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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5월호/354호] 사설_교육이 사라진 학교에 친구는 없다(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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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05-13 17:07 조회1,6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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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사라진 학교에 친구는 없다

 

학교 폭력 미투가 연일 끊이지 않는다.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도 작년보다 회의 빈도가 높아졌다. 등교 횟수가 늘어서 대면 폭력이 늘어난 것인지, 목격되는 횟수가 증가한 것인지는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학교 폭력은 감염 시기에도 여전하다. 유형이 다양해지고 활동 반경도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4월 15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7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학생 사이버폭력 예방 및 대응방안’이 심의·의결되었다. 교육부의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8.9%였던 사이버 학폭 비중은 12.3%로 증가했고 피해 연령도 낮아졌다. 정부는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학교폭력 유형 중 ‘사이버 따돌림’을 ‘사이버 폭력’으로 개정하고 사이버 폭력을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신체 · 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하기로 했다. 사이버 공간의 정의가 정보통신기기에서 정보통신망으로 넓어진 것이다. 또한, 가해 학생의 조치 2호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에 사이버 공간에서의 2차 가해도 포함시킨다고 한다. 학생이 있는 모든 곳이 학교 폭력 공간이고 모든 행위가 학교 폭력 대상이다.

작년부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자치위원이었던 때보다 퇴보한 느낌이다. 관련 학생들 중 일부가 출석을 하지 않아 서류에 적힌 내용만으로 유추하고, 사안조사 담당 교사도 불참해 사실 확인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관련 학생 간에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맥락을 알 수 없고 피해 학생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볼 수도 없다. 학교마다 제출된 사안 조사서의 분량이나 내용의 충실도도 편차가 커서 심의하기 난감한 경우도 있다. 

SNS 상에서 발생된 사안들이 증가하고 특히 여러 학교가 관련된 공동 학교폭력 건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각 학교마다 다르게 첨부된 서류들로 심의하다 보니 누군가에겐 부당한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동안 학교 폭력을 ‘자치위원회’로 학교 공동체 내에서 다룬 이유는 학교의 자생적 힘과 구성원 간의 역할에 중심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학부모 위원은 학생들의 성장을 함께 지켜본 동네 어른으로서, 교사 위원은 잘못에 대해 깨닫게 하고 가르쳐서 품고 갈 스승으로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학교가 아닌 행정기관인 교육지원청과, 해당 학교 구성원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에게 판단을 떠넘긴 것은 교육 기관 스스로 학교 폭력이 교육의 영역이 아님을 인정한 것이다.

학교 폭력을 교육과 분리시킨 결과, 학교 구성원 간에는 ‘여지’가 사라졌다. 친구 관계는 없고 관련 학생만 남았다. 가해 학생이든 피해 학생이든 현행법으로는 잘못을 반성하고 진심으로 뉘우치거나, 상처받은 몸과 마음이 회복되지 않는다. 10년이 지나도 가해 학생을 용서하기 어렵다. 

학교 폭력법과 절차들은 어른 세대가 경험하지 않았던 신종 체벌을 학생들에게 너무 쉽게 던져 놓은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수단이었는지 이제는 반성해야 한다. 2012년 학교 폭력 법령이 강화된 이후 모든 통계가 말해 주고 있는 실태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강릉의 한 초등학교에는 10년 가까이 학폭 사안이 없었다고 한다. 놀이가 생활화된 학교다. 놀이는 서로의 생각이 달라도 같이 놀기 위해 조정을 하지 무리에서 쫓아내지 않는다. 지금의 학폭법은 행동이 아닌 존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학급 교체, 출석 정지, 강제 전학 등 ‘문제 학생’을 분리시킨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친구가 아니라 과거나 현재, 또는 예비 ‘관련 학생’이 되어 버렸다. 이 사회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강제 전학 온 지 한 학기도 안 돼서 다시 강제 전학을 가야 했던 중학생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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