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마당

학부모신문 돋보기

Home > 자료마당 > 학부모신문 돋보기

[24년 1월호/384호] 교육현장이야기_작은 학교지만 배움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2-3면)

페이지 정보

본부사무처 작성일24-01-11 15:13 조회394회 댓글0건

본문

작은 학교지만 배움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곡성 삼기초, 학생이 만든 축제 『꿈꾸는 새싹』에 관내 학생들 초대

 

2-1.png

앉아서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작은 학교의 위기는 실로 심각합니다. 전남지역의 초등학교 중 60%이상은 학생 수 60명 이하의 작은 학교입니다. 이로 인해 작은 학교는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언제 올지 모르는 외부 학생들에게 힘을 쓰는 동안 우리 교실에 남아있는 아이들의 배움이 위축될까 우려스럽습니다. 자극적인 교육과정으로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는 학교가 되는 것보다 교실에 있는 우리 아이들의 배움에 힘을 더 쏟고 싶었습니다.

 

전남 곡성군 삼기면에 위치한 삼기초등학교(교장 신미정)는 전교생이 26명인 시골 작은 학교입니다. 작은 규모지만 내실 있는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삼기초등학교는 이번 축제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즐거움은 나누면 더 커지듯, 우리만 즐겼던 축제를 여럿이 즐기는 축제로 만들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2022년 축제를 부스 체험 형식으로 진행을 해보았는데, 부스 운영진 학생들이 체험 부스에 들어가다 보니 정작 체험할 학생이 없었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관내 학교 8곳에 초대 공문을 발송하였습니다. 학교 네 곳에서 5개 학급이 응답을 해주어 26명짜리 작은축제가 학생 75명이 함께 하는 성대한 축제가 되었습니다.(옥과초, 석곡초, 고달초 참석) 그리하여 지난 11월 24일(금)에 관내 작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 삼기 어울림마당 『꿈꾸는 새싹』을 진행했습니다.

 

함께하면 더 커집니다.

어울림 마당은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오전에는 작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하는 체험활동을, 오후에는 학부모님과 함께하는 교육 성장 발표회를 운영하였습니다. 어울림 마당을 위해 삼기 누리들은 한 달 전부터 머리를 맞대며 체험 부스를 정하고 역할을 나누는 등 준비 활동에 바빴습니다. 포스터는 5학년 박수민 학생이 제작하고, 축제 슬로건은 다모임에서 선정하였으며, 체험 부스 운영진들은 체험하러 찾아올 학생을 위한설명판을 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명찰을 붙여주고 안내를 해주는 것은 전교학생회장 강은채 학생이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당일 75명의 학생들이 체육관에 한데 모여 즐거운 축제를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삼기초 최근 역사상 가장 많은 학생들이 모인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처음 모인 학생들은 정말 어색해했습니다. 말을 건네기는커녕 서로 바라보기도 어려워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모둠을 만들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공동체 놀이를 하며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랬더니 금세 아이들은 친해지더라구요. 다른 학교에 형, 누나가 생기고, 동생이 생겼다며 즐거워하는 친구들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축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축제는 ‘깨자깨자 격파’를 비롯하여 총 14개의 체험 부스가 운영되었습니다. 학교 간 모둠을 지어 체험을 진행하였고, 삼기초 학생들은 부스 운영진이 되어 다른 학교 친구들을 맞이하였습니다. 학부모회에서는 겨울의 별미인 붕어빵과 어묵을 제공하는 먹거리 부스를 운영하였고, 마을 학교에서는 생태 텃밭에서 잘 기른 수세미를 이용한 친환경 수세미 만들기 부스를 운영하였으며, 교직원은 자원 재활용을 위한 플리마켓을 운영하였습니다.

 

‘울려라 큐브벨’을 운영하였던 김무연 학생은 이렇게 전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큐브이기 때문에 부스 체험을 만들었지만, 삼기초 학생들에겐 큰 인기가 없어서 조용히 보낼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스 운영진 중 큐브를 제대로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저 한 명이었고 연습을 해 온다던 친구들은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부스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큐브였지만, 우리 학교를 제외한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생각보다 제법 인기가 좋아서 적잖이 당황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큐브 맞추기를 누군가가 좋아하고 찾아준다는 것에 작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큐브를 혼자 맞출 때는 몰랐던 ‘누군가에게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가르쳐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알려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잘 따라주어 큐브를 완성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드론 축구 체험 부스를 운영하였던 박종서 학생은 이렇게 전했습니다.

“사전 예행연습 때는 큰 무리없이 진행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당일 운영을 해보니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이 긴장되어 조작을 설명하는데 실수가 자꾸 나오게 되었고, 축제 아침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드론 배터리가 예상보다 더 빨리 닳아서 많이 당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새로운 친구들이 드론 축구 체험 부스에 많이 찾아와 주어서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친구들이 우리가 준비한 부스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버스킹 무대도 한쪽에 마련해 보았는데, 쑥스러워서 과연 누가 참여를 할까 의문을 가졌지만, 그 우려는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 학교별로 끼 있는 친구들이 춤과 노래를 한 시간이 넘도록 이어가며 축제장을 더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버스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던 강은채 학생은 “처음에는 춤을 출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많은 학생들 앞에서 춤을 춘다는 것이 조금 긴장이 되고, 혹시 실수를 할까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6학년 마지막 축제이기 때문에 용기를 내고 신나서 춤을 추게 되었는데, 제가 먼저 시작을 했을 뿐이지 그 뒤로는 계속해서 다른 학교 학생들이 버스킹 무대에 나와서 춤과 노래를 했어요. 다른 학교에도 나보다 춤을 더 잘 추는 학생들이 있는 것 같아서 경쟁심에 더 열심히 춤을 추었는데, 다른 친구들도 더 열심히 참여해 주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런 모습 때문인지 다 같이 즐기는 축제가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박종서 학생은 “버스킹 무대를 마련해 놓긴 했지만, 단 한 명도 버스킹에 참여할 것 같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다른 학교 학생들도 앞에 둔 채로 부끄러워서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은채가 춤을 추기 시작하니깐, 기다렸다는 듯이 무대에 몰려들어서 깜짝 놀랐어요. 특히 옥과초 친구가 춤을 정말 잘 추었는데, 알고 보니 남학생인 것을 보고 더 놀라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우리 학교에서는 여자들만 춤을 추는데 남학생이 춤을 정말 잘 추는 것을 보고 나의 편견이 깨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우리 학교 밖에는 내가 만나 보지 못한 내가 생각하는 이상의 친구들이 존재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김무연 학생은 고달초등학교에서 준비한 부스를 보았는데, 우리 학교 축제인데도 부스 체험을 준비해 와서 놀라웠습니다. 왜냐하면 축제는 참여하고 즐기러 오는 곳인데도 본인들의 프로젝트를 준비해 와서 부스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온점이 대단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놀고 싶은 마음이 컸을 텐데 그 마음을 누르고 부스 운영을 하는 점이 어른스러워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모둠에서는 축제에 참여 후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한 친구가 시간이 부족해서 모든 체험을 못해서 아쉬웠다고 말을 전했습니다.

저는 그 얘기를 듣고 다음에 축제를 한다면 한번 더 초대를 해서 만족할 수 있는 축제를 마련해 보고 싶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왼쪽 세 번째 사진은 ‘울려라! 큐브벨’ 부스에서 삼기초 학생이 고달초 학생에게 큐브 맞추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모습이며, 왼쪽 네번째 사진은 ‘드론 축구’ 부스에서 삼기초 학생이 석곡초 학생에게 드론 조종법을 설명해주는 모습입니다. 처음 만난 친구들과 큐브를 맞추기 위해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고, 드론 조종법을 배우기 위하여 서로 묻고 답하는 모습은 ‘어울림마당’에서 보고 싶었던 가장 소중한 장면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배움의 관계가 만들어지고 낯선 친구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는 모습은 작은 학교에서는 해보지 못한 새로운 배움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큰 학교에서도 쉽지 않은 배움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립톡 만들기’ 부스에서는 재밌는 모습이 발견되었습니다. 한 고달초 학생이 부스 체험은 하지 않고 시키지도 않은(?) 부스 운영을 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학생 수가 적어서 삼기초 저학년이 해당 부스 운영을 하고 있던 모습이 다소 안쓰러웠는지 부스 체험을 그만두고 자진하여 운영진이 되어 부스 운영을 도왔던 것이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에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물어보니, “그냥 도와주고 싶었어요.” 하는 짧은 말이 돌아왔습니다. 서로 배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형성해야겠다는 바람을 갖고 시작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감동이라 울림이 더 크게 다가오는 순간이었습니다.

 

고달초 6학년 학생 15명은(담임 김윤정) 부스 참여만 하지 않고 1년간 준비했던 생태 프로젝트를 함께 공유하는 부스를 직접 운영하였습니다. 학급에서 직접 촬영한 환경보호 영상을 시청하고 퀴즈를 풀면 손수건, 물컵 등 친환경 제품을 선물해 주는 형태로 운영을 했습니다. 고달초 학생들은 본인들이 배우고 실천했던 것을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는 활동에 상당히 신나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나만의 배움에 그치지 않고 여럿과 함께 나누며 경험한 즐거움의 크기는 훨씬컸을 것입니다.

 

약 두 시간의 축제 시간을 마무리 짓고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날 어울림 마당을 준비한 학생회장 강은채 학생은 “어울림 마당에 다른 학교 친구들이 온다고 해서 설레었고, 친구들과 함께해서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으며,부스 체험활동에 참여한 고달초, 옥과초, 석곡초 학생들의 반응은 부스 체험 활동이 즐거웠고 함께 한 시간이 짧아 아쉬웠으며, 다음에 또 초대해달라는 말을 전하였습니다.

 

이날 함께한 관내 옥과초 최주인 교사는 “이런 좋은 자리에 초대해 준 삼기초 학생들에게 감사하며, 관내 학교 친구들끼리 서로 어울리고 자신들의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또한, 공동교육과정이 시작 되는 자리여서 의미가 깊었다”라고 전했습니다.

 

버스킹 부스를 담당한 삼기초 권수북 교사는 “자신의 끼를 주저하지 않고 무대로 나와 발산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으며, 학교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어우러져 함께 하는 모습에서 이름 그대로 어울림 마당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삼기초 교장 신미정은 “작은 학교지만 그 안에서 배움을 엮어가는 교육공동체들은 강하다는 것을 어울림 마당을 통해 보여주었다. 급격한 인구의 감소로 작은 학교에 어려움이 있지만, 작은 학교만이 가지는 강점을 살리는 특색있는 교육활동으로 작은 학교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재미있었어요. 첫째, 다른 학교 친구가 친절하고 같이 잘 놀 수 있었습니다. 둘째, 활동이 다양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아쉬웠던 점이 있다. 팀별로 같이 다니는 것이 좀 어려웠던 것 같다. 다음에는 두세 명이 같이 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고달초 6학년 학생 -

 

행사와 체험부스가 많아서 좋았고, 모르는 친구 아는 친구와 사이가 좋아져서 너무 좋았다. 특히 학교로 돌아갈 때 정이 많이 들었는데 헤어져서 좀 슬펐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할때 공연 같은 걸 준비해서 열었으면 좋겠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감사합니다.

- 고달초 6학년 학생 -

 

관계의 빈곤함으로 인하여 배움의 크기마저 작아질 수 없습니다. 작은 학교라서 배움의 크기마저 작아질 순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작은 학교에 갑자기 학생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예상하지도 않습니다.

곡성 선생님들은 작은 학교에서도 깊은 배움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 2023년 초부터 함께 고민하였습니다. 그리고 공동교육과정 운영이 그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의견이 모였습니다. 작은학급에서 배웠던 것을 관내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배움의 깊이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작은 시도를 실천해보았습니다.

함께 배우기 위해서는 배움의 관계 형성이 가장 먼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배우긴 힘들 테니까요. 그렇게 인근 학교 학생들과 펜팔부터 시작해 차근히 관계를 형성하였고, 학교 연합 봉사활동에서 직접 만나 친해지고, 메타버스에서도 함께 만나 보았습니다. 온라인 온책읽기를 함께하고 온라인 작가와의 만남을 공동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물론 시행착오도 존재하였지만, 작은 시도는 동료 선생님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되기 충분하였습니다. 어려움은 상상하기 힘들 때 더 커집니다.

 

하지만, 주위에서 직접 실천한 것을 보았을 땐 나도 할 수가 있겠다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올해는 삼기초 어울림마당에서 2024년의 곡성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준비하는 시작을 해보았습니다. 내년 곡성 작은 학교의 공동교육과정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배움을 만들어갈지 기대가 됩니다. 앉아서 작은 학교의 내일을 기다리고만 있지 않겠습니다.

 

김기륜 (곡성 삼기초등학교 교사)

 

2-2.png

 

3.png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