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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호 교육자치] 송정중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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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0-04-13 16:29 조회2,7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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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중 지키기 운동을 되돌아보며

 

 

1. 송정중을 지켜내다.

 

마침내 서울 송정중을 지키게 되었다. ‘송정중 통폐합에 대한 행정예고에서 전국적으로 13천여 반대의견(찬성:18)이 모아져 송정중 폐교가 철회된 것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기정사실화되었던 폐교 진행을 뒤집고 철회시킨 것은 우리 교육운동사에서 드문 성공 사례로 값진 성과를 남겼다 할 수 있다. 그것은 단지 학교 하나를 살리는데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소규모학교 폐교 정책에 대해 맞서고 어떻게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펼쳐나갈지에 대한 귀중한 자산이 되어야 할 것이다.

 

2. 교육부의 소규모학교 통폐합정책

 

서울시교육청의 송정중 폐교 추진은 교육부의 소위 학교 총량제,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의 전형적인 사례일 뿐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학급수와 학교 축소가 아니라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교육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농어촌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소규모학교 폐교 정책이 대도시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대도시 재개발 지역의 학교 신설과 소규모학교 폐교의 연계를 강화시켜 2009년부터 소규모학교 통 폐합 정책을 추진해오다가, 2016년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조건부로 신설학교 설립을 통과시키는 (신설학교) 조건부 승인제도를 도입하였다. 도시 소규모 학교의 교육부 기준은 초등 200, 중등 300명이며 교육부는 1개교 폐교에 90~110억의 인센티브를 시도교육청에 교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2023년까지 10개교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가칭) 마곡 2중의 신설을 위해 공진중, 염강초를 폐교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송정중 폐교를 강행했던 것이다.이로써 재개발 지역의 학교 신설은 개발 호재로, 구도심의 폐교는 지역 공동화를 가속시킴으로서 지역 차별과 불평등한 교육을 조장하고 있다.

 

3. 누구를 위한 학교 통폐합인가?

 

문제의 핵심은 (가칭) 마곡 2중을 신설하기 위한 조건으로 송정중 폐교가 필요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폐교 이후에 대한 교육적 고려 없이 폐교를 위한 폐교를 강행했을 뿐이다. 서울시강서양천교육지원청의 송정중 통폐합에 따른 학생수 예측 및 배치 방안에 따르면, (가칭)마곡 2중 인근 지역 중학교 학생 수는 최대 1340명 증가, 학급 수는 최대 26개 부족, 학급당 인원은 최대 3.8명 증가한다. 신설되는 (가칭)마곡2중은 마곡단지 거주 학생만으로도 넘쳐나고, 송정중으로 배정되던 공항동 원도심 학생들은 나머지 5개 학교로 분산 배치되어 멀리는 30~40분의 거리에 있는 학교를 다녀야 한다. 공항동 원도심은 중학교도 정상적으로 보낼 수 없는 지역으로 전락하여 슬럼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의 공공성을 저버리고 지역 차별, 계층분리 교육정책을 앞장서 추진했던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학교 통폐합인가?

 

4. 학교 통폐합의 절차적 문제

서울시교육청은 송정중학교 구성원들에게 학교 통폐합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거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2018년에 마곡 2중 착공에 돌입하였다. 서울시교육청은 ‘20166, 학부모 단체 간담회’, ‘201711, 20189, 20194월에 학교 관계자 사전 간담회를 했다고 주장하는 바, 이는 학교 구성원들에 대한 충분한 사전설명이나 동의 절차를 밟았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통폐합에 대한 사실을 학부모와 주민들에게 정확히 설명한 적도 없고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마곡 2중 착공, 송정중 폐교에 돌입한 것이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이 송정중학교 구성원들의 충분한 이해와 동의 없이 폐교 절차를 진행한 것이 결정적인 문제가 되었다.

 

5. 폐교위기의 학교들을 위하여

 

송정중 폐교는 한국 전체의 학교정책, 교육정책의 상징적 사례의 하나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송정중 폐교 철회는 송정중에 대한 특별한 시혜 조치라기보다는 잘못 진행된 교육행정을 늦게나마 바로 잡은 것일 뿐이다. 따라서 시교육청은 학교 폐교에 따른 인센티브를 포기하더라도 도심 소규모학교를 지키기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 송정중 폐교 문제를 계기로 이른바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를 학교학급 수교사의 감축이 아니라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소규모학교를 살림으로서 교육개혁의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소규모학교의 기준, 1개 학교 신설 3개 학교 폐교라는 적정규모학교육성정책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와 서울시 의회가 적극 나서주어야 한다.

아울러 송정중 폐교반대 운동에 함께 나서 주신 전국의 13천여 학생, 학부모, 교사, 시민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러한 전국적인 폐교반대 의사 표시는 앞으로 계속 진행될 작은 학교 폐교 정책에 대한 반대 운동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송정중 지키기 운동을 함께 전개한 교육시민단체들은 현재에도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규모학교 폐교를 전수조사하고 연대하며 소규모학교지키기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진영효(송정중 교사)

 

 

교육의 3주체인 학부모

 

  송정중학교 폐교 소식은 2015년부터 있었지만 학부모와 학생과 교사, 지역사회의 반발로 반려되었습니다. 

  하지만 송정중학교는 2019년 5월 강서양천교육지원청으로부터 ‘송정중학교통폐합추진협의체’를 구성하라는 공문을 받게 됩니다. 그동안 교육청을 끝까지 믿을 수 없었던 학부모들이 지원청에 폐교에 대해 문의할 때마다 ‘송정중 폐교는 결정된 것도 없고 계획된 것도 없다’고 하여 별다른 행동을 할 수 없는 사이 시교육청과 지원청은 송정중 폐교절차를 밟아 나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서울시의회기록에 의하면 학부모와 주민의 강한 반발성 민원을 우려해 신설학교 개교시기에 맞춰 송정중학교 폐교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교육청으로부터 기만당한 송정중학교 학부모들의 분노는 결국 폭발하게 됩니다.


  학부모들은 바로 ‘송정중학교 유지를 희망하는 학부모’모임을 결성해 호소문을 배포했고 다시 한번 폐교반대 서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1학년 재학생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학부모들이 곳곳에서 피케팅을 하자 조금씩 이 일이 지역의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처음에는 관심을 갖지 않던 학교 선생님들도 학부모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송정중학교 폐교의 부당함에 공감해 참여를 결심하셨고 계속해서 연대단체들이 생겨 ‘송정중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8월 한 달간 3차례의 기자회견과 1차례 주민집회 및 가두행렬, 언론과의 수많은 인터뷰, 방송, 교육청 관계자 면담, 시의회 의원 면담, 지역 유력 정치인 방문, ‘통폐합추진협의체’파기, 폐교반대 1만인 서명운동, 또 다시 피케팅, 1인 시위 등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년간의 시의회 회의록을 전부 살펴 위법해 보이기까지 하는 절차상의 하자를 찾아내 국민감사 청구를 했고, 시교육청의 폐교 매뉴얼집을 어렵게 구해 하나하나 반박하는 자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서류로는 알 수 없는 지역특성이 반영된 학생 수요 통계자료와 현황들을 만들어 폐교를 강행하려는 시교육청과 지원청에 논리적 압박을 이어갔습니다.

  이 수 많은 노력 끝에 결국 2019년 10월 23일 송정중학교 통폐합을 취소하고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조희연 교육감의 담화문이 발표됩니다. 전국의 수많은 시민과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들이 함께 지켜낸 송정중학교는 이제 ‘혁신미래자치학교’로서 그 책임을 다할 의무를 갖게 되었습니다. 


  송정중학교를 지키기 위해 활동했던 지난 몇 개월은 ‘학부모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폐교 발표 후 한동안은 학교의 주인인 학생과 그들의 부모가 교육행정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억울하다는 부당하다는 푸념 취급받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참여하고 연대하는 단체들이 늘어나면서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공공의 유익이라 여기는 일에 연대하여 함께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제 체험한 것입니다. 우리 학교에는 이 소중한 경험을 한 번으로 끝내고 싶어 하지 않는 학부모들이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 3주체가 함께 만들고 가꾸어 가는 교육 현장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학교는 섬처럼 독립된 곳이 아니라 마을과 함께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연대감을 계속 유지해 지역이나 다른 학교에 필요한 도움이 있을 때 가자고 합니다. 이것은 송정중학교를 유지하면서 얻은 무형의 큰 자산입니다. 이 자산이 사라지지 않도록 또한 다른 학교의 학부모들께도 전해지도록 계속 성장하고 역할을 해낼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송정중학교 유지를 위해 함께 힘내 준 여러분과 단체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노 수 진(송정중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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