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7월호/368호] 교육현장이야기_우리가 하고 싶은 것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자 - 의정부 몽실학교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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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07-05 15:45 조회768회 댓글0건본문
우리가 하고 싶은 것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자
- 의정부 몽실학교
몽실(夢實)학교는 ‘학생이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 상상력으로 만들어가는 학생 자치배움터’로서 전국에서 최초로 학생이 스스로 운영하고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학생자치배움터를 지향하며 만들어 졌다. 『2022년 몽실학교(활동) 운영 길라잡이』에 나와 있는 것처럼 몽실학교의 특징은
첫째, “스스로 찾고 함께 배움”으로 몽실학교에서 자신의 흥미와 욕구를 만나고, 자신에게 필요한 배움을 다른 사람과 함께 구성하며 기획하고 진행하는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또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며 배워가는 자치 배움터이며,
둘째, “스스로 선택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곳”으로 몽실에서 배움은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선택하고 결정하며, 구체적인 경험, 작업, 탐구의 과정을 통해 마을교사의 조력을 받아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이 모든 과정을 교육(지원)청, 지자체, 학교와마을이 넘나들고 연결되는 마을교육공동체 협력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목적은 셋째,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고,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 되는 것”으로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놀이가 배움이 되고 삶으로 이어지면서 학생이 배움의 주인이 되고, 공간의 주인이 되며, 내 삶의 주인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몽실학교의 태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각자의 위치에서 책무성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모습을 반성하며,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요구를 뛰어넘어 스스로 배움을 찾아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의정부 지역의 혁신학교 교사, 마을활동가, 대안학교 학부모, 청소년들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려는 요구들을 모아 학교와 마을이 함께 만드는 제3의 학교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되었다. 몽실학교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모인 23명의 청소년 기획단들이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공간과 배움의 방식을 상상하며 만들어 갔고, 첫 번째 프로젝트로 마을에서 놀고, 배우고, 만들고 꿈꾸는 우리들만의 방식을 상상하는 “비(Be)몽(夢)사(四)몽(夢) 토론회”를 열었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학교를 상상하는 200여 명의 중·고등학생들이 모였다. 의정부교육청 혁신교육지구팀에서는 2015년, 경기도교육청 꿈의학교 사업을 “꿈이룸배움터”란 이름으로 지원하였고, 구)경기도 교육청 북부청사를 꿈이룸학교 활동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2016년 9월에 학생 중심 교육공간으로 리모델링해 현재의 몽실학교라는 이름으로 다시 탄생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지역의 요구를 지자체와 교육청이 정책으로 받아 안으며 청소년 자치배움터로 거듭난 몽실학교는 2022년 현재 6개 지역(의정부, 김포, 고양, 성남, 안성, 양평)의 몽실학교와, 전용 공간은 없으나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을 이용하여 운영하는 학생 주도 프로젝트 및 학생자치 활동인 몽실 활동이 7개 지역 (용인, 이천, 구리, 군포, 남양주, 동두천, 양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삶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 학교를 지향하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가장큰 변화를 일으킨 것은 배움의 자발성이었다. 이는 배움터 자체를 민주적으로, 참여를 바탕으로 이끌어 가는 계기가 되었고 더 나아가 자기 삶에 있어 성장의 동력이 되었다.
몽실학교 청소년들은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에 대한 답으로 “공동체, 책임감, 도전, 배려, 나눔”이라는 5대 가치를 도출하였고, 공간, 길, 사람이라는 마을의 키워드로 처음 프로젝트 학교를 열어갔다. ‘마을에는 다양한 공간들이 있고, 그 공간은 길로이어져 있으며, 우리는 이제 그 길을 사람으로 이어가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마을 프로젝트는 몽실학교 안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것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자” 라는 슬로건을 걸고 학생 주도 학습, 학생자치 활동, 정책 마켓, 학교 밖 배움터, 메이커 교육, 마을교사 역량강화 활동 등을 통해 청소년 스스로 삶에 기반한 교육과정으로 만들어져 가고 있다.
공간
“공간이 갖는 힘은 아주 크다. 물이 담긴 그릇에 따라 그 모양이 다르게 나타나듯이 사람은 공간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달라진다. 그것이 공간이 사용자의 정서와 생각을 담아야 하고 만들어 주는 공간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공간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몽실학교를 처음 시작할 때 ‘무엇을배울까’라는 고민과 함께 시작한 고민은 ‘어디서 배울까’였다. 교육청을 찾아가 보고 시청을 찾아가 보고... 동네 곳곳을 다니면서 비어 있는 공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녔다. 어디서, 누구에게 문의하고 의논해야 하는지... 그것을 알아내는 것도 마을주민, 교사들에게는 처음 해보는 시도였다. 아이들은 그 사이 의정부에 위치한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가 이전하고 비어있던 건물을 빌려 들어가 프로젝트 활동들을 시작했고, 의정부교육청과 마을 주민들의 배려와 헌신으로 어느 누구의 제약도 받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딱딱했던 관공서의 네모난 사무실은 셰프실, 밴드실, 뮤지컬 연습실, 노래방, 영화관, 청소년 쉼터로 변신했고, 심지어 겨울에 펼쳐진 견우 프로젝트 땐 병아리 키우기 프로젝트 친구들 덕분에 실내 닭장으로 변신하기까지…. 그리고 이런 경험들로 아이들은 2016년 리모델링 설계 초기부터 참여하여 각 층에는 어떤 공간과 그 배치는 어떻게 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했고, 그 의견이 반영되어 지금의 공간들이 탄생하게되었다.
몽실학교 공간은 각 동아리실로 나눠 배정한다거나 용도가 정해져 있는 공간과는 달리소유가 아니라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몽실 학교 화장실에 붙어 있는 글귀 중 ‘공유한다는 것은 주인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주인이라는 의미입니다’라는 글이 몽실학교 운영의 특징을 나타내 주고 있다. 대신 지금까지 계속 실별 관리팀을 만들어 각자 맡은 공간을 활성화시키고 실 규칙도 정하고, 관리하며 함께 모여 대청소도 하고 있다. 공간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이용자에서 운영자로의 변신은 어마어마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자발성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교육을 할 때 편안한 공간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유연한 공간은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안정적인 배움의 장을 마련해 준다. 청소년 공간, 배움의 공간은 좀 비어 있는 것도 좋을 거 같다.구조나 용도 변경이 어느 정도 가능했으면 좋겠다. 꽉 막히고 가득 찬 공간이 아니라 애매모호하고 비어 있는 공간에서 마음껏 상상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맘껏 쉬고 놀고 그리고 일할 꺼리가 있는 여백의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경험을 연결하고, 사람을 이어주는광장이자 학습 플랫폼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신들의 배움의 욕구를 함께 나누고 배워가는 건강한 배움터를 만들어 본 청소년들이 성장해서 마을 곳곳에 자신의 건강한 삶터들을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일터와 삶터들은 마을의 건강한 공간들과 관계 맺으며 수평적 네트워크를 맺을 것이다.
길
“마을에는 다양한 공간들이 존재하고 그 공간과 공간을 연결해 주는 것은 바로 길이다. 아무리 멋지고 훌륭한 공간이라도 동떨어져 아무도 갈 수 없는 공간이라면 그 멋지고 훌륭함은 곧 시들어 버리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쓸모없는 공간이 되어 버릴 것이다. 그래서 길은 연결이 되어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마을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길에서 배우다(시장지도 그리기 팀)’의 활동 내용 중 아이들이 맨 처음 찾은 공간은 그다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재래시장, 의정부 제일시장이었다. 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재래시장을 조사하고, 장단점을 살펴보며, 직접 사람들을 만나면서 들어보기로 하고, 불편한 점을 고쳐보는 노력으로 지도를 그려서 많은 사람들에게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 안에서 시장 상인분들에게 인터뷰할 내용 정리,그 방법을 배우고, 직접 발로 뛰며 조사를 하였고, 지도를 그리고, 리플렛을 만드는 과정까지 진행했다. 시장의 곳곳을 찾아다니며 아이들은 그저 우리 지역의 시장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는 공간을 자신들에게 의미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필요를 듣고 도움을 주는 방법을 실천하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길에서 배우고, 길을 만들고, 그 길을 나누면서 ‘배움’을, ‘사람’을 연결시켰다. 몽실학교는 지금도 길을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자는 이유로 출발한 일이 예산을 따와야 하고 사람을 모아야 하고 더 많은 아이들이 이 공간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 안정적인 체계를 갖추어야 했다. 길을 가기 위해서는 그 길로 가는 다양한 방법들이 고민되기도 한다. 때론 걷고 싶은 길이 될 수도 있고, 가기 힘들어 돌아가고 싶은 길을 만나기도 한다.길은 배움을 채우는 과정이고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여정이다. 어디로 걸어가야 하고,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는 결국 교육과정의 목표와 내용이다. 누구도 똑같은 길을 걸을 수는 없으며 그렇게 똑같은 길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 저마다 그 지역과 학교를 이루고 있는 공간들이 다르고, 처해진 상황이 다르고, 사람마다 경험이 다른데 어찌 똑같은 길이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해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무지를 드러내고 서툴지만 도전해 보는 용기가 필요하고 도전을 해봐야 자기가 원하던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잘 모르는 길일 수록, 자신이 없는 걸음일수록 다른 이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함께 걷는 사람들과 방향과 생각을 공유하고, 걸어갈 길을 꿈 꿀 수 있다면 그 길이 어렵지만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사람
“마을에는 다양한 공간들이 있고, 그 공간은 길로 이어져 있으며, 우리는 이제 그 길을 사람으로 이어갈 것이다”
길은 사람이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처음 시작은 혁신학교를 경험한 교사들과 대안학교로 아이를 키워 온 학부모들의 고민과 요구들이 만나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방향에 동의한장학사와 교육청의 결단과 헌신적 지원이 덧붙여지며 가속도를 내고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던 구성원들이 무엇인가 일을 함께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사와 학부모, 지역 주민까지…. 서로의 경험치와 표현방식이 달랐다. 거기다가 민과 관의 협력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도전이었다. 관계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계를 만들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필연적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는 갈등을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갈등을 풀어 놓고 공유하는 장들이 쌓여 조직을 유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공동체의 지속적인 힘을 유지해 나가려면 명확한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야 하고, 구성원들은자유와 권한을 부여받은 각자의 역할을 맡으며, 그것을 유지해 나갈 규범과 약속을 만들어 낼 때 그 조직은 문화라는 이름으로 정체성을 이어갈 것이다. 여러 주체들이 모여 만들어 낸 다양한 창발성은 전체를 부분의 총합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교육의 공공성과 민주주의가 발현되는 것은 바로 공동체이다. 몽실학교를 통해 학교 너머 마을로 나오면서 아이들은 교실, 학교, 교과서로만 배우는 지식 습득이 아닌 모든 것이 배울 거리이고 모든 이에게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을을 배움의 소재로 삼고, 마을의 어른들이 선생님이 되면서 아이들의 배움은 개인에서 공공으로 확산되고 결국 자신을 둘러싼 주변을 고민하고 바꾸는 시도로 이어졌다. 몽실학교는 아동, 청소년들의 공화국이다. 이 안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삶을 계획하는 배움의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고 나를 둘러싼 공동체를 자각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들을 배우게 될 것이다.
김현주 (의정부 몽실학교 운영위원, 의정부여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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