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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10월호/359호]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따뜻한 공감 - ‘이해’ 학교공동체 세우기, 말상처 수업 -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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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10-13 15:18 조회1,1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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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따뜻한 공감 

- ‘이해’ 학교공동체 세우기, 말상처 수업 -

 2020년 12월, 아버지를 추모공원에 모시고 돌아온 지 이틀째 되던 날 어머니가 꺼내신 말들 때문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어머니는 대기업을 다니며 경제기반이 탄탄한 장남인 오빠에게 평생 모은 자신의 재산을 거의 다 주어야 한다는 말씀부터 시작해 늘 해오시듯 차별하는 말과 행동들을 쏟아 내셨다. 나와 남동생에게……. 나이 오십에 참 많이도 울었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서까지 여전히 차별하는 말들 때문에 가슴 아파 울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말상처’ 어쩌면 가까운 사람들끼리 가장 많이 주고받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있다. 기분 좋은 말 여러 번보다 상처주는 말 한 번이 늘 마음에 크게 자리 잡는다. 나 역시도 상처를 주는 말들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5월 어느날 걸려온 김소영 부지부장님의 전화! 부산진구 다행복교육지구 프로그램 중 ‘이해의 학교공동체 세우기’, ‘말상처’ 수업을 하는데 함께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순간 상처 주는 말을 하고 있는 내가 수업을 할 수 있을까 망설였지만 아이들을 만 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하겠다고 했다. 수업 준비모임에 가보니 먼저 시작한 우리 단체 회원들과 부산진구 다행복교육지구 장학사 등이 몇 달 동안 함께 토론하고 연구해서 수업 계획안(수업안)을 만들었고, 모여서 시연을 하고, 피드백을 통해 수업안을 보완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공동 수업안이었다. 나도 보탬이 되고 싶어 나름 몇 가지 자료를 거들었다. 아이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처음 보는 사람인 내가 끄집어낼 수 있을까라는 걱 정 반, 아이들을 만난다는 두근거리는 마음 반을 안고 함께 만든 수업안으로 마을교사로서 우린 수업을 시작했다. 

 한 학급, 두 학급 수업을 진행할수록 나의 걱정은 쓸데없는 것임이 증명되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말상처를 말로도 드러내고 그림으로도 진솔하게 드러내었다. 수업은 그렇게 말상처를 드러내고, 상처주지 않는 대체하는 말을 찾고, 공감스티커를 붙이며,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들을 이야기하는 등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진행했다. 한 학급당 4교시에 걸쳐서 진행하는데 주로 초등학교 4,5,6학 년, 중학교 1,3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모두 68학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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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태어났으면 의미있게 좀 살아/ 공부도 못하는게……/ 방에 들어가서 반성해/ 넌 우리집 기둥이야/ 왜 이렇게 많이 틀렸어/ 이것 밖에 못하니/ ㅇㅇ는 책 좋아하는데 너는 왜 싫어해?/ 엄마한테 전화한다/ 남자가 왜 울어/ 누나가 죽었으면 좋겠어/ 너랑 안 놀아/ 한번만 더하면 폰 뺏는다/ 쟤는 좀 이상한 애야/ 이제부터 틀리면 혼난다/ 남자는 여자 때리면 안돼/ 생각이 없나/ 턱에 구멍 뚫렸냐/ 말 좀 똑바로 해라/ 공부하지마/ 제발 좀 동생한테 잘해라/ 다 잘 되라고 하는 거야/ 이 돼지야/ 이걸 몰라/ 밥 먹지마/ 꺼져/ 형이잖아/ 나가 뒤져라 꼴 뵈기 싫다/ …… 

 수백 명의 아이들을 만났더니 수백 개의 말상처가 있었다. 말상처를 드러내며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도 간혹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 담임선생님과 좀더 특별히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였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가까운 사람들 즉 가족, 친구, 선생님 등 일상에서 늘 만나는 사람들과 상처를 주고 받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을교사를 믿고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드러내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고맙고 감동적이다. 수업안대로 진행했을 뿐인데 속 이야기를 드러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많은 고민과 연구가 녹아든 좋은 수업안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 테니까 잘 들어봐/ 책을 읽기 싫으면 같이 읽어보자/ 붕어빵을 싫어하는 애구나/ 밥 먹자/ 이 부분은 조금 고쳐주면 좋을 것 같아/ 학원 힘들면 말해/ 다음에 더 잘 하자/ 속상 했구나/ 많이 틀려도 괜찮아/ 괜찮아 잘했어/ 열심히 해서 다음에 더 잘하자/ (차분한 목소리로) 공부 잘 하자/ 누나 나한테 조금만 더 잘해주면 좋겠어요/ 모르면 내가 가르쳐 줄게/ 넌 태어나기를 잘한 것 같아/ 넌 돼지가 아니야/ 왜 그래? 괜찮아?/ 나중에 얘기하자/ 그만 먹어 줄래. 너의 건강을 위해 하는 말이야/ 너 정말 좋은 인생을 살고 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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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를 주지 않는 대체하는 말들도 아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대체하는 말들을 자신이 써 넣기도 하고, 서로 이야기 해주기도 하면서 가장 공감가는 말상처 그림에 스티커를 붙인다. 그러면서 친구들의 그림을 찬찬히 유심히 살펴보는 아이들의 뒷통수들이 정겹다. 친구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는 순간이다. 

 신기하게도 아이들 글 속에는 우리가 수업에서 하고자 했던 주제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아이들의 맑은 영혼들은 무엇이 핵심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채는 모양이다. 수업시간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 한다. “여러분들과 수업하면서 많이 느끼고 배워요. 이 수업 덕분에 저도 자신을 살피고 말상처를 줄이려고 노력하게 되어요. 여러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나요? 덕분에 정말 좋은 기운을 얻어갑니다. 고마워요.” 

 부산지부 덕분에 아이들을 만나고 배우고 감동 받고 마을교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성장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정말 고맙다. ‘말상처’라는 쉽지 않은 수업이 가능했던 것은 교육에 대해 늘 치열하게 고민하고 진심으로 활동했던 또는 해오고 있는 많은 참교육학부모회 선후배 회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 점검모임에서 “이 수업은 참교육학부모회였기에 잘 할 수 있었다”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마음을 토닥여주는 우리의 ‘말상처’수업이 기운차게 지속되기를 바란다. 

이영미 (부산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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