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10월호/359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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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10-13 19:00 조회1,137회 댓글0건본문
고교학점제, 진로교육을 다시 디자인하다
딸내미가 중3입니다. 어느 학교를 갈지 결정해야 할 시기입니다. 태안 이모가 농어촌전형으로 약대를 나와 약사가 됐다고 읍면 단위 학교를 찾고 있네요. 친구들이 많이 가는 ㄷ읍에 있는 ㄷ고등학교는 학생수가 많아 1등급 받기 어렵다고 싫답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추석 끝나고 징검다리 삼아 이틀을 쉬는 모양입니다. 대뜸 ㅅ고등 학교에 어떻게 가는지 물어옵니다. 그 다음날은 ㅂ고등학교에 태워다 달랍니다.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을 돌아다닌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고등 학교 탐방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발상에 실행력까지 엄마를 닮았나 봅니다. 중1 무렵 교사, 간호사, 공무원 뭐 이런 직업을 꼽던 아이가 돈 적게 든다며 국공립대를 뒤지면서 인서울은 생각도 않는다는 말에 너무 현실 속에 갇히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중3이 되더니 내신 1등급을 유지하기 쉬운 학교를 찾는 모습이 미깔맞네요.
사실 저는 그냥 공부만 하다 대학에 들어갔거든요. 어떤 직업을 갖고 살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없었던 거 같고 인쇄일을 하고 있지만 살다 보니 생긴 직업이지 꿈이 인쇄업자는 아니었거든요. 어린이 해양 리더십 과정 3년차에 해양과학자 한 분을 모셔서 아이들 바다 활동이 꿈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진 적 있어요. 자기는 섬에서 나고 자랐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해양 과학자가 될 줄 몰랐다며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도 잘못된 것이 아니니 현재를 즐겁고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하다더군요. 맞어. 나 때는 저러지 않았나? 뭔가 딱히 잡히는 것도 없으면서 유행 타듯 직업 체험활동이니 직업 교육이니 온통 직업직업 하는 강박 속에 머물러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재를 어떻게 하면 소중하게 보내고 아름답게 가꿀지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미래에 없어 질 직업 목록을 보며 희망보다는 불안에 떨게 만드는 직업 교육 따위 ‘췌~’하면서 떨쳐버리고 싶 었습니다. 꼰대일까요? 아이는 맞다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책 소개한다면서 제 이야기를 길게 깐 이유는 책을 하나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어려운 책이라서 공감해 달라는 취지입니다. 고교 학점제로 유명한 정미라 선생님이 올해 쓰신 책입니다. 제목은 『고교학점제 진로교육을 다시 디자인하다』입니다. 338쪽이나 나가는 아주 두껍고 무거운 책입니다. 출판사는 ‘맘에드림’인데 ‘곽노현 교육감의 나비 프로젝트 훨훨 날아봐’에 나온 혁신학교 학부모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정미라 선생님이 이 출판사에서 낸 책이 두 권 더 있습니다. 『고교 학점제란 무엇인가?』, 『고교학점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세 권 다 샀지만 씁쓸하게도 아직 다 읽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회원님들께는 꼭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고교학점제는 학교에서 교육 받는 시간에 소외당하는 학생 없도록 모든 학생들을 책임지겠다는 교육체계로 이해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학생은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한다는 부분을 설명한 책이 『고교학점제 진로교육을 다시 디자인하다』입니다. 45~46쪽에 보면 ‘학생들은 중학교 때 고등학교 입학 후의 진로와 교육과정 이수 과정에 대한 정보와 상담을 요구하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일반계 고등학교보다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더 많이 요구했다는 점이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진로학업설계가 유·초· 중·고 전과정에 걸쳐 연계해야 한다고 합니다. 제 딸아이가 너무 현실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중3 어린 나이이지만 앞날에 대한 고민은 더 자세한 것 같습니다. 제 고민 이 오히려 어설퍼 보입니다. 제 경험을 체계화시키고 아이 고민 속에 한걸음 더 들어가기 위해서라도 『고교학점제 진로교육을 다시 디자인하다』를 꼼꼼하게 읽어봐야겠습니다.
심주호 (부회장 / 홍보출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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