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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1월호/382호] 정책_“대학에 투자할 예산도 없는데, 유치원에 투자할 예산은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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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12-03 19:28 조회2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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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투자할 예산도 없는데, 유치원에 투자할 예산은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

 

1996년. 취학 전 1년이라도 무상교육을 “대학에 투자할 예산도 없는데 유치원에 투자할 예산은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라는 말은 1996년 11월 10일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 제1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던 국회의원의 말이다. 참교육학부모회와 전교조는 1996년 초부터 ‘만5세아 유치원 무상교육’ 운동을 벌였다.

연초부터 서명운동을 하고, 집회도 하고, 국회와 당시 문교부를 대상으로 청원운동도 벌였다. 그러나 여야 국회의원을 만나고 문교부 관리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대학에 투자할 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이제 더 이상 찾아갈 곳이 없어서, 마지막으로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 사를 방문했다.

신한국당 당사 안에 들어갔을 때, 제1정책조정위원장실이 열려 있어서 그곳으로 들어가 우리가 눈에 익은 정치인을 만났다. 그에게 유보통합의 당위성을 이야기했을 때 그는 그 이야기를 했다.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도록 끊는 말이었다. 이때 나는 전혀 ‘교육적인 측면이 아닌 다른 말’을 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자세를 바로잡고 앉았다. 수첩을 꺼내서 내가 불러주는 말을 적었다. “교육법에 취학 전 1년의 유아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그다음 날 신한국당과 김영삼 정부가 만난 당정 협의 자리에서 취학 전 1년의 유아교육을 무상으로 하기로 합의를 하고, 이를 발표했다. 그날. 12일 정오 뉴스에 그 소식이 보도되었고, 참학과 전교조 사무실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이 영유아에 대해서 재정을 투자하는 첫 번째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여전히 영유아교육과 보육은 찬밥 신세다.

 

대한민국은 영유아 교육을 책임지지 않는다

고등학교까지 완전 무상교육이 이뤄지는 현실에서 여전히 영유아 교육과 보육은 학부모의 부담이 필요하다. 학급당 원아수는 초등에 비해서 그리 적은 편도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곳이 적지 않다. 걸어서 통학하는 초등학교 오빠, 누나에 비해서 나이 어린 영유아들이 차량 등하원을 한다. 더 먼 곳으로.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교사들의 상황은 처참하다.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은 국가가 지급하는 공립 유치원과 초중등학교 교사들의 보수에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9월 교권 옹호를 외치던 그 수십만의 행렬에는 더 열악한 교권 상황에 처해있던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의 자리는 없었다. 두 배나 더 많은 일반 교사들의 아동학대 인정 건수는 전체 건수의 2.4%인데, 교사수에서는 반밖에 안되는 보육교사들이 아동학대 인정 건수는 일반 교사들의 두 배가 넘는 5.4%나 된다. 하루 4~5시간 수업을 담당하는 공립 유치원이나 초중등 교원과 달리 하루 7~8시간 수업을 담당하는 사립 유치원 교사들과 어린이집 교사들은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노동강도에 놓여있다. 이런 교사들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의 돌발행동을 견뎌내라고 하는 것이 가능할는지. 그런데도 그들은거리로 나설 힘도, 외칠 조직도 없다.

열악한 처우와 교권 상황이 바로 교육의 질로 연결되는 것은 통계로도 알 수 있다. 사립 유치원 교사들 중 경력 5년 미만의 교사가 전체 교사의 51%나 된다. 많은 사립 유치원 교사들은 견디지 못하고 유치원 현장을 떠난다. 열악한 교사 처우와 교권환경이 유아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

 

대한민국의 뒤늦은 반성. 유보통합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30년간 유보통합을 방치했다. 그러나 최근 1년에 5~6%씩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이곳저곳에서 폐원되었다. 다니던 시설이 폐원되면서 갈 곳을 잃은 영유아와 그 부모들이 다른 시설을 찾아 헤매고 있다.

원아 모집에 허덕이는 시설과 갈 곳을 찾아 헤매는 영유아가 병존하는 상황이다. 이런 혼란스러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합 관리가 필요한데 관리체계가 이원화되어 있다. 유보통합은 절박해졌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관리체제의 통합이다. 교육부가 보건복지부로부터 권한을 넘겨받고, 교육청이 시도청으로부터 권한을 넘겨받아서 통합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감의 책상 위에 두 시설의 차이가 올라와야 한다. 이것이 시설간 격차해소의 출발이다. 어린이집이 유치원에 비해서 부족한 것, 유치원이 어린이집에 비해서 부족한 것을 한눈에 보면서 재정투자를 통해서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이후 교사의 자격이나 기타 여러 가지를 상향 평준화시켜나 가는 것이 유보통합의 과정이다.

이렇게 되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가리지 않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시설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유보통합의 좋은 점이다.

 

유보통합 반대 목소리

공립 유치원 교사들은 보육은 교육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보육은 돌봄이고 돌봄은 교육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만3세 이후 교육과정은 통합 운영한지 오래다. 더구나 돌봄 없는 교육이 없고, 교육 없는 돌봄이 없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초등학교 교사들 중 일부도 학교는 교육기관이지 돌봄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초등돌봄을 학교 밖으로 나가라고 주장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중심이고,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곳이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것에는 교사들의 교수과정이 중요하지만, 더불어 돌봄이 필요하고, 상담도 필요하고, 급식도 필요하고, 교육복지도 필요하다. 학교는 교사들의 교육기관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기관이다.

돌봄과 교육의 분리는 영유아의 성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립 유치원 교사들이 자신의업무를 ‘교육’에 한정하려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더불어 유보통합을 하면 교육재정을

‘붕괴’시킨다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년 어린이집 유아들에 대한 급식비 1,700억원 지원 예산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는데,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교사들 수당 인상에 3,000억원을 쓰는 것에는 아무런 말이 없다. 과거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을 위해 교부금에서 2조를 지원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던 2014년, 15년의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은 40조였지만, 지금은 30조가 늘어나 70조가 넘는다. 여기서 2조를 격차 해소 재정으로 쓴다고 해도 초중등 교육은 문제가 없다. 30년 전에 들었던 “대학교에 쓸 돈도 없는데 유아에게 쓸 돈이 어디 있느냐?”는 그 말을 30년이 지난지금도 듣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가 말한다.

“왜 우리가 낸 세금으로 아이들의 급식비 지원은 못하게 하면서 교사들 수당 인상은 환영하는 모습에 화가 난다.”

 

송대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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