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마당

학부모신문 돋보기

Home > 자료마당 > 학부모신문 돋보기

[22년 6월호/367호] 교육자치_청소년 참정권 확대, 학교와 교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4면)

페이지 정보

본부사무처 작성일22-06-08 11:52 조회909회 댓글0건

본문

청소년 참정권 확대, 학교와 교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최근 몇 년 새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통과되었습니다. 2019년 12월에는 선거권 제한 연령 기준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춰졌습니다. 주민발의 청구 참여를 제한하는 연령 기준 역시 이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조정되었습니다. 2022년 1월에는 정당법이 개정되어, 이전에는 ‘국회의원 선거권을 가진 사람’만 정당에 가입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만 16세부터 법정대리인(부모,친권자)의 동의가 있으면 정당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당 가입은 법정 대리인의 동의 하에 만 16세부터 가능하며 선거운동은 만 18세 미만은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만 18세 선거권은 다른 대다수 나라의 평균에 겨우 맞춘 것이고, 만 18세는 청소년 중 소수만 해당하기 때문에 청소년 참정권은 이제 첫 시작일 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당 가입의 경우도 만 18세 미만 청소년은 (만 16세 이상이더라도) 법정 대리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만약 법정 대리인이 청소년과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청소년이 원하는 정당에 가입하는 것을 막으면 청소년이 정당 활동이 불가하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오히려 침해하는 것입니다. 또한 여전히 만 18세 미만은 선거운동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학교의 교칙과 청소년 정치 참여

 청소년 참정권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반대 논리로 항상 등장했던 것이 ‘교실 정치화’였습니다. 이번에 정당법 개정안 등이 논의될 때에도 한국교총 같은 단체는 ‘학교 안에서 정당 활동, 정치 활동을 금지해라’ 같은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대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모의선거 형태의 교육활동을 제한한다고 했습니다. 이후 2021년에는 모의 선거식 교육활동이 허용되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정치적 문제를 이야기하거나 다루는 것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재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학칙과 문화는 오래전부터 계속 존재하고 있습니다. 제가 재학 중인 학교도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외부 활동으로 학교 명예를 실추시키면 안 된다는 학칙 조항이 아직도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 내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교사로부터 심한 말을 듣기도 했고, 다른 학생과 대우를 다르게 하거나 교사가 따돌림을 조장하기도 했습니다. 또 학교에서는 정치 참여를 했다는 이유로 ‘그런 건 커서 해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치참여는 국민으로서 모두가 누려야 하는 권리입니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제약을 받는 것은 부당합니다.

 

부실한 정치교육과 선거교육

 법 개정 이후 학교에서 정치교육, 선거교육과 같은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많이 이야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정치나 선거를 잘 모르니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 선거권 연령이 만 19세 이상이었을 때도, 만 19세나 20세 때 정치교육, 선거교육을 하고서 정치 활동을 하고 투표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정치교육이나 선거교육은 너무나 부족하고 더 강화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그 이유가 청소년 참정권이 확대되어서는 아니고, 청소년들이 정치나 선거를 특히 더 잘 몰라서는 더욱 아닐 것입니다. 지난 2020년 총선 때의 선거교육 자료, 교재 등을 살펴보면 ‘선거법을 위반하지 마라’, ‘공약 잘 살펴보고 뽑아라’ 같은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실상은 기존 선거 관련 교육에서도 합의되어 있는 것은 ‘선거는 중요하니까 소중한 투표권을 잘 행사하자’, ‘정책 선거가 되도록 정책, 공약을 살펴보고 투표하자’는 정도에 그치는 것 같습니다. 정치 주체인 시민들을 단지 정당·정치인들이 제시한 내용을 살펴보고 그중에 고르기만 하는 소극적인 위치에 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란 무엇인지, 그리고 정치적 주체로서 시민들에게 필요한 역량과 바람직한 자세는 어떤 것인지 논의하고 합의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습니다. ‘선거’에 한정되지 않고 ‘정치 활동’, ‘참정권’에 초점을 맞춘 더 포괄적인 수업이 필요합니다. 또한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인식하고 가치관을 형성하며, 스스로 주관적인 정치적 의견과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에서 정치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나 문화부터가 없어져야 하고, 학교 수업에서 정치적 문제를 다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어야 할 것입니다.

 

위계질서가 확립된 학교문화를 개선해야

 선거교육, 정치교육을 확대하면 교사가 학생에게 자기 가치관이나 정치적 의견을 강요하거나 주입할 거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도 교육 활동이나 직권을 통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으로 불법입니다. 직접적으로 선거운동을 하진 못하더라도, 현재 학교의 구조상 교사의 권한이 더 높기 때문에 학생이 주체적인 생각을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치교육을 막을 이유가 아니라 학교의 구조를 바꿀이유입니다. 교사가 학생을 통제하고, 교사가 하는 말에 학생이 반박하면 버릇없다고 하며, 교사가 발언권을 독점할 수 있는 수업 환경 등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정치적 활동을 하는 동아리를 만들거나 회의를 한다고 하면 반대하고 억압하기바쁩니다. 이처럼 교사가 학생을 통제하거나 억압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더욱 우려가 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학생의 인권을 억압할 권력을 가지지 않게 한다면 오히려 걱정할 점이 적을 것이고, 더 나아가 청소년에게 제도적, 문화적으로 더 평등한 사회가 된다면 교사와 학생 모두의 정치적 권리 보장에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18세 선거권/피선거권을 비롯해,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하도록 법이 개정되었는데도, 학교 교육의 현실은 후퇴되어 있고, 청소년 참정권에 관해서 모순과 한계점이 뚜렷합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청소년이 직접적인 정치 참여와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합니다. 학교의 역할은 학생들이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 참정권을 실현하고 활동할 수 있게 돕고 안내하고 지원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민서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상임공동대표)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