈 수 있어서 힘이 듭니다. 입상을 못해도 선생님들이 아는 회사로 추천해주셔서 취직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기업을 목표로 3년간 열심히 했는데 중소기업 들어가면 속상하긴 하지요.
저는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인문계 나온 친구들보다 수학이 많이 힘듭니다. 물어가며 따라가고 있습니다.
사실 기능대회 준비로 3년 동안 했던 종목은 대기업에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자동화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중소기업에서는 사용한다해서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하면 중소기업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취직한 선배 말이 3년 동안 해온 것과는 아무관계없는 부서에 배치되더라고 3년의 훈련이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단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도 연봉이 높으니 힘내라고 응원해주셨는데 저도 그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대학 졸업, 군대 그리고 대기업 취직을 위해 파이팅하겠습니다.
정리: 정다은 (경주지회 회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