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2월호/363호] 잘 놀아야 잘 큰다.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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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02-07 10:47 조회1,041회 댓글0건본문
잘 놀아야 잘 큰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님이 낳으시고 스마트폰이 기른다”고 합니다. 이런 때에 함께 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게 허공에 메아리 같습니다. 어릴 때 놀았던 놀이를 떠올립니다. 술래잡기, 말뚝박기, 고무줄, 삔치기, 망까기, 십자가생, 오징어가생 ..... 어린 시절 놀이 중에 혼자 노는 놀이는 없습니다. 여럿이 어울려 놀면서 친구도 사귀고 규칙도 배웁니다. 어린 아이들이지만 양편 힘의 균형을 맞추는 건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깍두기가 나오게 되었겠지요. 언니 누나 따라온 동생들은 자기도 끼워달라고 떼를 씁니다. 놀이가 학교이고 친구들이 선생님이었습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장난감이 없어도 동네 모든 곳이 놀이터였습니다. 어린이도 가족 구성원으로서 나름대로 역할이 있었습니다. 각자 집안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나눠 맡았습니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 일하며 그 시간을 통해 유대감을 느꼈고 그것이 교육이었습니다. 집안 어른의 일을 흉내 내는 게 최고의 놀이였습니다. 놀면서 삶을 배웠습니다.
올해는 미동초, 서강초, 은빛초에서 아이들과 놀이밥을 먹었습니다. 집 가까운 동네 놀이터에서 이웃에 사는 형, 동생, 친구들과 놀아야 하지만 동네 놀이터는 출입금지 구역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학교는 놀이하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있으니 다행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보면 간절하게 뛰어놀고 싶어 합니다. 아이들에게 참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추워도 놀 준비가 항상 되어있는 아이들입니다. 서강초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친 2학년 아이들을 응원하고 회복하려 5회차를 주로 운동장에서 실컷 뛰어놀았습니다. 대왕오징어와 오재미로 체력을 만든 뒤 사거리놀이로 놀이에 흠뻑 빠졌습니다. 한발 깽깽이를 잘 할 수 있어야 사거리놀이가 재미가 납니다. 깽깽이가 안되는 친구들은 처음에는 모둠발로 건너가게 해줍니다. 놀이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양심’이라고 아이들에게 일러놓으면 대견하고 의젓하게 잘 놉니다. 제가 보기에는 어른보다 훌륭한 아이들입니다. “왜 맨날 놀이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까요?” 아쉬워서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다 제게로 뛰어와 살짝 안아주고 가는 녀석들이 많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놀이는 역시 천장이 없는 곳에서 놀아야 합니다.
은빛초는 2학년과 3학년 담임 선생님들께서 동료장학 시간에 교실에서 놀았습니다. 함께 논다는 것이 어른들 생각으로 쉬워 보이지만 아이들에겐 큰 산을 넘는 일입니다. 처음 놀이판에 익숙해지기까지 그리고 자발적으로 규칙들을 만들고 서로 티격태격하며 서로 동의를 얻어서 신나게 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학교 놀이시간은 딱지도 치고 여우와 닭, 너리기펀지기 (강강술래처럼 둥글게 원을 만들어 노는 놀이. ‘너리기’와 ‘펀지기’는 물동이 종류로 모양이 둥글다) 같은 것들로 티격태격, 익숙해질 새도 없이 몸풀기 하며 본놀이에 빠져들 때쯤 끝내야 해서 놀이 시간 30분이 아쉬웠습니다. 코로나 시기라 처음에는 아이들끼리 손잡기도 꺼려 하고 많이 조심스러웠지만 역시 아이들은 놀다 보면 다 잊어버립니다. 어찌 아이들은 이리도 사랑스러울까요? 저는 놀이강사 라일락이지만 절대 아이들보다 잘 놀 수 없습니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막 안아주면서 ‘최고다’, ‘멋지다’, ‘대견하다’며 아이들을 응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더 신이 나서 잘 놀기도 합니다.
지금 아이들은 어울릴 또래 친구가 없어 부모에게 매달리고, 부모들은 놀 거리가 부족하니 장난감, 밤이나 낮이나 스마트폰, 전자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를 바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야 합니다. 혼자서 온종일 보낼 수 있는 놀이는 진짜 놀이가 아닙니다. 놀이는 목적과 과정 모두 관계에 바탕을 둡니다. 함께 어울려노는 게 진짜 놀이입니다. 때에 맞게 마음껏 놀지 못한 아이는 몸은 자랐어도 그 속의 인격은 왜소해집니다.
다큐멘터리에서 게임중독인 아이들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면 별것 없습니다. 게임 중독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이 서로 몸으로 어울려 놀게 합니다.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얼굴이 벌게져서 놉니다. 며칠 그렇게 노니 자연스레 스스로 조절합니다.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만지지도 않습니다. 놀자고 하면 모든 아이들이 스마트폰부터 놓고 옵니다. 아이들이 진짜 놀이의 재미를 알아갑니다. 누가 봐도 아이들은 온종일 밖에서 뛰어놀고 싶습니다. 또래 친구가 있으면 돌멩이 하나, 나뭇잎 하나만 있어도 온종일 즐겁게 놉니다. 신나게 잘 놉니다. 그게 아이들입니다. 엄마, 아빠는 한 시간만 놀아주고 나면 더는 버틸 기력이 없습니다. 아이가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보면 분명히 다릅니다. 펼쳐진 이불, 굴러다니는 신문지, 다 먹은 과자 봉지, 나뭇잎, 나뭇가지가 모두 장난감으로 변합니다. 아이들이 어울려 놀 수 있게 주선하고 거드는 일이야말로 최고의 역할입니다.
아이들이 집밥만큼 중요한 놀이밥을 많이 먹어야 합니다. 집밥은 몸을 살찌우고 놀이밥은 몸과 마음을 모두 살찌웁니다. 놀이는 사람 사이 관계를 배우는 기회입니다. 풍성한 인간관계가 우리 삶의 저력이라면 그런 관계를 맺는 기회와 방법을 터득하는 ‘놀이’를 어릴 때부터 흠뻑 누리게 우리가 도와야 합니다.
송성남 (서부지회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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