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12월호/361호] 수능! 미래사회를 위해 뒤안길로 사라져야(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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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12-10 14:32 조회1,098회 댓글0건본문
수능! 미래사회를 위해 뒤안길로 사라져야
지난 11월 18일 전국 50만여 명이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이번 수능은 고등학교 2~3학년 과정을 코로나와 함께 보냈던 학생들이 주 대상이라 결과가 주목받았다. 고3 학생들은 작년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수업시수를 온라인 수업으로 채웠으며 올해 들어서도 지역별로 등교와 온라인 수업을 병행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수능의 난이도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 발표했고 입시학원 역시 난이도에 대한 평가를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 말했다. 그러나 수험생들이 느끼는 난이도는 달랐다. 가채점 결과 국어는 7차 교육과정 이후 가장 어려웠다는 2019년 수능보다 1등급 구분점수가 6점 정도 떨어 질 것이라 예상했고 수학도 작년에 비해 가, 나형 모두 적게는 3점, 많게는 7~8점 이상 떨어질 것이라 했다.
이번 수능에서 수험생이 느끼는 난이도에 차이가 생기는 원인은 첫째는 코로나로 인한 학습공백이 가장 크고, 두 번째로 올해 수능에서도 어김없이 수험생의 눈높이 맞지 않는 킬러 지문이 출제되었다는 것이다. 국어 영역에서 나온 ‘헤겔의 변증법(표 1)’과 ‘기축통화와 환율’ 문항은 수험생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헤겔조차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난이도 조절 문제와 공교육을 통해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킬러 문항을 제출해 성적으로 줄 세우는 수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회가 연대하고 있는 ‘대학무상화·평준화 국민운동본부’에서는 수능 전날인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입시 판 오징어 게임을 멈추고 대학 서열 체제 해소하여 선진국형 대입자격고사로 전환하라!’는 성명을 냈다. 미국의 상당수 대학에서도 코로나로 표준시험인 SAT를 선발에 반영하지 않거나 선택으로 돌리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수능으로 학생들을 줄 세워놓고 대학은 이 자료를 학생선발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현행 입시제도 하에서 대학 서열체제는 질 높은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대학이 결정될 수 있는 불공정한 체제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2020년 3월에 발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생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은 2019년 기준 약 21조 원이다. 이는 전년도 19조 5,000억 원 대비 7.8% 증가 한 것인데 학생 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사교육비는 되레 늘고 있다.
우리 교육계는 2022년 교육과정 개편과 2025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될 고교학점제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의 바탕에는 미래세대를 책임질 학생들의 잠재력과 개개인이 가진 다양성을 발현시키고 키워내고자 하는 원론적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현행처럼 킬러 문항을 생산해 변별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성적으로 줄 세워 서열화된 대학에 순서대로 입학시키는 입시제도로는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의 가치를 이룰 수 없다. 또한, 빈부격차가 수능 성적으로 이어지고 서열화된 대학의 대물림과 기득권 진입이라는 악순환을 끊어내지도 못한다.
현재 대입을 위한 수능을 대학자격고사 형태로 바꾸지 않는 한 대학의 서열화는 존속되고 이로 인한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내년 대통령 선거로 세울 정부는 반드시 대학입시 관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윤영상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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