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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12월호/361] 코로나 시대 학부모의 역할(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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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12-10 11:40 조회1,2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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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학부모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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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회 르네상스 

 매년 3월이면 학교에서는 ‘교육 과정 설명회’를 통해 학교 교육철학과 비전, 그 해의 교육활동을 학부 모들에게 안내한다. 동시에 학부모 총회가 열리며 학부모회 임원을 선출한다.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가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고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 주었다. 말뿐이던 교육3주체인 학부모 위상을 확인시켜주었다.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가 학교 공동체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교육적 효과를 확인하면서 전국적으로 학부모회의 다양한 활동이 확산되었다. 물론 학부모의 교육참여에 ‘참교육학부모회’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학부모회, 녹색어머니회, 명예사서회 등 전통적으로 학교에서 교육활동을 지원하던 형태에서 더 나아가서 현장 체험학습 인솔 지원, 학급 내에서 실험 실습같은 보조활동, 교육기부 활동, 진로 체험학습 강사 등 다양한 형태로 교육활동을 지원했다. 구체적으로 텃밭 생태교육, 김장, 요리, 목공 등을 실습할 때 보조 선생님 역할을 하거나 학부모회 독립적으로 계절축제나 계절학교, 캠프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는 아버지회 활동도 도드라졌다. 아빠와 함께하는 1박 2일 캠프나 역사캠프, 갯벌체험 등을 아버지회에서 주관하여 운영하였다. 계절별 물놀이와 스케이팅, 메기 잡기 체험 등 다소 도전적인 활동을 하며 아이들의 호응을 받았다. 

 이는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학교 학부모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2019.7.10.)가 시행되며 학부모회 활 동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세종시교육청에서도 학부모연합회, 생활권별 학부모네트워크 구성 등을 통해 학부 모회가 교류하고 소통하는 활동을 지원하였다. 가히 학부모회의 르네상스 시기라고 불리울 만큼 학부모회와 학교공동체가 다채롭고 자유롭게 운영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학부모회가 멈췄다. 2020년에 계획한 사업도 축소하거나 폐지하였고 학교 문을 넘는 것도 두려웠다. 나로 인해 아이들이 감염될까 봐 학교에 접근하지 못했다. 교육과정 설명회, 학부모 총회, 학부모 상담, 수업조차도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는 시기가 왔고 이런 시국에 학부모가 학교로 들어가는 것은 여건상 어려운 일이었다. 학교가 꼭 학부모의 접근을 제한한 것은 아니었지만 ‘외부인 출입 금지’라고 적힌 게시물이 꼭 나를 말 하는 것 같다고 학부모들은 말했다.

 2020년에는 개학이 4월로 늦어졌다. 개학은 했지만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번 혹은 격주로 한번씩 학교에 갔고 나머지는 원격 수업을 했다. 원격 수업이 길어지면서 학교에는 다양한 갈등이 생겨났다. 코로나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었다. 코로나가 길어지고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어쩔수 없이 학교에 보내야 하는 아이들을 돌보아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수업이라서 담임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각과 돌봄의 영역이라서 돌봄교실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시각이 충돌했다. 중간에서 핑퐁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은 누구의 책임인가? 

공백을 채우는 학부모회 

 마을교육공동체가 유행하면서 ‘우분투’라는 말이 일상어가 되었다. 우분투와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통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수업과 교육’ 화두로 떠올랐다. 마을의 다양한 아이들을 위해 학교 교육보다 마을 어른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인디언,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에서 마을의 아이들을 책임지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그 시도들을 공유하기 위해서 마을교육공동체를 구성한 사례들을 배우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였다. 그러나 코로나라는 재난 속에 사람 간의 관계가 단절되면서 공동체는 빛을 잃어가고 아이들은 다시 소외되기 시작했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원격수업을 하는 아이들의 학습격차가 늘었다. 스스로 끼니를 챙겨야 하는 아이들에게 화재 등의 사고가 생겼다. 학습과 돌봄에 대한 공백이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했다. 가정에서 원격학습을 하는 아이들과 긴급돌봄으로 학교에 오는 아이들 간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었 다. 점심시간 이전에 마치기 위해서 정규수업이 짧아지는 대신 오후 돌봄 시간이 길어져서 학교 구성원끼리 갈등도 심화되었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학부모회가 나섰다. 지역 내 소담초등학교 학부모회는 긴급돌봄을 하는 아이들의 원격 수업을 돕기 위해서 원격학습 도움반을 구성하고 아이들을 모집했다. 3~6 학년 아이들 중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아이들을 컴퓨터실이나 교실에 모아서 원격학습을 도와주고 급식을 먹였다. 긴급돌봄을 해야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요인은 점심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부모의 입장에서 감염병이 걱정스러워도 긴급돌봄을 보낼 수밖에 없는 부모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소담초는 코로나19로 긴급히 회의를 해야 할 때 학부모회와 동석하였다. 주변에 확진자가 다녀가서 학부모의 불안이 커졌을 때, 비상대응팀이라는 이름으로 교장, 교사, 행정실, 보건교사, 학부모가 모여 함께 협의하여 대응하였다. 그래서 돌봄공백을 메우는 데 학부모회가 나서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또한 천명 이상 학생이 있는 학교에서 급식실은 가장 걱정되는 곳이다. 급식 배식 순서를 조정하고 급식시간을 줄이고, 자리를 띄어 앉는 등 여러 방안을 마련했다. 감염병이 우려된다고 해서 아이들의 식사가 부실해서는 안되었다. 영양교사의 추가 배식 고민에도 학부모회가 나섰다. ‘보건증’을 발급받은 학부모들이 급식실 방역활동과 추가 배식을 도왔다. 위기는 있었지만 학교와 함께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역할을 했던 학부모회 덕분에 공백을 메울 수 있었던 사례이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 

 코로나 이전의 생활이 잘 기억나지 않는 시기가 되었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를 생활로 받아들이고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원활하게 학교에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다. 학교에 코로나 확진자 혹은 밀접 접촉자가 발생하는 날이면 학부모는 아이들을 집에서 돌봐야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동안 학습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관계를 누리지 못한 아이들은 정서적 공백이 있기 마련이다. ‘코로나 상황과 관련해 잃어버릴까 두려운 것은 학습이 아니라 관계’(한 겨레신문 21.5.15.)라는 글을 싣기도 하였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학교에서 친구와의 관계, 정서적 부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관계, 정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학교 이전에 가정 또한 작은 사회로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학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감정들이 전염될 수 있도록 또 아이들의 마음속 빈자리, 잃어 버린 경험을 채워가도록 돕는 일은 학부모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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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진 (세종시 해밀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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