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5월호/354호] 교육자치_장애·비장애 함께 어우러지는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꾸며(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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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05-11 15:26 조회1,614회 댓글0건본문
장애·비장애 함께 어우러지는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꾸며
2008년 참교육학부모회 경주지회 준비위 모임을 시작하고 현재까지 13년째 참학인으로 살고 있다. 2002년 8월에 대구에서 경북 경주로 이주하게 된 계기는 장애인 지역 공동체라는 비영리단체의 특수교사로 일하면서 꿈꾸었던, 장애인들이 ‘보통’ 사람들처럼 마을에서 함께 배우고 일하고 놀이하며 살아가는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아름다운 경주에서 이루어보겠다는 야심찬 ‘이상’ 덕분이었다. 그러나 경주에서 마주한 현실은 장애 아동에게 교육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과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아무런 마음과 생각할 준비가 없는 사람들 속에서 하루하루 그저 몸부림치며 살아내는 것이었다.
특수교사이자 장애 전문 통합어린이집 원장으로 살아가면서 현실은 늘 녹록지 않았다. 젊은 날, 나의 이상은 대학원 공부의 주제 ‘교육의 공동체 원리, 지역복지의 공동체적 접근’으로 삶 속에서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했고, ‘참교육학부모회’라는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나의 이상은 마을공동체에서 함께 아이를 기르고, 함께 육아와 돌봄을 해결하고, 함께 좋은 사람(이웃)으로 성장하는 문제로 자연스럽게 나아가게 되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맞벌이 가정의 워킹맘으로, 직원이 30명이 넘는 기관의 대표로 살아가면서 늘 시간이 부족하고 쫓기니 내가 꿈꾸던 젊은 날의 이상과 가슴 속에 영글어가는 삶의 목적들을 이웃들과 함께 하는 삶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 속에서, 나의 육아 속에서, 내 곁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방식이라야 했다. 그래서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아우러진 ‘아이꿈터 어린이집’의 63명 원아(비장애 유아 25명, 장애 유아 28명, 방과 후 반 10명)와 학부모, 교직원들이 함께 ‘행복하고 평화로운 마을교육공동체’라는 목표를 세우고 2018년부터 2027년까지 10년의 기간을 두고 함께 부모 동아리 활동, 지역(마을) 연계 활동, 지역 네트워크 협력 활동 등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8년부터 참교육학부모회 경주지회 회원들과 함께 시작한 ‘와글와글놀이터’와 ‘민들레 책 읽기’ 모임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그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속에서 참학 경주지회의 젊은 활동가들이 생겨나서 식생활교육 경주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강사단 활동과 식생활교육, 가족 텃밭 활동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민들레 책 읽기 모임은 지역의 부모교육 소모임으로 정기화되어 2021년 ‘민들레 부모학교’ 3기에 10명이 참여하여 출발하게 되었다.
지역사회 부모들에게 열린 교육 강좌로 시작한 발도르프 예술교육은 3기 모임을 시작하고 있으며, 2020년 꾸준히 활동한 2기 부모들은 인형극을 준비하여 어린이집 수료식에서 2개의 인형극 공연을 할 만큼 역량이 커졌다. 더욱이 그동안 함께 해온 교사들의 관심과 역량도 커져서 한국 발도르프 교육협회 경북지부가 발족되어 경북 단독으로 여름 집중 연수가 개최되기도 하였다.
2020년에는 어린이집 학부모와 지역사회 참여 희망자들로 구성되어 부모 동아리 두 개를 시작하여 책놀이를 중심으로 하는 ‘북적북적’과 장애아 부모 중심인 ‘도담도담’이 총 10번의 자체적인 모임을 진행하였다. 함께하는 육아의 즐거움과 ‘멋진 나’를 되찾은 자존감 충만한 여성들의 모임으로 거듭나 올해 힘차게 2021년 2기 모임을 시작하였고, 이제는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지역의 참교육학부모회 소모임과 식생활교육 경주 네트워크(텃밭), 행복두레 사회적 협동조합(공구몰 생협), 지식과세상 사회적 협동조합(인문학 모임), 문화와 나눔 사회적 협동조합(마을축제), 모두꿈 사회적 협동조합(예술 지원 사업) 등의 활동들과도 연결되어 가고 있다.
몇 년 사이에 건강한 단체들이 여럿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봐 온 터라 동아리 활동들을 통해 단련된 학부모들이 모여 함께 마을공동체 교육과 문화 활동을 진행하고 이끌어가는 작은 협동조합을 준비해보려고 하여 이를 돕고 있기도 하다. 장애 유아를 양육하며 고립되고 위축되어 있는 부모가 아닌 세상 속으로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함께 배우며 발달 장애를 가진 자녀가 세상 속에서 즐겁게 일하고 마을 속에서 살아갈 미래
를 꿈꾸며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들을 함께하고 지켜보면서 분명하게 느낀 것은 성장하는 부모, 공동체 속에서 헌신하는 부모, 아이들의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부모는 이미 행복하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능력과 관계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워킹맘이 어떻게 참학처럼 빡센 시민단체 활동을 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하고 두려워하기보다 그저 ‘함께’하는 이들을 믿고, 기쁘게 ‘시작’한 것!
그것이 경주살이에서 가장 큰 축복이었던 것 같다. 참학과 함께한 나는 선배 ‘학부모’이며, 내 안에 부모로서 어떤 멋진 능력이 숨어있는지 알아채고 그것을 공동체 안에서 싹 틔워내는 법을 좀 더 일찍 터득한 ‘안내자’이자 ‘멘토’로서 살아가는 기쁨을 얻게 되었다.
아이들을 기르는 엄마 아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더 평화롭고 행복해지는지를 알고, 더불어 살아가며 조금씩 더 성숙해지는 법을 알게 해준 참교육학부모회의 13년에 감사한다.
이제부터는 청출어람…
멋지게 성장하고, 멋지게 삶을 꾸려가며, 멋지게 지역사회를 일구어가는 후배들을 만나는 기쁨으로 살아가게 될 것 같다. 부모로서의 삶! 그 안에 얼마나 멋진 것들이 가득한지 모른다!
각양각색의 멋진 부모와 아이들이 만나 즐겁고 행복하게 함께 살아가면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마을 교육 공동체이지 않겠나!
신경진 (부회장/경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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