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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11월호/360호] 사설_학생을 존중한다는 것(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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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11-09 15:38 조회1,1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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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존중한다는 것

 

11월부터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행한다. 장기화되는 코로나에 대응하며 공존하는 일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일상 회복 대책에서도 학교는 예외다. 11월 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앞두고 전국의 고등학교에는 수능 1주일 전부터 전교생 수업을 원격으로 실시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시험장으로 사용하는 학교만이 아니고 수험생인 3학년만도 아닌 전국의 고등학생이 수능 보는 날 하루를 위해 1주일 간 등교를 못한다. 교총은 학교의 일상 회복 방안도 수능 뒤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11월은 ‘학생의 날(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 있는 달이다. 하지만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에 비해 11월 3일 학생의 날에 대한 인지도나 관심도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유래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우리에게 11월은 단지 수능이 있는 달이고 나라 전체가 숨죽이고 협조하는 국가 행사를 치르는 달이다. 

 

‘학생’의 사전적 의미는 ‘배우는 사람’이다. ‘배우다’ 는 새로운 지식이나 교양을 ‘받아 얻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 익히다’, 남의 행동이나 태도를 ‘본받아 따르다’라고 풀이해 놓았다. 몇 세대를 거치면서도 학생의 도리, 본분은 달라지지 않았다. 모든 인류가 차별 없는 동등한 인권을 지향해도 학생은 아랫사람으로서 마땅히 받아서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학생인권을 말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어도 속옷 색깔, 두발 모양까지 정해 주고 따르라고 한다. 촛불 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올해 활동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기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에 속옷 규제 학칙을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충남교육청에 학생 체벌 교사를 징계하라고 촉구하고, 대구교육청에 두발 규제 학교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해당 학교 앞에서 시위를 하는 중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지식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기술을 받아 익혀야 하는 학생의 본분은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졌다. 여수 현장실습 사망 사고는 국가에서 마련해 준 배움의 장에서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믿었던 학생을 우리 모두가 어떻게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그대로 보여줬다. 학습 중심이라고 포장한 현장실습에서 그동안 여러 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학생 중심 교육을 하겠다고 한다. 교육감 후보들은 학생 인권 조례 제정을 공약으로 내건다. 학생이 교육의 주체라고 하며 심지어 학생 자치까지 보장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은 어른들이 정해준 것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존재일 뿐이다. 학생을 위한 정책과 공약을 어른들끼리 만들어서 결정해 주는 게 학생을 주체로 존중해 주는 것일까. 두발 규제를 폐지하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도 이행하지 않는 대구 영남고에 항의 시위를 갔을 때 교문 밖에는 OO대학교 합격을 자랑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군인 머리보다 짧은 학생들이 시위하는 활동가들에게 박수를 보낼 때 학교 측에서 비웃듯이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학부모 아니시죠? 우리 학교에 보내고 싶어하는 학부모가 얼마나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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