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11월호/360호] 학부모참여_한 사람의 열 발자국과 열 사람의 한 발자국(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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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11-05 15:16 조회1,257회 댓글0건본문
한 사람의 열 발자국과 열 사람의 한 발자국
‘학부모회장을 투표로 뽑는 건 정말 처음입니다. ’ 2015년 학부모 담당 선생님은 학 부모총회를 주관 하던 중 회장을 뽑아야 하는데 후보가 2명이라 난처해 하면서도 좋아하셨다. 학부모회장을 하고 싶어하는 학부모가 한 명만 나와도 다행인데 서로 하겠다고 투표 라니……. 근소한 차이로 난 그렇게 어렵게 학부모회장이 되었다.
내가 학부모회장이 되고 싶었던 건 2014년 가을 여수동초에서 혁신학교 지정을 위한 심사를 받으면서부터이다. 무너져 가고만 있다고 생각한 교육현장에서 선생님과 학부모가 함께 노력하면 무언가 변화와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고 난 그 교육 현장에서 학부모로서 노력하여 변화에 동참하고 싶었다.
처음으로 한 일은 촌지와 선물, 간식을 없애기 위해 반 대표에게 전화하여 스승의 날 선물, 생일 간식 및 학부모에게 돈을 걷어 반 티셔츠나 선물제공을 하지 말아 달라고 연락했다. 문제는 그때부터 발생하여 일부 고학년 반대표로부터 욕설과 질타를 받아야 했고 급기야 교장 선생님은 그 반대표로부터 항의 전화까지 받게 되었다. 학부모 담당 선생님은 내게 상담 요청을 하셨고 그때 내게 하신 말씀은 ‘아무리 옳은 일이라고 할지라도 한 사람의 열 발자국보다 열 사람의 한 발자국이 더 의미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래 그럼 반대표가 다 모여서 의견을 나눠야겠다고 생각했고 반 대표에게 일일이 전화하여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반대표 한 명도 빠짐없이 모여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고 내 의견과 말은 전혀 하지 않고 반대표들만 발언하도록 하여 회의를 진행한 결과 스승의 날 선물, 생일 간식, 학부모에게 돈을 걷어 반 티셔츠나 선물제공을 일절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놀라운 건 많은 학부모가 선물, 간식에 대한 문제 의식을 다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모여서 학교와 교육 활동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 꼭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그 이후 분기에 한 번씩 ‘학부모 다모임’(다모임)을 하여 학교 교육 활동에 대해 장, 단점을 이야기 나눴다. 그저 내 자식을 위한 건의사항만 말하고 끝나는 시간이 아니라 학교 교육 활동에 대해 도출되는 문제점을 보완하도록 의견을 제시하였다. 학교 교육 활동의 장단점을 알기 위해선 학교 활동에 관심을 기울여야 했고 내 자녀의 의견도 들어 보아야 했다.
다모임은 모든 학부모에게 안내장을 발송하여 누구나 참석할 수 있도록 하였고 반대표는 의무적으로 참석 하도록 하였다. 다모임을 할 때 발언하지 않은 학부모가 한 명도 없도록 노력했고 특히 처음 나온 학부모는 꼭 의견과 건의사항은 없는지 되물어보았다. 그리고 다모임 안내장 작성, 다모임을 하기 전 장소 준비 예를 들어 ‘의자 배치, 참석자 방명록, 간식, 회의 진행, 회의록 작성, 그리고 다모임이 끝나고 의자 정리, 회의록을 여수동초 홈페이지 올리기’ 등 모든 것을 선생님의 도움 없이 학부모가 스스로 준비, 진행, 마무리하여 선생님의 업무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도록 노력했다.
여수동초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다모임을 하였다. 한 학년에 두 반씩이 되었으니 3학년부터 6학년까지 200여 명이 강당에 모여 다모임을 하였다. 1, 2학년은 다모임 회의 진행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따로 각 반에서 다모임을 하여 학교 교육 활동이나 중요 결정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학생들의 다모임은 학생들의 자치 활동이라 다모임 진행 과정을 자세히 알 수 없었으나 학생회장이나 일부 임원들만의 의견과 생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의 의견과 생각을 나누고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음에 너무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학부모 다모임 회의 결과와 학생 다모임 회의 결과를 가지고 학부모 대표, 각 반 회장, 교직원이 모여서 분기에 한 번씩 ‘한자리 모임’을 교무실에 가졌다. 한자리 모임에서는 참석한 학부모, 학생의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모임 회의결과를 “그래로” 발언하도록 하여 개인적인 의견을 배제하도록 하였다. 다모임에서 충분히 의견을 나눠서 나온 이야기만을 한자리 모임에서 발언하도록 했다.
다모임에서 말한 의견을 반영되도록 한자리 모임을 가지는 것이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전교학생회장이나 각반 회장은 있으나 제대로 회의 를 하지도 않고 제시한 의견을 반영하거나 발언할 수 없다면 회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학교의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모이는 한자리 모임의 중요함이 여기에 있다. 학부모 다모임이나 학생 다모임, 그 리고 한자리 모임에 어려움이나 문제 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학부모 다모임은 언제나 오는 학부모만 참석하고 학생 다모임은 너무 많은 학생이 모여 소란하거나 의사결정에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교육 활동을 할 때 내 의견이 반영되면 조금의 변화에도 감동이 되었고 어떠한 변화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문제점이 발생하면 많은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모아 더 좋은 방법을 찾으면 되니까.
회의를 하다 보니 알게 된 것은 어떠한 사안에도 이유는 있었으며 100% 좋은 방법, 100% 나쁜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이다. 그것을 학교 교육현장에서 꼭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수동초를 졸업하고 지금은 중, 고 등학생인 두 아이의 학생자치 활동을 보니 학급회의도 제대로 하지 않고, 학급회의는 하고 있으나 의견 반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또다시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 모여 의견을 제시하여 학교생활과 교육 활동에 반영되는 ‘한자리 모임’이 초중고 모든 학교에서 진행되기를 꿈꿔 본다.
내 아이들이 졸업한 여수동초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학부모 다모임, 학생 다모임과 한자리 모임을 하고 있었으나 2020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학부모 다모임은 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위드 코로나가 되면 학부모 다모임을 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바라며…….
※ 여수동초등학교 홈페이지[학부모마당]에서 학부모 다모임의 활동을 담은 회의록과 학부모 동아리 활동사진을 볼 수 있다.
배인희 (여수준비위 사무국장 / 2015~2016년 여수동초 학부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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