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2월호/363호] 대학입시 공정성에 대한 편견 (10면)
페이지 정보
본부사무처 작성일22-02-07 11:24 조회1,028회 댓글0건본문
대학입시 공정성에 대한 편견
-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당마다 표심을 얻을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교육 공약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가장 뒷전이다. 가장 먼저 교육 공약을 발표한 더불어민주당의 8대 공약 중 대학입시에 대한 공약을 기준으로 학부모가 바라는 방향을 제안해 본다. -
‘교육대전환’의 캐치프레이즈 아래 발표된 8대 교육공약 중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이 바로 대학입시 공약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와 김누리 교수의 강의는 많은 학부모와 시민들에게 ‘공정’에 대한 착각과 ‘능력’에 대한 동경에서 한 발 벗어나게 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 공약에 기대가 컸는지도 모른다.
수시보다 정시가 공정하다?
동시에 똑같은 문제로 치르는 수능 위주의 정시가 공정하다고 주장하지만, 수시든 정시든 공정하지 않다. 어떤 대입 전형을 적용하든 빈 틈을 공략하는 편법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를 막아보겠다고 대입 공정성 위원회나 공공 입학사정관을 운영한다 해도 역부족일 것이다. 수시와 정시의 판단 기준은 공교육 정상화여야 한다. 수시가 사교육의 도움 없이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채울 수 없다는 주장은,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정시에 비할 바가 아니다. 텅 비어 있는 고3 교실은 어느 학교나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학생들은 학교에 진단서를 제출하고 학원에 가서 수능을 준비한다. 갈수록 증가하는 재수생과 반수생의 비율 역시 학교 무용론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교육부는 2018년 학생부 숙려제를 통해 학생부 종합전형의 외부 개입 요소를 많이 줄였다. 하지만 정시는 여전히 사교육비와 비례해서 성적이 오를 수밖에 없는, 처음부터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이 유리한 제도다. 이를 증명하는 ‘부모의 경제력과 정시 입학생 상관 관계’ 자료는 넘쳐난다. 수시냐 정시냐의 해법은 공정성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을 중심에 둔, 학생의 전인적 발달과 과정을 중시하는 학교를 바란다면 사교육 도움 없이 불가능한 현행 수능의 정시를 줄여야 한다.
수능 시험은 킬러문항이 아닌 변별력이 문제
입시 체제를 개편하는 것이 아닌 고작 수능 킬러 문항을 개선하는 것이 대선 공약이어서는 안 된다. 현행 대학입시의 가장 큰 문제는 ‘변별력’이다. 지금처럼 1등부터 꼴등까지 소수점 단위로 줄 세우는 입시 체제에서 변별력은 불가피하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하는 고교학점제도 2~3학년은 절대평가지만 1학년 공통필수과목은 상대평가를 해야 대학이 변별할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대학교 학점도 상대평가를 하는 곳이 많다. 경쟁 교육의 폐해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이제라도 반성하고 멈춰야 한다.
수능 시험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과정에 상대평가를 금지해야 한다. 협업하고 서로 도와가며 함께 목표점에 도달하는 자격고사로, 학생들에게 패배감이 아닌 성취감을 심어줘야 한다.
고른 전형유형이 아닌 대학 서열 해소가 우선
서울 주요 대학은 학생부 교과 전형이 적고, 비수도권 대학은 정시 비중이 적은 게 문제가 아니다. <표1> 지금 학생들은 대학 입학 전형이 너무 복잡해서 이중·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능 최저를 폐지해도 모자른 판에 다양한 전형을 권장하는 건 학생들의 고충을 외면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대학 정원이 학생 수보다 많은 시대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 16개 대학의 서열 때문에 매년 대학입시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학생들이 있고, 지방대학은 소멸되고 있다.
전국의 국립대를 통합하고, 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립대학에 우선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거주지에 있는 대학에서도 원하는 대학과 전공의 학점을 취득할 수 있게 되면 굳이 비싼 월세와 생활비를 들여 타지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학 서열이 해소되지 않은 채 지원되는 지방대학 재정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대학입시 제도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2028학년도 대입제도를, 국가교육위원회가 주관해 사회적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구체적 실행 의지가 담긴 공약이라고 볼 수 없다. 올해엔 2025학년도 대입전형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런데 고교학점제 시행 시기에 맞춰 2028학년도 입시를 준비하겠다는 것은 너무 안일하다. 숙의라는 이름으로 국민들끼리 싸움만 붙여 놓고 임기 말에 가서야 차기 정부로 공을 넘겨버린 현 정권의 시행착오를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것인가? 우리나라 초중고 12년은 대학입시에 좌우된다. 고교학점제를 준비하기 위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과정까지 개정한 2022 교육과정이 제대로 안착되려면 대학입시가 하루 빨리 방향을 잡아야 한다. 교육 정책이 항로를 잡지 못하고 손 놓고 방황하는 동안 학부모와 학생들은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해 사교육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맺는말
대학입시는 어떤 전형을 선택하든 만족할 수 없다. 그래서 청소년인권운동단체들은 대학입시 자체를 폐지하자고 한다. 2021년 수능 시험일에 청소년 324명은 ‘입시 대박이 아니라 입시 폐지 선언’을 발표했고, 비청소년 688명이 지지 서명을 했다. 투명가방끈을 포함한 14개 청소년 단체가 <2021 입시경쟁 반대 청소년 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요구사항이다.
유지나 회귀가 아닌 ‘교육대전환’다운 공약을 기대하며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첫째, 학생을 선발할 권한을 학교에게서 박탈하라. 우리에게는 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둘째, 고교·대학의 서열을 폐지하고 평준화하라. 우리에게는 경쟁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셋째, 대학 등록금을 전면 무상화하라. 우리에게는 장벽 없이 공공을 위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넷째, 학교에 만연한 성적 차별을 금지하라. 우리에게는 서로 다른 속도를 존중받으며 각자의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다섯째, 학력·학벌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라. 우리에게는 평등한 세상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표1>
이윤경 (회장)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