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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11월호/360호]기획특집_저임금 노동력으로 이용되는 청소년, 눈 감은 사회,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노동인권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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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11-05 16:03 조회1,3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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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노동력으로 이용되는 청소년, 눈 감은 사회,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노동인권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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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노동을 하지 않고 살아 가기란 불가능하다. 노동을 통해 자아실현과 자기성취를 이루며 사회적 관계 속에서 행복을 추구해 나간다. 청소년들은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도 하고, 학업을 마친 뒤에는 사회에 진출하여 평생 다양한 노동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청소년의 노동은 사회를 탐색하고 직업을 탐구하는 직접적인 과정이자, 소득불평등으로 가족 구성원이 ‘모두벌이’에 나서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의 노동에 대한 욕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일자리의 문턱은 높아지고 노동자들을 쉽게 쓰고 버리는 고용방식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노동환경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청소년은 같은 노동 조건 하에서도 청소년이라서 더 취약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진정 이 시대를 같이 살고 있는 청소년들의 노동인권이 지켜지기를 바란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부리기 쉬운 값싼 노동력, 청소 

 “친구 소개로 엄청 큰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학교 끝나고 적어도 하루에 3~4 시간은 꼭 했어요. 방학 기간에는 하루 10시간씩 일한 적도 많아요. 그런데 10시간 일해도 7시간으로 적으래요. 나머지 3시간은 일 안 하는 날 넣어준다고.... 나중에 알고 보니 가산수당이나 주휴수당을 안 줄려는 거였어요.” <19세 청소년, 식당에서 서빙, 음식배달 등> 

 “학교 다니면서 야간에 일하는게 쉽지 않은데 처음 한달은 수습기간이라고 최저임금 90%만 준다고 했어요. 그런데 3달을 다 채우고 나니까 갑자기 카톡으로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문자를 보내는 거에요.” <19세 청소년, 볼링장 카운터, 손님 응대, 계산, 음료 판매 등> 

“친구의 아는 형 소개로 택배 상하차 일을 했어요. 트럭 하나를 다 내리면 또 다른 차가 거의 5~10분 간격으로 들어와서 쉴 수가 없었어요. 새벽 1시 20분 즈음에 식사 하고 다시 2시부터 일을 시작했어요. 엄청 힘들게 일하고 일당 7만원을 받았어요. 그런데 어른들은 8만 5천원을 받았다는 거에요. 진짜 게으름 안 부리고 열심히 일했는데... 받은 임금도 최저임금보다 작았어요.” <18세 청소년, 택배 2차 하청업체 근무, 택 배 상하차> 

 우리 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진행한 청소년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일하는 사업장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남는 재고 음식을 먹어도 된다고 했다가 체불임금을 달라고 신고했더니 음식을 마음대로 먹었다고 신고하겠다는 사업주도 있다. 퇴사 후 일한 임금을 입금시켜 달라고 했더니 직접 와서 받아야 할 임금만큼 맞으면 주겠다는 기가 막힌 경우도 있다. 일당을 일한 날 바로 준다는 말에 고깃집에 일하러 갔는데 폭언과 폭행,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성희롱까지 당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고 친구들과 함 께 센터의 문을 두드렸는데 알고 보니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주휴수당, 시간외수당, 퇴직금, 연차휴가 등 체불임금만 수천만 원에 달했다. 위에 열거한 사례들은 특이한 사례들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지금 일하는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일들이다. 

 청소년들이 주로 일하는 곳은 음식점, 패스트푸드점, 편의점처럼 근로감독의 권한이 마치지 않는 법의 사각지 대에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이곳들은 임금이 낮다 보니 장시간 일을 해야 하거나, 그나마 최저 임금이라도 주는 곳이라면 빡센 일쯤은 각오해야 한다. 체불임금이나 해고를 당해도 구제받기가 쉽지 않은 법의 사각지대에 청소년들의 일터가 있다. 청소년에게 최저임금은 최고임금이다. 그만큼 최저임금이라도 지키는 사업장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법에서 주도록 되어 있는 임금을 주지 않 기 위해 시간 쪼개기, 꺾기 등 다양한 편법도 동원된다. 그러나 이런 것들보다도 더 참기 힘든 건 인격적인 무시와 모멸감이라고 청소년들은 말한다. 시킨 일을 빨리 하지 않으면 ‘야’, ‘너’ 반말이 날아오고 욕설을 하는 일도 흔하다, 유독 청소년이라서 더한 무시 와 멸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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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들 

아르바이트나 노동인권을 바라보는 비청소년들의 관점은 대체로 이렇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딴짓한다’, ‘갖고 싶은 걸 사려고 아르바이트 한다’, ‘청소년이 하는 노동은 용돈 벌이 에 불과하다.’ 청소년들의 노동을 탈 선행위나 사소한 것, 보조적인 것으로 치부하면서 편견과 오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우리 센터에서 실시한 2020년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의 사용처는 물건 구입, 식비, 교통비, 핸드폰 요금, 저축, 학업 등 생활비로 쓰는 비율이 69.1%였고, 30.9%는 취미활동이었다. 2017년 실태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값을 보였다. 취미활동 항목도 최저생계비 항목으로 보자면 문화생활비나 자기계발을 위한 것으로 생계비와 용돈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비청소년에게는 모든 비용들이 살아가기 위한 필수항목이면서 유독 청소년에게만 ‘용돈 벌이’라고 폄하한다. 설령 청소년의 노동이 용돈 벌이라 할지라도 노동법이 지켜지지 않거나 이를 무시할 이유는 없다. 저임금을 정당화 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다. 

 청소년들이 노동을 하는 이유로는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51.3%, 사회생활의 경험을 쌓기 위해 17.1%, 가정의 생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10.6% 진로 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8.7% 순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청소년들이 노동을 하는 이유와 욕구도 복합적이고 다양하다. 청소년이 노동을 하는 이유를 단순히 용돈을 벌기 위한 사소한 일로 치부해버린다면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노동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기보다는 일하는 청소년이 문제인 것으로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놓고 본질은 은폐된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노동은 청소년의 본분은 학습인데 이를 벗어난 ‘일탈’이나 ‘지위비행’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시선들은 청소년들의 노동을 당당하지 못하게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더라도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적극적으로 방어하기보다는 참거나 그만두는 식으로 수동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청소년이 노동을 하려는 이유도 여러 가지이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가난한 청소년들이 생존하기 위해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도 이러 한 비정상적인 덮씌움을 피해가진 못 한다. 이는 결국 ‘청소년이 처한 노동조건’이나 ‘노동환경’의 문제보다는 '노동하는 청소년’이 문제인 것으로 보이게 한다. 

 청소년이 체불임금이나 해고를 당했을 때 사업주에게 시정을 요구하면 “너희들을 써 주는게 어딘데 싸가지 없다”, “가족같이 대해줬는데 은혜를 모른다”는 반응이 되돌아온다. 청소년을 고용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고 청소년에게는 법을 지키지 않아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줄거 다 줄려면 왜 굳이 청소년을 쓰느냐”고 항변한다. 청소년은 비청소년과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일을 해도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한다. 청소년은 미숙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누구나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땐 서툴고 미숙하다. 업무에 숙달된 청소년들은 비청소년과 같거나 일을 더 잘하는 경우도 있는데 청소년 전체를 ‘미숙함’의 이미지로 결부시켜 버린다. 이 또한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청소년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되고 청소년의 열악한 노동 현실은 끊임없이 되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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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노동인권교육 

 청소년이 일하는 노동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청소년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청소년도 비청소년과 동등한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청소년 노동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단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더 취약한 상황에 내몰리는 현재의 상황을 멈출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 스스로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 알고,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학교에서 교육과정으로 노동인권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의 필요성은 2011년 광주 기아차 현장 실습생의 사고로부터 촉발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신분으로 현장실습에 나가서 비청소년도 힘든 주야 맞교대와 일주일에 70시간이 넘는 노동에 과로로 쓰러져 뇌사상태가 되어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하는 청소년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시민단체의 주도로 학교에서 노동인권교육이 조금씩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약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노동인권교육은 교육과정으로 운영되고 있지 못하다. 

 현재 노동인권교육은 학교에서 신청을 하면 외부강사가 들어가서 교육을 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학교에서 신청하지 않으면 청소년들은 노동인권교육을 받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그래도 특성화고의 경우는 노동인권교육이 진행되는 편인데, 일반계고의 경우는 입시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일반계고의 청소년들은 노동인권교육을 받을 기회가 별로 없다. 문제는 일반계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대학에서는 교양과목으로라도 노동인권이 개설되어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노동인권교 육을 받을 기회는 아예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반계고를 졸업하고 사회로 바로 진출한 청소년의 경우는 자신을 보호해줄 아무런 무기도 없이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2019년 우리 센터에서 실시한 ‘대학생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노동인권의식은 중·고등학생보다 낮거나 비슷했고, 부당대우에 대한 대응 비율도 참고 일하거나 그만둔 경우가 중·고등학생에 비해 높았다. 이런 격차를 줄이고, 단 한두 차례 외부강사에 의존하는 단발성 교육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교사 주도로 교육과정에 편입되어서 노동인권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노동인권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98.5%가 공감했으면서도 83.8%가 교사가 아닌 외부강사가 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광주시 교육청은 2019년 전국 최초로 인정 교과서로 노동인권 교과서를 발간하였다. 노동의가치부터 권리구제까지 청소년들이 알아야 할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으나 광주지역 13개 특성화고 중 3개 학교만이 선택교과로 편성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광주지역의 경우는 다른 지역에 비해 그나마 나은 편이라 할 수 있지만 교과서를 만들어놓고 제대로 된 활용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교사들의 노동인권에 대한 낮은 인식과 업무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인한 것이리라. 이렇듯 노동인권 교과서가 만들어지더라도 교사연수 등 노동인권교육이 교육과정으로 실시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놓여져있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노동인권교육 

 코로나가 확산되기 이전 길거리 상담부스를 운영하던 때, 이십대 후반의 청년이 상담을 받은 후 했던 자조 섞인 말이 떠오른다. “정작 사회에 나와 보니 필요한 게 이런 거였는데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제사 알게 된 것을 너무 억울해 했다. 대학교 내에 상담부스를 설치하고 상담을 받던 한 대학생은 “알바도 노동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거였어요?”라고 되려 반문했던 경우도 있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제도권 교육과정에 노동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노동의 가치와 노동의 중요성,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배우고 노동조합에 가입했을 때 필요한 모의 단체 교섭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게 한다. 독일은 중등과정에서 파업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를 가정하고 기자회견문을 작성하는 법, 항의 문건을 보내는 법,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상세히 배운다. 

 우리나라는 경제교육, 진로교육은 있지만 노동교육은 빠져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중·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단 4시간을 할애할 뿐이며 이마 저도 다른 내용과 섞여 있거나, 필수 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으로 되어 있어서 배우는 학생은 제한적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라면 앞으로 노동을 하며 살아갈 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정규 교육과정으로 노동교육을 하는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는 삶의 질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노동인권교육은 사람들 대부분이 노동자로 살아가는데 나침판과 같은 길잡이 역할이 될 것이다. 

 청소년 노동의 부당하고 열악한 노동현실을 바꾸는 것은 단지 청소년의 문제뿐만 아니라 청소년 노동이 사회의 가장 밑바닥, 고단하고 위험한 곳에 위치해 있기에 전체 노동자의 노동 현실과 인간의 존엄함을 끌어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의 존엄함을 지키기 위해 모두의 노력과 외침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승희 (광주광역시청소년노동인권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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