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12월호/361호] 사설_경쟁을 없애고 기본을 책임지는 교육(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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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12-10 15:02 조회1,121회 댓글0건본문
경쟁을 없애고 기본을 책임지는 교육
지난 11월 24일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했다. 2022 교육과정 개정은 시작부터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임을 선포하고 국가교육회의, 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함께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의견 수렴을 거쳐 발표된 총론은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개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제대로 분석해야 이후 진행되는 각론 작업에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2022 교육과정은 ‘미래 사회 역량 강화’,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 및 책임 교육 구현’, ‘디지털·인공지능 교육환경에 맞는 교수·학습 및 평가체제 구축’을 주요 방향으로 한다.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기본 방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문제는 이 원칙이 교육 현장에서 어떤 교과와 활동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학생들에게 적용되느냐일 것이다.
총론의 단어 하나가 각론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인재상과 인간상 논쟁부터 예를 들어 ‘노동’을 추 가하기까지 교과별 이해 관계 속에서 협의를 이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총론은 각론을 구성하 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단어 하나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에서 이렇게 규정에 얽매인 교육과정의 구조가 우리 교육을 계속 과거형으로 잡아 당기고 있는 건 아닌지...
2022 교육과정의 핵심은 ‘고교학점제’라고 볼 수 있다. 학생 주도성 확대를 위해 필수 과목을 줄이고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진로 선택과 융합 선택의 과목을 충실하게 준비하기보다 수능에 들어가는 공통 필수와 일반 선택 영역에 편성되는 것이 우선이고 그 안에서 각 교과 간의 충돌도 만만치 않다. 이는 각론 구성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대학 입시 변별력을 위해 1학년 공통 필수 과목에 9등급 석차등급제를 유지하도록해 고교학점제를 반쪽 짜리로 만들어버렸다. 고교학점제는 전 과목, 전 학년 절대평가가 전제되지 않으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과목 중에는 토론, 공연, 에세이, 시연, 협업, 제작물 완성 등 도달하기만 하면 인정해 줘야 하는 PASS/FAIL 의 수업들이 있고 이런 수업들이 많아져야 한다. 2028년 대학입시가 아니라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5년 이전에 대학입시 개편을 약속해야 시험에 유리한 과목이 아닌 원하는 과목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총론을 발표하는 날 온라인으로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 패널들은 하나 같이 교사 간, 학교 간, 지역 간 격차를 우려했다. 다양한 과목이 개설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수업의 질에 대한 걱정도 컸다. 공동 교육과정 개설, 순환교사 지원 등 교육청 주도의 지원체제 마련도 필요하지만 교사 개인의 전문성 신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고교학점제의 ‘미이수’가 ‘유급’이 아닌 ‘책임 교육’이 목적이라는 것을 각론 구성 시 성취기준 등에 담아내야 한다.
2022 교육과정이 교육 전문가 외에도 학부모, 학생, 시민들이 참여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이 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참여했던 사람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 피드백이 없고, 개정위원회 구성과 회의 진행 일체가 밀실에서 운영되었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과제다. 단위 학교 운영위원회도 참관이 가능하고 모든 회의자료와 회의록을 공개한다.
국민 참여가 아닌 국민이 주체인 교육 행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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