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신문344호/교육현장이야기] 코로나 시대 교사로 사는 괴로움과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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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0-07-13 17:23 조회2,417회 댓글0건본문
#2월 23일 개학 1주 연기 발표.
#3월 2일 2주 추가 연기 발표.
#3월 17일 2주 추가 연기 발표.
#3월 31일 4월 9일 고3과 중3부터 순차적인 온라인 개학 방안 발표.
#5월 4일 5월 13일 고3부터 순차적인 등교 추진 방안 발표.
#5월 11일 5월 20일로 고3 등교 일자 연기 발표.
#5월 29일 인천․서울․경기 학생수의 1/3씩 분산 등교 발표.
#6월 12일 인천․서울․경기 학생수의 1/3씩 분산 등교 6월 말까지 연장 발표.
코로나-19로 인한 휴업이 온라인 개학으로, 등교 수업으로 이어지는 동안 단 하루도 편했던 적이 없다. 휴업 기간 중에는 긴급돌봄을 담당하면서, 계속 바뀌는 학사일정에 교육과정 계획을 몇 번이나 수정하기 위해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고, 얼굴도 한 번 보지 못한 우리반 아이들의 안부를 묻고, 이후의 일정을 안내하느라 언제나 초과근무를 해야 했다. 초과근무 수당도 받지 못하는 자발적 초과근무이다.
온라인 수업이 발표되면서는 다시 회의에 회의, 연수에 연수를 거듭하며, 온라인 수업을 위한 플랫폼을 결정하고, 가입 안내를 하고, 온라인에 맞는 수업안을 만드느라 많은 시간을 소진했다. 플랫폼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발생하면 우회로를 알려주고, 스마트 패드를 나눠주고, 사용법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일도 큰일이었다. 그 와중에 한 명씩 약속을 잡고 교과서를 나누어주고, 온라인 수업에 사용할 학습준비물 꾸러미를 만들고 배부했다.
등교 수업 방안이 발표되면서는 방역 지침을 숙지하느라, 방역 대책 모의훈련을 하느라, 교실 배치를 바꾸고, 책상과 의자 등 교실비품을 소독하고 닦느라, 1미터 거리 두기를 위한 안내선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6월 3일, 우리반 아이들을 만났다.
‘에어컨을 켤 수 있느냐 없느냐! 1미터 거리두기는 강제해야 하는것인가 권장인가! 매일 하는 학생 자가진단은 꼭 100%를 달성해야 하느냐 마느냐! 일시적 관찰실까지 유증상자는 누가 데리고 가느냐! 부모가 데리러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시름에 겨운 날들이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반 아이들 얼굴을 보는 건 좋았다.
체온을 확인하고, 거리를 두라고 밥 먹을 때는 말을 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야 하고, 마스크를 쓰고 잠시 쉴 틈도 없이 이어지는 피곤한 일과지만, 일주일에 단 하루 나오는 그날이 참 소중하다. 지난 두 달간 아이들이 공부한 흔적들을 아이들의 학습지와 교과서, 글쓰기 공책을 보며 더듬는다. 바로바로 도움을 줄 수 없었던 상황이 안타깝지만, 이제라도 도움을 주려고 등교하지 않는 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한 명씩 약속을 잡고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점검해준다.
6월 5일은 개똥이가 학교에 왔다. 수학익힘을 드문드문 풀어서 같이 풀어봤다.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는 언제든지 전화를 하라고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다. 한 시간 동안 같이 공부를 하고 집에 가는 길, 학교 화단 산책을 했다.
“개똥이는 집에 가면 점심 누구랑 먹어?”
“저 혼자요.”
“그래? 그럼 점심에는 뭐 먹어?”
“엄마가 삼각김밥 사서 먹으라고 놓고 갔어요.”
“그래, 선생님도 삼각김밥 좋아하는데. 근데 매일 먹는 거야?”
“아니요. 다른 거 먹을 때도 있어요.”
“그럼 엄마는 몇 시쯤 오셔?”
“한... 8시나 9시?”
“그럼 아빠는?”
“7시나 8시요.”
“그동안 개똥이는 뭐해?”
“위두랑하고 공부하고 EBS 봐요.”
“위두랑 할 때는 컴퓨터로 하는 거야?”
“아니요. 핸드폰으로 해요. 컴퓨터는 형이 해요.”
“아... 형이 있어? 몇 학년?”
“중학교 1학년이요.”
“형이 잘 해 줘?”
“아니요.”
“그래 맞아, 형들이 잘해주는 건 어렵지.”
“근데 형아가 요리를 잘해서 참치마요덮밥 같은 것도 해 주고 맛있어요.”
“그래 진짜 좋겠다.”
초등학교 3학년 개똥이 혼자 하루 종일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공부를 하는 상황을 그리면서 울컥해졌던 마음이 형이 함께 있다는 말을 들으며 누그러졌다. 돌아가는 개똥이 손에 학교 화단에서 딴 앵두가 가득한 종이컵 하나를 들려주었다.
“개똥아, 집에 가서 형이랑 나눠 먹어.”
“네, 고맙습니다.”
코로나 시대 교사로 사는 괴로움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정신없이 대처하며 끊임없이 일을 했지만 그 흔적은 별로 남지 않는다는 것이고, 즐거움은 그럼에도 우리반 아이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배움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람이 있다면 수도권의 확산세가 줄어들어 주 1회에서 2회, 2회에서 3회로 만날 수 있는 날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오늘도 아이들은 자란다. 날마다 자란다. 우리 아이들 옆에 서서 나도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싶다.
한희정(정릉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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