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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6월호/378호] 어린이 · 청소년 인권_탈가정 청소년에게 삶의 보금자리를 지원해야(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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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06-16 16:51 조회4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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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가정 청소년에게 삶의 보금자리를 지원해야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이라 하면 우리는 대개 ‘정상 가정’을 떠올린다. 행복한 남녀 부부, 유능한 아버지와 주부 어머니 혹은 이제는 흔해진 맞벌이,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나들이를 가는 어린아이 한둘……. 여기서 조금 더 생각해 보자고 하면, 대개는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 저소득층 등에서 생각을 멈춘다. 이런 말 속에서 가정의 틀을 쓰지 못한 사람들은 손쉽게 지워진다. 특히, 독립 가정으로 인정받기조차 어려운 탈가정 청소년 개개인은 말이다.

 

가정폭력과 같은 이유로 생존을 위해 가정에서 도망친 탈가정 청소년은 ‘가출팸’이나 ‘쉼터’를 찾는다. 아무런 기반 없는 자립은 녹록치 않기 때문에, 그들은 도움을 구할 곳을 찾는 것이다. ‘가출팸’이란 가출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가족(family)처럼 생활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쉼터’란 여성가족부가 설립한 기관으로 가출 청소년의 생활을 지원하며 쉬어가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언뜻 듣기에는 둘 모두 꽤 괜찮아 보인다. 특히 정부에서 지원하는 쉼터라면 청소년의 든든한 새 가정이 되어줄 수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쉼터의 설립 의도를 보면 어떨까. 여성가족부의 소개 글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청소년 쉼터는 청소년 상담 1388, 사이버·거리상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출 청소년 등을 조기에 발견하여 생활 지원 및 학업·자립 지원을 통해 청소년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가정과 사회로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입니다.” 즉, 쉼터란 그들이 이미 도망쳐 온 가정으로 그들을 돌려보내는 역할을 맡고자 자청하고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쉼터의 설립 의도에는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돕는다는 말은 없다. 그 말인즉, 쉼터에 머무른다면 청소년들은 언젠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원가정의 문제에 다시 부닥쳐야만 하는 것이다.

 

쉼터에 몸을 의탁하고자 하는 탈가정 청소년들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2023년 2월의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여성가족부가 집계한 쉼터 입소 청소년은 2022년 기준 2만 8천 627명이며 “청소년 전문가들은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인구를 적게는 30만 명에서 많게는 70만 명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한다”라고 한다.[‘가출’ 편견 때문에…지원 사각지대 놓인 가정밖청소년(연합뉴스, 2023.02.28.)] 즉 입소한 인원의 10~23배는 입소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잠깐 숨이라도 돌리고자 하는 탈가정 청소년들을 전부 보호하기에는 인프라도 정부의 지원도 너무나 미약하다.

쉼터에 들어간 후에도 숨을 돌릴 시간은 아주 잠깐이다. 청소년 쉼터의 종류로는 일시 쉼터, 단기 쉼터, 장기 쉼터가 있는데 이 중 단기 쉼터의 개수가 가장 많다. 그러나 그 많은 단기 쉼터의 경우만 봐도, 기본적으로 3개월만 머무를 수 있으며 최장 9개월까지만 머무를 수 있다.[밤거리 방황하지 말고 ‘청소년쉼터’에서 안전하게!(2022.04.26. 내 손안의 서울)] 청소년들을 밤거리로 떠민 가정의 문제가 3개월 안에 해결될 리는 만무함에도 탈가정 청소년들은 3개월 후에 쉼터에서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쉼터’라는 명칭에 맞게 단기간의 보호를 하며 여러 탈가정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실제로 쉼터를 졸업한 탈가정 청소년들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비율보다도 국가의 보호 바깥에 있는 ‘가출팸’에 합류하는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실패한 의도였다고 할 수 있다.

 

다시금 생각하기로,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본인이 소속된 가정이 없는 사람들은 가장 작은 사회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다. 더구나 가정이라는 기반이 없는 탈가정 청소년에게는 씻을 곳, 먹을 곳, 잘 곳이 불안하니 학교와 같은 다른 사회에 적응하는 데도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탈가정 청소년에게, 억지로 원가정에 돌아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손길이 닿은 ‘쉼터’가 새로운 가정이 되어 줄 수는 없을까? 조금 더 그들의 삶을 고려한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해 단순한 ‘쉼터’가 아닌 사회로 나아갈 기반이 될 삶의 보금자리가 되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호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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