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4월호/365호] 미디어와 만나기_영화 ‘노웨어 스페셜’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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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04-06 15:30 조회882회 댓글0건본문
영화 ‘노웨어 스페셜’
시한부 인생 청소부 존과 어린 아들 마이클의 사랑과 이별
“아직 어리지만, 말도 잘 듣고 예절도 잘 지켜요. 내 아이를 키워줄, 새 부모를 찾습니다.”
영화 <노웨어스페셜> (2021,NowhereSpecial)은 사랑하는 어린 아들 마이클과 이별을 준비하는 창문 청소부 존의 이야기를 다룬 가슴 먹먹한 가족영화다. 배경은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서른넷 생일을 앞둔 창문 청소부 존(제임스 노튼), 그에겐 아들 마이클(다니엘 라몬트)에게 차마 이야기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다. 존은 바로 머지않아 마이클과 생과 사의 이별을 해야만 한다.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존은 마이클을 키워줄 입양 가정을 찾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쉽게 새로운 부모님을 찾아줄 거라고 생각했던 존은 여러 예비 입양 가정을 방문하면서 고민에 휩싸인다. 아이의 돌봄과 미래를 결정하게 될 입양가족을 찾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임을 실감하고 번뇌에 빠진다. 자신이 이 세상에 없고 남겨놓은 어린 자녀를 새로운 입양가족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에 만약 직면한다면 쉽게 새 가족을 선택할 수 있을까? 존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이별의 시간을 앞두고 아빠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과 죽음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마이클에게 얘기해 주어야 할까? 만약 우리가 이 영화 속 주인공 존이라면 어떤 이야기를 마이클에게 해 주고,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영화는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삶’과 ‘죽음’이라는 생의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 놓는다.
이별의 시간은 점점 다가온다. 존은 마이클의 성장기를 고려하여 미래의 아들에게 줄 기억상자 편지를 써놓는다. 존은 창문 청소부 일에 사용하는 자동차와 사다리, 고객 수첩을 파는 등 자신의 신변을 하나하나씩 정리해 나간다. 영화 <노웨어 스페셜>은 존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얘기하진 않는다. 존과 4살짜리 아들 마이클은 공원에서 만난 딱정벌레의 주검을 목전에 놓고 삶과 죽음에 대하여 대화를 나눈다. 영화는 하루하루가 갈수록 점점 병약해지는 존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점점 이별의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아직은 아빠와 이별을 실감할 수 없는 마이클이 공룡의 죽음을 다룬 그림책을 읽는 장면에서 이들 부자가 피할 수 없는 시간 앞에 서 있음을 관객은 눈치채게 된다.
죽음을 앞둔 가족과의 사랑과 아름다운 이별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게 해 주는 영화 <노웨어 스페셜>은 ‘2020 바르샤바 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스틸 라이프>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4관왕을 수상한 이탈리아 출신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다. 영화는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가 죽기 전 갓난아기 아들을 위해 새 가족을 찾는다는 기사를 읽은 파솔리니 감독이 영감을 받고 제작했다. 영국의 입양 제도는 부모가 부재하거나 부모와 분리되어 양육되어야 할 환경에 놓인 아이들의경우, 입양 지원기관에서 입양 가정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아이의 복지를 최우선시하는 제도이지만 입양 가정 결정 과정에서의 무리한 선택으로 여러 문제가 파생되기도 해 사회적 논란을 낳고 있다.
이준희 (홍보출판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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