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6월호/367호] 라떼는말이야_서리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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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06-08 17:18 조회768회 댓글0건본문
라떼는말이야_서리
이재경 (서부지회 회원)
라떼는 말이야~ 시골에서 자라다 보니 서리도 계절별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죠! 봄이면 살구, 여름이면 복숭아, 자두~ 한번은 여름방학에 외갓집에 놀러 갔다가 이모들과 이모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언덕 넘어 복숭아 과수원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 때만 해도 복숭아가 귀할 때니 먹고 싶지 않았겠어요? 어둑한 저녁에 한 개 따서 한 입을 베어 물었는데 너무 맛난 거예요~ 어머! 그런데 이게 뭔가요!? 속에 벌레가 꼬물 꼬물~ 기겁을 하고 먹던 복숭아를 내던진 기억도 있고요. 가을이면 지천에 달린 홍시는 서리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니꺼 내꺼랄 것도 없이 10리를 오가는 등하교 길에 따서 먹었고 사과는 특용 작물로 막 재배하기 시작하던 때라 몰래 밭에 들어가서 따서 먹곤 했어요. 지금도 맛있지만 그때는 진짜 꿀맛이었어요. 겨울에는 무, 배추 뿌리를 뽑아 먹었답니다. 달달한 배추 뿌리의 맛은 지금도 기억나요. 김장하려고 심어 놓은 배추를 뽑았으니 지금 생각하면 주인이 얼마나 속상했을지... 죄송했습니다! 지금 어린이, 청소년들은 어떤 추억을 만들며 살까요?
이경숙 (광주지부 회원)
스님!! 너무 하십니다. 국민학교 2학년 때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조그만 사찰 옆 우물가에 보리수 열매(=포리똥) 따 먹다가 스님한테 걸려서 절 앞에서 두 팔 들고 한참 벌을 섰습니다. 쫌 봐주지... 스님이 야속했습니다.
이건희 (대전지부 회원)
때는 1980년대 초~ 친구들과 몰래 수박을 먹고 싶어서 얼굴에 진흙까지 바르고 낮은 포복으로 수박을 10개 정도 가져왔었습니다. 수박을 쪼개서 맛을 보고 가져올 수 없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크고 무거운 수박을 10개 정도 골라왔어요. 밝은 곳으로 가서 수박을 쪼개보니 10개 중 10개 모두 수박이 빨간색이 아니라 흰색이었습니다~ 그 뒤로 수박 서리는 안하고 딸기 서리로 전향했습니다.
강혜승 (남부지회 회원)
‘서리’가 뭣이 당가요~ 서울이라고 하지만 산동네 살아서 서리 할 꺼리가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일터로 나가시면 동네 친구들과 온 동네 골목을 휘젓고 다니며 놀았습니다. 서리는 못하고 동생이랑 이것저것 봉투 만들기 등의 부업거리를 가져와 돈을 벌어 과자를 사 먹었던 기억이 있네요. 서민들이 옹기종기 살던 산동네 ‘평화촌’이 재개발되며 이웃들은 하나, 둘 이사를 가고 우리 집도 그곳을 떠났습니다. 궁핍했지만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심주호 (서산태안지회 회원)
서리라구 허야나... 그냥 핵교 가다가 발에 무수가 걸리면 줏어 먹구 목화 열매가 먹음직스러우면 맛있나 따 먹어보구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지냈던거 같유. 그러다 걸리면? 요샌 절도라구 허쥬? 그때는 이게 진짜 서리였던거 같유. 두근두근. 동네 애덜이랑 과수원집 지나가다 눈치 슬쩍 보구 사과 몇 개 따서는 후다닥. 도망가다 붙들렸슈. 알구 보니 집안 아주머니네유. 한참 혼내시더니 저를 알어보구 얼릉 집이 가. 이러시며 보내주시대유. 며칠 있다가 음마헌티 겁나게 혼났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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