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2월호/363호] 사설_허락이 필요 없는 권리, 학생 인권과 참정권(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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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02-09 21:34 조회1,084회 댓글0건본문
허락이 필요 없는 권리, 학생 인권과 참정권
2021년 12월 30일 국회는 국회의원 등의 피선거권 연령 제한을 25세에서 18세로 하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22년 1월 11일에는 정당 가입 가능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하향하되 18세 미만은 법정대리인의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선거연령 하향에 이어 피선거권 연령 및 정당 가입 연령이 하향됨으로써 청소년의 참정권이 확대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청소년이 정당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단서 조항은 유감이다. 이는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구하는 이유는 미성년자에게 당비 납부 의무가 발생하니 「민법」 제5조의 미성년자 보호 규정을 참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는 정당에서 청소년을 위한 특별당비나 당비 감면 제도를 실시하면 될 일이고 이미 시행 중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국가는 미성년자의 정당 가입에 법정대리인 동의를 요구하지 않는다.
법정대리인의 동의서는 청소년에게는 결국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자녀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정당에 가입한다고 할 때 흔쾌히 동의할 보호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청소년을 참정권을 가진 한 사람의 시민으로 보지 않고 법정대리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미성년자로 보는 관점은 ‘어린 사람은 미성숙하다’는 편견을 인정한 꼰대스러움이며, 부모님의 반공 사상과 새마을 운동에 반기를 들었던 올챙이 적 시절을 망각한 것이다.
지난 1월 26일은 서울 학생 인권 조례가 제정된 지 10년째 되는 날이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10주년 기념식 인권포럼에서 학생인권 옹호관은 편안한 교복, 두발, 속옷 규정 등에 대해 학교별로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했고 학교 생활 규정 개정 시 학교 구성원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하게 했다는 것을 성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는 “당연한 권리인 학생 인권을 공론화하거나 찬반 의견을 묻는 것부터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학생 인권 조례 제정 유무와 관계 없이 헌법에 보장된 인권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지는 천부인권이다. 더구나 서울은 학생 인권조례에 명시된 대로 외모, 복장, 휴대폰 사용, 학생회 피선거권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교문 안은 여전히 수십 년 전 규제들이 박제된 채 부활하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학생 인권은 더욱 후퇴했다. 학생 생활 규정에는 없지만 촘촘한 상벌점제는 학생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옥죄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1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제정된 학생 인권 조례는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울, 전북, 광주, 제주, 충남에만 추가되었을 뿐 좀처럼 확산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서울은 학생 인권 조례를 폐지하라는 주민 발의 청구가 접수되어 오는 8월 시의회의 처분을 기다리는 처지에 놓였다. 폐지 청구의 근거 중 하나는 상위법이 없다는 것이다.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일명 학생 인권법)은 이미 21대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3월과 6월 선거에서는 ‘학생 인권법 제정’을 후보 선택의 기준으로 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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